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2021
핀란드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는 대단히 조용하게 이어지면서도 지루함이 없다.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도 배우들의 감정이 느껴지고 그들의 생각이 드러난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관객들을 계속 집중하게 만든다. 과거가 없는 남자처럼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남자에 대한 의문은 그를 계속 궁금하도록 만들고 남자가 하는 행동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성냥공장 소녀 또한 그녀의 일상적인 삶을 집중해서 보여주지만 결코 느슨하게 끌고 가진 않는다. 그는 영화에 대사가 많지 않아도 재미있음을 알게 해준 감독이다.
한국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 진아(공승연)는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그려내는 세계의 인물들과 동일하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어딘가 많이 닮은 듯하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대사는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영화 제목이 혼자 사는 사람의 고독이나 외로움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대사 자체가 지니고 있는 영향력이 있기에 이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신 일상소음은 계속해서 유지가 되는데 이는 혼자 사는 여성인 진아를 위한 백색소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진아는 혼자인 삶에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난 상태로 보이며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오직 자신의 일에만 충실하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그녀가 늘 실적 1위를 달성한다는 점이며 이는 그녀가 하는 일이 주변인들과의 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한 사실은 그녀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그녀는 분명 가까이 존재하는 이들과 거리를 두며 결코 가까워지지도,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전혀 모르는 타인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유연하게 일처리를 한다.
진아는 오직 일에 관련된 경우에만 타인과 온전한 상태로 연결이 된다. 옆집에 사는 남자의 죽음은 그녀의 일상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새로운 후배의 등장이 그녀의 삶에 새로운 촉매가 될 일도 없다. 그녀는 오직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며 그렇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캐릭터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그녀라는 존재가 실존하는 이유가 되는지는 의문이 든다. 우린 모두 처음부터 계속 타인과 함께 하며 삶을 만들어왔고 최소한 가족이라는 구성원으로부터 삶을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진아 또한 그런 삶을 살아왔을 것이 분명하고 가족 역시도 존재했던 것이 영화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다만 아버지의 외도와 엄마의 죽음이 가져오는 여러 상황의 변화가 그녀의 삶에 영향을 끼쳤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그녀의 직업 역시도 그녀의 삶을 더욱 고립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환경의 문제인지 개인의 문제인지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님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배 수진(정다은)을 대하는 방식이 팀장이 자신에게 했던 방식이라 말하는 것만 보더라도..
옆집 남자의 죽음과 새로운 이웃의 등장, 그리고 수진과 아버지를 통해 진아의 삶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그녀는 드디어 함께 하던 소음을 제거하고 조용한 상태로 잠을 청한다. 물론 그것이 그녀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 말하는 것은 약간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 영화를 통해 본 진아의 모습이 영화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뒤바뀌는 것은 마치 우리의 가치관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지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킨 수준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녀의 마음이 다시 이전으로 리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커다란 눈에 예쁜 외모가 오히려 흐름에 방해를 주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배우 공승연의 모습은 오히려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공승연이 아닌 진아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새롭게 탄생하며 이 영화를 완성하는 최선의 선택이 되었다. 특히 과장된 모습으로 자신을 더욱 어필하려는 모습이 없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계속 그녀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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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대한 의미가 궁금하다면..
배우 공승연의 매력을 알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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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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