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로 이제훈은 대종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영화를 보면 왜 받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방황하는 청소년기의 모습을 그린 성장 영화지만 다른 성장 영화와는 다르다.
가령 영화 <친구>와 비교해보자면 성장기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아련한 추억과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그 시절 우정을 그리지만
이 영화는 그 당시 겪은 아이들의 심리상태,
즉 미묘한 갈등과 나약한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보다 집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커다란 위기 절정 흐름이 없어도 상당히 몰입하며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영화의 전개 방식과 배우들의 연기력인 것 같다.
전개 방식이 약간 특이했는데, 시간흐름으로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역순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한 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보면서 그런 방식이 되게 재밌고,
몰입이 잘 되었다고 느꼈었는데, 같은 역순의 흐름이더라도 이 영
화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왜냐하면, 단순히 사건의 역순으로 흘러서
가해자를 찾아내는것이었다면 단순했겠지만 마치 피해자와 가해자를
유추하기 쉽게 만들어놓고, 나중에 그 유추가 완전히 틀렸음을 보여준다.
왜 이런식으로 구성했을까?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런 구성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쫒는 과정,
그리고 우리 모두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
이 얼마나 얄팍한 시선인지를 역으로 보여주고 싶었으며,
그런 구성을 통해 인물 한명 한명에게 더욱 집중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감독의 의도대로 나 역시도 초반 가해자와 피해자를 혼동했으며
나중에 참 단순하게 그런 판단을 내렸다는 점을 느낌과 동시에
인물에 집중했던 것 같다.
이 처럼 영화의 줄거리는 가장 처음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는지를 거꾸로 흐리며 의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각별하고 친한 세 명의 친구들은 서로 미묘한 감정과 오해들로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정확한 이유도,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서로가서로를 미워하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지게 되는데,
영화의 모든 장면이 흘러도 누구의 탓인지와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세명의 친구는 서로를 대할 때 진심이기 보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정을 다 한 것 같았다. 서로가 미워하면
서 내 뱉은 날카로운 말들은 본인을 지키기 위해 상처를 준 것 처럼 말이다.
단 한 순간도 친구로 생각해본 적 없다. 모든게 잘못되었다.
처음부터 너가 없었어야 했다. 같은 상처주는 말들은 극 중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
했던 말이지만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나면 정작 그런 행동과 말들은 본은을 지키지 못했다.
이제훈이 연기한 주인공 기태는 소위 짱이라 불리우며
주변에 친구들이 떠나질 않는 존재이지만 본인은 그 누구보다 큰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그렇기에 그가 받은 상처는 더 컸고, 그 누구도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는 못했다.
이 처럼 각기 다른 세 명을 통해 얼마나 이들이 성숙하지 못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때의 불완전하고 역동적인 심리 상태를 통해 우리가 겪은
혹은 지금 진행중일지도 모르는 나약함과 쓸쓸함에 대해 이야기한 것 같다.
지키는 자, 진실을 추구하는 자 라는
의미의 파수꾼이라는 제목은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그 누구도 지키지 못했고, 그 누구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배우는 이제훈과 조성하를 제외하면 아주 유명한 배우들은 아니다.
동윤역의 서준영과 희준역의 박정민은 이 작품을 통해 본인들의 진가를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단 한 순간의 연기도 몰입에 방해되지 않았고,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 같았다.
그 들의 우정과 다툼은 각종 오해와 착각도 있었지만 단순,
오해와 착각에서 모든 감정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뚜렷한 결말과 답이 없이 영화는 끝이 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밀려오는 묵직한 느낌은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었던 친구와의 추억과
기억들을 다시금 생각나게 해준다.
한 때는 그 누구 보다 가깝고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라는 존재에게
상처받는 어린 시절의 모습들을 보면서 이 때의 감정 상태가 지금 다 큰 성인이 된,
나의 감정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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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 않지만 가벼운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
우정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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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주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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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은 여타 청춘영화나 성장영화와 그 궤를 달리한다. 부모와의 갈등, 입시 지옥 등은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우정을 소중히 여겼던 소년들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죽음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다룬다. 청춘영화의 외피 안에 감춰진 이들의 성장통은 차가운 겨울바람처럼 매섭다. 영화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조차 피하고 싶은 세 청춘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버지(조성하)는 죄책감에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다, 아들이 왜 자살을 했는지 그 이유를 찾아 나선다. 아버지는 수소문 끝에 아들의 단짝 친구인 희준(박정민)을 만난다. 그러나 전학을 간 상태인 희준은 친구 아버지와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또 기태의 죽음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둘러댄다. 그리고 또 한명의 친구인 동윤(서준영)은 이미 학교를 자퇴했다. 기태 아버지를 만난 이후 희준은 연락이 두절된 동윤을 어렵게 만나고, 셋이 우정을 나눴던 그 시간을 떠올린다.<파수꾼>은 기태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미스터리로 포문을 연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세 친구들의 우정이 변질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사건의 발단은 한 소녀 때문이다. 희준이 좋아하는 소녀는 기태를 좋아하고, 기태는 희준과의 우정을 지키려 한다. 이 삼각관계에서 불거진 오해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면 될 것을, 그들은 우정을 지킨답시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양산해 낸다. 서로간의 신뢰를 잃은 그들은 “널 친구로 생각한 적 없어”라거나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라는 말들로 비수를 꽂고, 폭력을 행한다.감독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제목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우정을 지키기 위해 뱉은 거짓말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서로를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려다 실패한 소년들의 모습을 비춘다. 그들은 서로의 진심을 알려고 들지 않는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할까봐 진실도 말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들 사이에는 허물 수 없는 벽이 생기고, 더 이상 우정을 나눌 수 없게 된다. 감독은 이 과정이 비단 소년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감독은 오해와 갈등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그로 인해 얼마나 큰 파장이 일어나는지를 건조하게 담아낸다.고등학생의 자살과 학교 폭력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룬 <파수꾼>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급변하는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는 쏠쏠하다. 1982년생인 윤성현 감독은 장편 영화로는 초저예산인 5000천만 원으로 인물들 간의 감춰진 진실을 탁월하게 들춰내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핸드헬드로 인물의 감정 변화를 자세하게 담은 카메라 워킹과 밀도 있는 세 배우의 연기 또한 매력적이다. 특히 이제훈은 여성스러움이 다분했던 <친구사이? >의 석이 역에서 180도 바뀐 거친 소년의 모습을 흡입력 있게 잘 표현했다.
2011년 3월 2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 (zzack08@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