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When Spring Comes,2021

개인적으로 배우 손현주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는 재미있게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가 출연했던 모든 영화를 전부 챙겨본 것은 아니지만, 그가 선택한 영화가 그에게 잘 어울렸다고 생각되었던 적이 적었던 탓인지 아니면 드라마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인지.. 그가 연기하는 영화 속 캐릭터들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게 보였다. 사실 드라마에서도 그렇게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선 분명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를 내뿜으면서..

이는 곧 드라마와 영화가 지니고 있는 시간적 속성의 차이! 좀 더 함축시키고 압축된 캐릭터의 특징을 보다 빠르게 전달해야만 하는 영화에 잘 어울리지 못했던 배우 손현주의 아쉬웠던 모습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되지만, 적어도 이 영화 봄날에서 맡은 호성이라는 배역은 그가 지니고 있는 능력을 짧은 시간 안에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연기했던 지난날들의 영화 속 캐릭터들이 그에게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어쨌거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정말 못된 아들이자 위험한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봄날을 꿈꾸는 호성이라는 인간을 연기하며 인간답지 못한 인간의 (평범함이라는 것을 알지 못해 몸부림에 가까운 발악을 하며) 인간다움을 갖추려는 인간을 제대로 연기하고 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조차 사고를 치고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는 듯 삐딱한 모습을 보이며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 또한 남들처럼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다소 그 방법에 커다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러한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은 바로 장례식장에서 도박판을 여는 모습에서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부조금을 도박 노름자금으로 돌려 다시 이자까지 붙여 받아먹는 형식으로 부조금을 늘리려는 그의 속셈은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아닌 다른 사람.. 호성의 친구인 양희(정석용)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술에 취해 시비를 걸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장례식장 안 도박판! 심지어 호성은 그 순간을 바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고 만다.

결과적으로 그는 계속해서 뒤통수를 얻어맞으며 사는 인생처럼 비춰지고, 처음 조직의 후배에게 뒤통수 아닌 통수를 맞으며 버림받는 장면과 결합되며 그는 결코 이 세계에서 봄날을 보지 못할 인간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추운 겨울 속에 존재하고 봄을 기다리며 누군가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아마도 짐작하건데 그것이 그날 장례식장에서 그렇게 파괴가 된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은 아닐까 싶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진정한 관계의 회복을 보여주는 장면인지는 의문이다.

장례식장에서 본 동생 종성(박현권)과의 관계는 부모를 통해 이어진 연에 의해 부득이하게 마주한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이고, 문제는 그의 아들 동혁(정지환)과 딸 은옥(박소진)과의 관계다. TV를 통해 아들 동혁의 연기를 봤음에도 전화 한 통 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자식을 낳고 잘 살고 있는 딸 은옥 앞에 얼굴도 내밀지 못한 채 택배로만 물건을 건네는 모습을 보면 관계의 회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듯 보인다. 그럼에도 가능하다면 결국엔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일지도?

영화 봄날의 시작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그 끝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죽음은 이 세상과의 영원한 단절을 의미하지만, 살아있는 이들을 통해 그들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계속해서 회자된다. 앞으로도 현실을 살아가야만 하는 호성은 과연 그의 자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 것인지. 그것은 그들에게 각자의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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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관련 영화가 보고 싶다면..
배우 손현주의 매력에 빠지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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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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