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남녀
Unboxing Girl,2021

영화를 통해 현실의 단면을 담아내는 작업은 매우 심오하면서도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극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그려지면 자칫 지루해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사실 같다고 믿었던 환상이 바로 깨져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완벽한 현실을 복제해서 펼쳐놓을 필요는 없다. 가짜라 할지라도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면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영화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실의 환상을 재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평남녀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이상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로맨스를 담아내고자 무던히 노력한 모습은 보이고 있음에도 그 매력이 매우 떨어져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엔 앞서 살짝 언급했던 배우들의 어색한 몸짓과 뜬금없이 벌어지는 억지스러운 상황변화가 문제였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런 부분들은 차치하더라도 이게 과연 영화를 통해 다룰 만큼 괜찮은 소재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혹시 어색한 연기를 통해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보고자 했던 것일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준설(이한주)이라는 캐릭터는 마치 실제로 연기를 못하는 배우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처럼 엉성하면서도 비영화적이다. 다른 배우들과 융합되지 못하는 그 모습은 그에게 주어진 낙하산이라는 설정을 고스란히 유지하기 위함인지, 대사 하나에서조차 느껴지는 그 어색함이 영화에 대한 몰입을 철저히 방해하고 망가트린다. 이 결정적인 문제가 발산하는 분위기는 다른 모든 것들을 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으며 영화가 지니고 있어야 할 그 매력을 완벽하게 없애고 있다.

그나마 이와 반대되는 영진(이태경)이라는 캐릭터 덕분에 이 영화를 끝까지 참고 볼 수 있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녀의 연기만은 유독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채워지지 않은 결과물은 마치 영화 속 영진의 모습과 대비되며 극적인 효과도 끌어오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답답한 상황들은 현실보다 더 아쉬움이 가득했다. 준설과의 로맨스보다 그에게 빼앗긴 결과물이 훨씬 큰 아픔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오히려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다만 준설의 의도가 처음부터 명확했던 것도 아니고, 그에게 빌런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도 않기에 이런 점들에 대한 의심은 과감히 생략하고 삭제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그저 남들(특히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능력 없는 낙하산에 불과했을 뿐이며, 어쩌다보니 영진이라는 본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여성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고 사랑을 통해 성공마저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부조리한 모습은 영화보다도 현실에서 훨씬 자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같은 이야기를 다루려면 보다 극적인 요소를 집어넣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모두가 과장님 편이라며 영진의 곁에 머물던 동료들이 결국은 자연스럽게 준설에게로 넘어가는 것은 지극히 사실적인 전개지만, 영화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면 더 극단적으로 지랄 맞게 표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요소를 가장 잘 살리는 이가 홍상수 감독이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의 영화는 별 거 아닌 듯 보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와는 다르게..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특이했던 장면은 바로 배우 서갑숙의 등장씬이 아니었을까 싶다. 심지어 그녀는 이 영화에 그녀 자신으로 등장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배우를 그만두게 된 이유에 대해. 그런 그녀의 등장이 이 영화의 색깔을 더욱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물론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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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세상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
배우 이태경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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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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