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
2011

소개할 영화 <봄,눈>은 김태균 감독이 어머니처럼 생각하던 누님이 암투병을 하며 오랜시간을 고통속에 살았던 이야기들을 엮어서 만들어낸 실화로, 가족과 이별을 앞둔 여인이 힘겹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남은시간 가족과 사랑을 가꿔나간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별다른 직업없이 빈둥거리며 아내의 속만 썩이는 남편(이경영)과 직장때문에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면서도 엄마밖에 모르는 효자 영재(임지규), 자기일에 바빠 집안일은 소홀한 딸과 홀로계신 노모, 이렇게 평범해보이는 가족들이 순옥(윤석화)의 얼마남지 않은 시간들을 함께하며 작지만 행복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낸다.

죽음이라는 두려움앞에서 초연해질 수 있는 대범함은 연기내공이 쌓인 배우라해도 쉽게 표현하지 못할만큼 어려움이 있다. 배우 윤석화가 오랜 공백을 깨고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그녀만의 독특한 표현방법이 극중 순옥의 심정을 가장 잘 보여줄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서일 것이다.
영화의 모든 포커스가 죽음에 맞서는 순옥에 집중 되어있기때문에 그녀가 내뱉는 대사 한마디한마디에 집중하게 되고, 손짓하나 숨소리까지 관객의 시선은 온통 그녀를 향해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전 많은 영화에서 시한부인생을 다루었는데 영화 <봄,눈>도 이전 영화들과 별반 다를게 없이 슬픔을 유도하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열중한다.
하지만 배우 윤석화가 연기하는 순옥은 단지 자신의 아픔을 보여주며 상처를 보듬어주기만을 원하지 않고, 남은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한번쯤 이와같은 일을 경험해봤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빠져들 수 있게 만든다.

가족을향한 한 없는 희생
시집간 큰딸 미현과 직장을 구해 객지생활을 하고있는 아들 영재, 작은딸 미선과 남편 그리고 떨어져 살고있는 어머니, 이렇게 순옥의 가족구성원을 살펴보면 특별나게 성공한 사람은 없지만 각자의 일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자신만 생각하는 남편이 서운할법도 하지만 고지식한 남편의 심경을 건드리기 싫어 혼자서 속앓이만 하던 순옥은 답답한 마음에 일자리를 찾다가 복음병원 청소부 자리를 구하게 된다. 기쁜마음에 아들 영재와 통화를 하는데 야근하고있던 영재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어머니를 말리고 싶지만 집에만 있으면 병이 날 것 같다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힘든일을 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않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집에만 들어오면 은행의 대출금과 이모에게 빌린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순옥. 거기다 남편은 자신의 먹을거리만 생각하고 알할생각도 안하고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다지 부유하지못한 생활을 하면서도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냈고 무능력한 남편을 탓하기 보다 자신이 직접 생계를 위해 병원 청소일을 하면서도 행복했던 순옥은 어느날 불치병을 선고받고 남은 생을 정리해야할 순간을 맞이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생각의 변화
이미 많은 영화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떠나보낸다는 줄거리는 많이 보아왔지만 영화 <봄,눈>에서는 이들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죽음을 슬픔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언젠가는 맞이해야할 삶의 일부로 생각하고 초연하게 받아들인다. 세상과 이별해야하는 자신의 슬픔보다 남겨진 이들을 위한 배려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순옥은 세탁기가 고장나 손빨래를 하면서도 남편을 위해 세탁기를 장만 하는가하면, 살림에 서투른 딸에게는 음식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모아둔 돈을 딸의 대학등록금에 쓰라며 건네주기도 한다.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머리카락이 한웅큼씩 빠지자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를때 그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까... 자신을 보며 힘들어할 가족을 위해 슬픔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애써 밝은 모습으로 되려 그들을 마중해주기도 한다. 병원에서 늙으신 어머니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를 위로하고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선다.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과연 순옥처럼 저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내 자신을 향한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먼저 보내봤던 경험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았던 그녀의 모습은 아마도 내가 부등켜안고 놓아주지 않았던 그녀에 관한 과거의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며 편안히 잠들었던 그녀도 한쪽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통곡했을 것이고, 한 없는 슬픔을 억누르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심장이 멈출때까지 가족을 생각하던 떠나간 순옥이 그러하고 또 어떤이가 그러했을 것이다. 보내는이의 마음도 자신과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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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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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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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러진 가족을 건드는 영화는 손쉽게 눈물을 동반한다. 흩어진 가족을 모으는 카드로는 보통 가족의 죽음이 사용된다. 행복을 담보로 평생을 이자로 갚은 엄마에게 시한부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몹쓸 자식과 무책임한 남편으로 인해 엄마의 고독함이 더해질수록 슬픔은 배가된다. <봄, 눈>은 이렇게 새로울 것 없는 소재들을 끌어다 모은 집합체다. 이 가족드라마 돌림 노래 속에서도 조화보다는 불협화음을 연주한다. 윤석화의 24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던 만큼 <봄, 눈>은 배우 윤석화를 위한 장을 펼쳤다. 사업실패 후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놀고먹는 남편(이경영), 얼굴 맞대면 찌푸리기 바쁜 딸(심이영), 회사일로 만나기 힘든 아들(임지규), 그 속에서 순옥(윤석화)은 생활비 궁리에 계산기 두드리기 바쁘다. 순옥은 자식 뒷바라지도, 얼마 전 시작한 청소부 일도 기껍다. 육 개월 시한부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엄마의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이야기가 재조립되는 이 영화에서 꽃은 윤석화다. 윤석화는 여배우에게는 도전이자 실험과도 같은 삭발까지 감행한다. 하지만 마른 토양에서 아름다운 꽃도 시들기 마련이다.<봄, 눈>은 통속이 진부함을 넘어 어떻게 신파의 강요 속에서 이야기가 부서져 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족만을 위해 이름을 버리고 살아간 엄마의 죽음 앞에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가족, 전형적이지만 나쁜 소재는 아니다. 문제는 대사, 연기, 캐릭터, 쇼트 하나 제 몫을 하지 못 한다는 데 있다. 익숙한 소재에 감정의 과잉은 독이나 다름없다. 감동을 제조하려는 슬로우 모션의 남용이 관객과 화합하지 못하고 감정을 휘발시킨다. 누이를 잃은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있다는 설명이 그 이유로 설명될까. 영화를 사유화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죽음 앞에서 절절한데 스크린 바깥 관객은 관조하게 된다.더 큰 문제는 불쑥 불쑥 끼어드는 기독교적인 상징들이다. 평생 전도하며 살겠다는 특수한 대사, 별 의미 없이 끼어드는 교회건물 풀샷, 그리고 예배 장면 등이 이야기와 붙지 않고 전시될 뿐이다. 친숙한 소재 탓에 여러 유사한 장르 영화들과도 비교선상에 오른다. <애자>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같은 카테고리 안에 묶여야겠지만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봄, 눈>을 넣기에는 다른 영화들에게 미안해진다. 직접적으로 특정 영화들의 명장면이 따라붙기도 있다. 남편에게 세탁기 작동법을 가르치는 장면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흔적을 찾게 되지만 같은 감성을 소환하지 못한다. 신을 원망해도 감히 <밀양>을 언급하기는 어렵다. 진부한 소재라는 일반론보다는 기본기 자체가 평균 이하다.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패기도 의미도 차기작을 향한 기대도 찾기 힘들다.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 글_양현주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