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
Ditto , 2022

실화를 바탕으로 하거나 원작을 가져다 쓸 경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서 충분히 준비하고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종영 후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경우처럼 원작을 잘못 건드렸다간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만들 수 있기에 사사로운 변화에도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주인공은 착하고 정의로워야만 한다는 뻔한 생각은 재벌집의 주인공 진도준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마저 시시하게 만들어버렸고, 드라마의 주요 내용들 역시도 결말과는 무관한 에피소드들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2000년도에 나온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동감이 20년 뒤에 다시 나온 것은 어쩌면 X에서 Z로의 세대 변화!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의 형성과 같은 무언가를 기대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던 인물은 의외로 수위아저씨로 등장한 유재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과거와 미래에 존재하는 각각의 개체들 사이에서, 유독 과거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모두 경험한 채로 이어져 온 캐릭터로 등장한 그는 과거의 김용(여진구)과 현재의 김무늬(조이현)를 연결하는 살아있는 메신저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진짜 메신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전기였으며, 그 무전기가 서로 같은 제품(메이커가 같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일치함을 의미)이라는 사실은 이 상황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그리고 이 영화는 기존의 것에서 남녀의 위치를 바꾸며 차이를 만들고 있는데, 과거에 사는 여자와 미래에 사는 남자의 이야기를 뒤집기로 하며 김용을 99년에 남겨둔다. 이는 사실 내용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여자친구를 빼앗긴 김용의 무너지는 모습은 기존의 것보다 훨씬 더 격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는 마치 건축학개론을 다시 보는 느낌마저 들어서 그의 모습이 더욱 불쌍하고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한솔(김혜윤)에 대한 미운 감정은 친구인 은성(배인혁)에 대한 배신감보다 더 크게 들기도 했다. 전작에서 박용우에 대한 실망보다 김하늘의 친구였던 김민주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꼈던 것과는 감정이 반대로 작용한 것이다. 단지 남자와 여자의 배치만 바꿨을 뿐인데 그 감정의 변화가 그런 식으로 움직인 것은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 크긴 하겠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과거의 행동이 미래를 바꿀 수 있음을 가정하고 이어지는 이야기이기에 김용의 선택이 곧 김무늬의 존재를 사라지게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우리의 존재가 단지 지금의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며, 그래서 김용의 선택은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미래의 존재를 위한 것으로 이어진다. 사실 냉정하게 지적하자면 이미 김용의 심경 변화가 일어난 그 시점부터 미래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겠으나 그 정도는 영화적으로 용인한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원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은 결국 배우들의 외적인 이미지와 시대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기존의 배우들은 좀 더 어른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면 지금 이 영화의 배우들은 훨씬 어리고 풋풋한 느낌이 나는, 그래서 영화적인 이미지보다는 현실적인 이미지가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또한 기존의 작품이 70년대의 특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언어적 유희와 같은 것으로 차이를 나타내며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 점이 유치하게 느껴지며 아쉬움을 준 것 같다.

아역 출신인 여진구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그런 이미지와 상반된 여진구만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다양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기에 오직 그의 연기력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끝까지 지켜볼 이유는 되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여진구의 앞으로의 행보가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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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유지태 주연의 동감과 비교해서 보고 싶다면..
배우 여진구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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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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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서은영배우: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장르: 멜로, 로맨스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114분개봉: 11월 16일간단평1999년, '용'(여진구)은 첫눈에 반한 새내기 '한솔'(김혜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친구 ‘은성’(배인혁)에게 HAM 무전기를 빌린다. 2022년, ‘무늬’(조이현)는 ‘모르는 사람과의 인터뷰’라는 과제를 하기 위해 오래된 HAM 무전기를 작동시킨다. 개기 월식이 일어난 날, 용과 무늬는 시간을 뛰어넘어 기적처럼 연결된다. <동감>(2022)은 대표적인 판타지 멜로 영화로 김하늘과 유지태를 청춘스타로 각인한 영화 <동감>(2000)의 리메이크작이다. 전반적인 정서와 굵직한 방향, 서사는 그대로 가져가되 몇 가지 변화를 줘서 새로움을 부여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원작 캐릭터의 성별을 바꾼 점으로 과거에 사는 ‘소은’(김하늘)은 남성 ‘용’으로, 현재에 사는 ‘지인’(유지태)은 여성 ‘무늬’로 체인지 했다. 하지만, 인물 간의 관계는 그대로이고 새롭게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도 없는 까닭에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1999년과 2022년을 넘나들지만, 1999년 캠퍼스 풍경과 문화가 주가 되는 편으로 동시기를 거친 이들에겐 쏠쏠하게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17년 차 배우 여진구가 ‘용’으로 분해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던 중 난생처음 사랑에 눈을 뜬 ‘용’을 능숙하게 연기한다. 가수 김광진의 ‘편지’와 ‘고백’ 등 OST가 영화의 감성적인 정서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는 무난한 리메이크작이다. <초인>(2016), <고백>(2021)의 서은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겸했다.
2022년 11월 1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