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달
The Cave , 2021

의심이 짙어지면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이에 대한 확신은 결국 불신에 의한 집착으로까지 이어진다. 한 번의 거짓말이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는 심지어 한 인간 혹은 그 일에 관련된 인간들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이는 마치 죽음에 이르는 병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설령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계속 믿어버리는 그 심리적인 불안증세가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진실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영혼을 잠식하는 건 결국 진실을 넘어선 상상의 세계니까!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낮과 달은 민희(유다인)의 의심을 통해 그 관계가 다시 재정립되고 그녀에 의해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이것이 상당히 중요한 이유는 그 포인트를 민희가 아닌 목하(조은지)로 바꿨을 경우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죽음 직전, 그러니까 현재 남편의 아내로 등장하는 민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목하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여자일 뿐이다. 그래서 목하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바라봤다면 남자의 배신에 포커스가 더 크게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목하의 아들 태경(하경)의 존재 때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한 의심은 반대로 민희를 계속해서 자극하는 꼴이 되고 만다. 남의 아들을 통해 내 남편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이 불편하면서도 더러운 기분은 목하와 남편에 대한 의심을 계속 키워나가게 만들고, 이에 민희는 폭발하며 그 관계를 새롭게 조립하고자 한다. 물론 최초의 반항은 강한 분노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민희가 목하의 것을 부수고 망가뜨려도 목하는 이를 귀엽게 받아줄 수 있었고 그녀를 이해해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남편의 마지막 유산인 태경에 대한 이상한 집착처럼 보이는 그녀의 선을 넘은 행위는 결과적으로 목하를 참지 못하게 만들고 그들의 감정은 결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지경까지 몰리고야 만다. 그럼에도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이상한 유대감 같은 것이 그 관계를 완전히 갈라놓지는 않고 있으며, 민희가 느끼는 감정을 결국에는 목하도 공감하게 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남편의 죽음을 통해 세상에 홀로 남게 된 민희의 사연과 그 죽음의 순간조차 함께할 수 없었던 목하의 사연은 서로 다른 의미에서 서로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그것이 진정한 화해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진정되지 못한 민희의 마음과 민희를 통해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목하의 마음은 시간을 통해서만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에, 그들은 그렇게 각자의 싸움을 끝낸 후에야 마음의 평안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의미하는 최고의 순간은 민희가 돌담을 쌓는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촘촘하게 쌓던 돌을 보며 돌담 사이에 구멍이 있어야만 태풍을 견딜 수 있다던 그 말은 팽팽하게 당겨져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 놓인 마음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한다. 그래서 그녀의 소유가 아닌 것을 놓아주는 행위도, 목하 앞에서 마음의 여유를 보이며 취하던 그 요가 자세도, 마지막으로 찾은 그 비밀의 장소에서 목하와 술을 마시고 화해의 악수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전부 그 대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본다.

우리가 평소 낮에 뜬 달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그곳에 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밤에 뜬 달을 찾는 이들조차 그렇게 많지 않은데, 좀 더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우리가 사는 이 평범한 세계도 뭔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 마음을 먹는 것조차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
|
 |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배우 유다인의 팬이라면..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