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Someone You Loved, 2021
모든 사랑의 형태가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어쩌면 그 과정의 유사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준비 과정, 그리고 사랑하다가 헤어지는 그 순간의 모든 일들은 서로 닮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물론 각자의 연애 스타일은 이후에도 비슷한 모습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이별의 과정 또한 기존의 것과 닮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고자 노력한 이들이 아니라면.
아직 사귀고 있는 사이임에도 마치 이별의 순간을 맞이한 연인의 모습을 그려낸 것처럼 보이는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이별의 전조증상, 바로 그 우울한 단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권태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관계는 오히려 현실적인 조건들과 마주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쏟아내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억지스럽게 붙어있을 뿐인 그 관계를 재조명하게 만들며 그들 사이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과연 그 사람과 남은 인생을 함께해도 좋을지 고민하게 만들면서!
다만 이 영화는 준호(이동휘)를 너무 무능한 인물로 그려내고 있기에 그들의 갈등 요소는 어쩔 수 없이 시작부터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아영(정은채)은 준호를 통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는 곧 수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준호는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며 당당한 척,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려 노력한다. 어쩌면 노력이라는 것이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준호의 행동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의아한 생각마저 들게 된다. 그는 정말 그녀와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발전 없는 준호의 현실은 그를 더욱 궁지에 몰리도록 만들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한숨도 못 자도록 만들어야 정상이지만, 그는 여전히 아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돈이 떨어지고 쪽팔린 상황을 맞이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그의 당당한 성격은 그렇기에 온전한 커플의 느낌보다는 독신으로 살 수밖에 없는 백수의 운명처럼 느껴진다. 어쩌다가 운이 좋아 아영과 사귀게 된 것은 그에게 행운이었으며, 그 행운의 끝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고야 말 것처럼!
놀랍게도 아영과 헤어진 준호는 관계의 종말에 힘들어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며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찾게 된다. 이 아이러니한 결과의 원인이 된 것은 바로 자유로운 영혼의 주인인 안나(정다은) 덕분인데, 그녀와의 만남은 흡사 아영과 처음 만났을 그 시절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직 젊고 어린 그녀이기에 조건보다는 사랑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설령 헤어진다고 해도 크게 상처받지 않을 것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
반면 아영은 남편감으로 준호보다 훨씬 조건이 좋은 남자 경일(강길우)과 만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으나,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 관계는 거기서 멈추고 만다. 그렇게 아영은 아직 정리되지 못한 준호와의 완전한 이별을 준비하고 준호 또한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있는 상태로 아영과의 정리를 시작한다. 어쩌면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마지막 기회였음에도 그들의 일방적 소통은 이별의 완성으로 이어지며 이후엔 그들 각자의 성공을 위한 삶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들은 왜 그렇게 쉽게 끝나버린 것일까! 그렇기에 아쉬웠던 점은 미련이 남아 깨진 사랑을 계속 붙잡으며 이별을 부정하는 그 미련스러운 행동이 이 영화에선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쿨한 연인의 이별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이야기는, 그러나 그 속에도 여전히 사랑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었을 것이고 그들의 시간은 각자의 러브스토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랑하고 헤어진 경험이 있는 모든 연인들의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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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휘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사랑하면서 이별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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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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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형슬우배우: 이동휘, 정은채, 강길우, 정다은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시간: 103분개봉: 2월 8일간단평예비부부에게 주상복합 아파트를 보여준 중개사 ‘아영’(정은채), 집을 구경하는 그들을 보며 남몰래 한숨짓는다. 전공인 미술까지 포기하고 부동산 일을 하며 남친 ‘준호’(이동휘)의 공무원 시험을 지원하는 중인 아영. 어느덧 30대 중반, 오랜 연애에 지쳤음을 느낀다. 관성으로 사랑한다, 장기간의 연애를 경험해 본 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말일 터다. 영화 <어쩌면 우리는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먼저 ‘이별’을 고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왕왕 불쑥 쳐들곤 하는 오래 연인이 헤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어떤 핑크빛 무드나 환상 없이 영화는 연애의 끝 그리고 이별의 시작에서 출발해, 현실 연애를 리얼하게 그린다. 공감도 높은 생활감이 묻어나는 대사와 극의 기저에 흐르는 쌉싸름한 정서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철없고 대책 없는 장수 공시생 ‘준호’로 분한 이동휘와 ‘준호’와 사귀기에는 한없이 아까운 ‘아영’역의 정은채의 호흡이 좋은 작품으로 캐릭터에 걸맞은 굿 캐스팅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형슬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자신의 단편 영화를 확장해 완성했다.
2023년 2월 8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