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2011

<웰컴 투 동막골>을 잇는 남북코미디?
영화 <적과의 동침>이 제작되기 시작할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했다. 인기리에 흥행했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의 비슷한 포맷 때문이었다. 남북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또 그 전쟁 속에서 피어난 위트와 유머 나아가 한 민족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감동 포인트까지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적과의 동침>은 <웰컴 투 동막골>과는 엄연히 다르다. 물론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기존에 남북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등과 같이 말 그대로 전쟁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 위트와 유머를 가미해 새로운 코미디 드라마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위험이 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컴 투 동막골>은 흥행을 이끌어 냈다. 비록 이 영화는 코믹을 잘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갈 수록 힘을 잃는 모습이 조금 아쉬웠다. <적과의 동침>을 감히 <웰컴 투 동막골>의 아성을 깰 작품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 역시 매력적임은 분명하다.

석정리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들
<적과의 동침>은 경기도 평택의 석정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가 이러한 특수한 지명 이름을 이용하는 것은 바로 이 이야기가 실제로 전해져 온 실화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석정리는 경기도 평택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구장(변희봉 분)댁의 손녀 달인 설희(정려원 분)의 혼사 준비로 분주한 동네 사람들 앞에 엘리트 장교인 정웅(김주혁 분)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가 나타난다. 정체절명의 긴장감이 감도는 그 순간. 인문이 바라본 이 시골마을은 쉽게 점령할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석정리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들은 맞서 싸우는 방식을 대신해 정을 통해 인민군들의 마음을 포섭하기 시작하는데..
전쟁통에 피어난 로맨스, 판타지적이다.
영화 <적과의 동침> 속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전쟁통 로맨스를 보며 공감할 사람은 드물것 같다. 물론 세계 1차 대전이나 2차 대전에서 피어난 가슴아픈 로맨스에 눈물을 흘리는 영화들이 종종 우리의 마음을 적시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단 코미디 영화다. 코미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정려원과 김주혁의 로맨스는 다소 황당하고 엉뚱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동화같은 사랑이라는 평이 즐비한 것을 보고 다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정웅과 설희의 사랑은 비극적인 상황에서 피어난 것이 아닌 마치 이 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전쟁이 배경이 된듯한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랑은 두근거리고 한 편의 동화속 주인공이 아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들만의 로맨스를 진득하게 그려내는 것이 공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태극기 휘날리며>를 예를 들면 그 생사가 오가는 전쟁통에서 형제애가 빛을 발하는 건 그 것이 전쟁이기 때문인데, 이 영화는 생사가 오가는 전쟁은 그저 관객에게 떠넘기고 있다. 모두가 아는 그 때 당시의 환경에서도 이러한 사랑이 있다고 간접적으로 말함으로써 알아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유해진과 김상호, 감초 조연들의 빼어난 활약
<적과의 동침>은 주연과 조연이 함께 잘 어우러진 영화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된다. 제 몫을 지나치지도, 부족하게도 하지 않고 딱 정도를 보여주며 그 들은 마치 비빔밥처럼 한데 어우러져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주인공인 정웅역을 맡은 김주혁 역시도 때로는 인민군의 수장으로 카리스마를 보이다가도 설희와의 로맨스에는 한 없이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간 것은 뭐니뭐니해도 조연들이었다. 이미 주연들은 그 들의 로맨스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조연으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지만 유해진이 가히 원맨쇼를 펼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해진은 모든 것을 혼자 소화해 내고 있었다. 항상 유해진과 대립 관계를 그리는 백씨(김상호 분)은 극의 재미를 두배로 업시켜준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은근히 귀여운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다. 조연들의 화려한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전쟁 속 피어난 감동휴먼스토리
영화 <적과의 동침>은 유쾌함을 바탕으로 위트와 유머를 겸비한 코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나아가가고자 하는 방향은 휴먼스토리임을 간파할 수 있다. 그 이면에 이야기는 전쟁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인데, 마을 사람들 부근에 폭탄이 하나 떨어지면서 그에 대한 방향은 더욱더 정확하게 길을 잡는다. 아이는 물론이고 모든 마을 사람들이 눈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 고통은 영화에서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의 잘못이고 누군가의 탓이라고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쟁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사람들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타까움만을 더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비단 한국전쟁만을 소재로 휴먼스토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나아가 전쟁에 대한 비극적인면을 여실없이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장르적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쉬운 마무리, 힘 없이 추락하는 전투기 같다.
<적과의 동침>은 143분이나 되는 러닝 타임 동안 쉼 없이 달린다. 물론 전쟁 영화 처럼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던가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조연들의 적절한 위트와 유머, 그리고 로맨스까지 또 마을 사람들에게 닥친 위기상황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보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영화가 긴 러닝타임만큼이나 살짝 늘어진 감을 지울 순 없었다. 오히려 긴 러닝타임을 적절하게 줄여서라도 기존에 이 영화가 가진 장르에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사람냄새가 풀풀나는 휴먼스토리라고 쉽사리 말하긴 어렵지만, 그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내려했던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기에 유쾌한 이 영화를 추천하고자 한다.
 |
|
 |
유쾌한 영화를 찾는 분! |
|
| 글: daniel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킹콩을 들다>를 연출한 박건용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이 사실만 안다면, <적과의 동침>을 반쯤은 파악한 거나 다름없다. ‘전반 코미디, 후반 신파’.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닌가? 내용물만 다를 뿐이지, <적과의 동침>이 극을 운용하는 방법은 <킹콩을 들다>와 다르지 않다. 아니, 더 넓게 보면 무수히 많은 한국 영화들이 밟고 지나간 길을 똑같이 걷는다. 1950년, 전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때, 석정리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시끌벅적하다. 구장(변희봉)댁 손녀딸 설희(정려원)의 혼사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마침 정웅(김주혁)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가 나타나면서 마을의 평화는 깨질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순박한 마을사람들의 인심이 인민군을 무장해제 시키면서, 적과 동지가 서로에게 동화된다. 한편 정웅에겐 설희가 그의 첫 사랑이라는 비밀이 있다. 정웅은 얼어있는 설희의 마음을 열까?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자주 나오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이젠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온 바람에 어지간해서는 경쟁력을 획득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전우애와 형제애는 <공동경비 JSA>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미 사용했고, 남북분단에서 첩보물을 길어 올리는 작업은 <이중간첩> <쉬리> <의형제>가 써 먹었다. 역사의 아픔을 가벼운 웃음으로 치환하는 시도 역시 <남남북녀> <동해물과 백두산이> 같은 코미디 영화들이 이미 시도했다. 전쟁을 판타지 속에 녹인 <웰컴 투 동막골> 역시 빼 놓을 수 없겠다. 선택의 폭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적과의 동침>이 선택한건, 코미디와 비극의 동거다. 설마, 이러한 선택을 새롭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코미디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마무리 하는 건, 한국 영화들이 마르로 닳도록 구사해 온 전략이다. 익숙하고도 빤한 문법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건 <적과의 동침>의 큰 흠은 아니다. 어차피 이 영화가 ‘전쟁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주길 바라는 관객은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무난한 공식을 선택했다고 해서, 상업영화를 표방하는 이 영화에 돌을 던질 수는 없다. 수없이 봐 온 빤한 공식과 마주 하기 싫다면, 관객 스스로가 이 영화와의 동거를 거부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남은 관건은 그 공식에 동참한 관객들인데, 아쉽게도 그들을 설득하기에 영화의 힘이 다소 달린다. 웃음과 감동이 매끄럽게 동침하지 못하고, 3.8선처럼 이질적으로 갈려서 겉돈다. 극 말미에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박건용 감독이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는 방법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그것 하나로 135분이란 긴 러닝타임을 버티기엔 무료함이 있다. 특히나 걸리는 건, 영화가 북한군을 바라보는 시선. 마을 사람들과 동화되는 북한군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지운 듯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웅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에 한해서다. 그들을 제외한 북한군은 빨갱이처럼 그려졌을 뿐이다. 특히 인민군 연대장으로 등장하는 전노민의 모습은 영락없는 악인이다. 마을 사람들과 동화된 일부 북한군의 인간미를 살리기 위해 같은 인민군을 전형적인 악인으로 만들어 버린 게 아이러니다. 자가당착이랄까.
2011년 5월 2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