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Reason to Live , 2011
영화 <오늘>은 '송혜교'의 출연 소식에 이미 한 번 화제를 모은바 있다. 이미 숱한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인정을 받은 그녀가 이번에는 여성 감독 '이정향'과 손을 잡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9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이정향' 감독은 <미술관 옆 동물원>과 <집으로>를 연이어 히트시킨 감독으로 당시 많지 않던 여성 감독중의 한명이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알 수 있듯 상업영화 보다는 작품성에 중점을 둔 비주류 영화임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번 영화는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주인공 '다혜'가 해 줄수도 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 '용서'라는 딜레마 속에서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끔 하는 작품이다.
신앙심이 깊은 다큐멘터리 PD '다혜(송혜교)'는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를 잃는다. 다시 돌아오겠다던 약혼자 '상우(기태영)'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는데, 가해자는 다름 아닌 어린 소년. 어떻게 이런 끔찍한 짓을 할 수가 있는지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간곡히 선처를 구하는 가해자의 부모를 보고 다혜는 자신의 어린시절이 떠올리며 결국 용서해 주기로 한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용서가 결국 모두의 행복이라 믿었던 다혜의 생각과 달리 피해자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러면서 자신이 용서했던 그 소년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한편, 다혜와 상우의 친구인 '지석(송창의)'의 여동생 '지민(남지현)'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판사 아버지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고 공부도 잘하는 지민이지만 폭력적인 아버지와 아무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집에서는 외톨이일 뿐이다. 그런 지민에게 다혜는 친누나이자 엄마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다정해 보이는 둘 사이도 '용서'라는 단어 앞에서는 늘 다투고 사이가 멀어지곤 한다.
'용서'를 쉽게 말하는 다혜를 보면서 지민은 속상하고 답답할 뿐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큐멘터리 취재하던 다혜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가족들의 반응보면서 용서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만나게 된 경찰관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죄를 치르고 성실히 생활을 할 것이라 믿었던 가해 학생이 다시 살인을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용서가 최선이라 믿었던 다혜는 바뀌지 않는 그들을 보며 자신의 했던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하기 시작하는데...
주인공 다혜는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를 잃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싸늘한 주검이 되서 돌아왔으니 그 충격은 이루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가해자가 어린 소년이라는 사실에 당황스럽고 더욱더 화가났다. 영화 속에서 다혜도 분명 그 당시 화가 났었고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랬던 그녀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용서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풀어 봤다. 첫번째는 가족들이 큰 영향을 끼쳤을거라 생각한다. 직접적인 장면 없지만 가해자 부모의 간곡한 선처를 바라는 상황이었다. 다혜도 다른이와 마찬가지로 사형과 같은 큰 벌을 받길 바랬지만 그 부모를 보면서 자신의 어린시절이 떠올라 흔들린 듯하다. 어린시절 다혜의 집안은 그리 행복한 가정은 아니었다.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는 집에서 자신 때문에 싫어도 사는거라 말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고 혼자 슬픔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러한 어린시절을 보낸 다혜였기에 부모님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들도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같은 결정을 했는지도 모른다. 둘째는 강요에 의한 용서이다. 강요라고 해서 무조건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결정에 대해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다혜는 신앙심이 깊어 보인다. 전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용서를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용서가 최선이라 말하며 나머지 결정은 주님에게 맡겨 두어라는 말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그것이 옳다고 느꼈다.
하지만 법이라는 제도 아래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가해자를 더 감싸는 현실을 보면서 용서에 대한 괴리감이 밀려왔다. 벌을 받기 전에는 잘못했다고 하는 그들이 사회를 돌아왔을 때는 전혀 달라진게 없었다. 여기서 종교에 대한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굳이 특정한 종교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강요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지끔것 살아온 삶이고 굳게 믿는 신념이게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당사자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닌 큰 파도 휩쓸리 듯 얼떨결에 결정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그래서인지 후유증이 생각보다 컸는지도 모른다. 본인의 결정도 있었지만 어딘가에 끌려가버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건의 당사자들에게는 이보다 큰 사건은 없다. 한순간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바랄 것이다. 이건 누구나 느끼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해자들이 사형과 같은 큰 처벌을 받는 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까? 그들은 교화되고 피해자측은 마음이 후련질까?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화가 났고 처벌을 받기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있었다. 용서를 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사건의 당사가 되었다면 후자 보다는 전자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용서를 해주지 않는 것 또한 어딘가 기분이 좋지 않다. 그 사람이 똑같은 벌을 받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조금은 있다. 여기서 '용서'라는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다.
다혜는 자신이 모두 용서했다고 했지만 실은 용서를 했다기 보다 그 마음을 뒤로 잠시 미뤄뒀을 뿐이다. 관심을 적을 뿐이지 완전한 용서는 없다고 본다. 모든 범죄자들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던 피해자들이 모범수로 출소하고 그러다 다시 죄를 저질러 붙잡히고 악순환의 고리를 보면서 과연이 이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의 아픔을 생각하기 보다는 가해자들의 교화라는 명목하에 그들을 보호는 법이 화가났던 것이 사실이다.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것도 있지만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건 진실된 사과이다. 법과 같은 제도적인 문제점에서도 화가 났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용서란 주변의 강요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가 아닌가 한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것이야 말로 모두가 좋아지는 길이다. 또한 대책없는 용서를 하기 보다는 그 이후에는 반드시 처절한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용서를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행복한 길이 될 수 있게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개선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
|
 |
 진정한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송혜교의 또 다른 모습이 보고 싶은 사람 |
|
| 글: 권준혁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 상우(기태영)를 잃은 다큐멘터리 PD 다혜(송혜교). 가톨릭 신자인 그녀는 가해자인 소년범을 용서하고, 탄원서를 써주어 그를 구제한다. 1년 뒤 다혜는 ‘용서’에 관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말, 그리고 지민(남지현)과의 대화를 통해 다혜는 자신의 용서가 잘못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란스럽다. 뒤늦게 알게 된 소년범의 현재 소식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든다. 과연 그녀가 한 용서는 옳은 일이었을까. <오늘>을 들여다보면 <미술관 옆 동물원>이나 <집으로...> 등 감독의 전작과 비슷한, 이른바 ‘이정향 스타일’이 엿보여 흥미롭다. 인물 구성이 단출하고, 그들이 한 집에서 아옹다옹 하는 와중에 이야기가 진행되며, 집주인이 손님을 감싸 안는 듯한 느낌의 설정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정향 감독의 화법은 <오늘>에 이르러 톤이 한층 낮아지고 무게감이 더해졌다. 또, 이야기가 밖으로 확장된 느낌이다. 이는 주제의식이 좀 더 깊고 진지해진 까닭이다. 그로 인해 다소 말이 많고 설명적이라는 인상이 들 수도 있지만, 영화는 그럴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는 용서라는 화두를 던진 뒤 인물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따라간다. 감정적인 접근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으로도 파고드는 점은 <오늘>의 가장 큰 미덕이다. 가령, 영화는 신앙의 이면을 조명하며, 선의를 위한 종교적인 행동양식이 오히려 상처를 곪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불합리한 사법제도를 꼬집기도 한다. 피해자는 수감됐던 가해자의 출소 소식을 알 수 없는데 반해, 가해자는 마음만 먹으면 피해자의 정보를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 점 등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영화는 사회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바꾸어 생각하는 건 아닌지, 또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정보(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불합리한 사법제도 등)를 너무 막아놓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끔 한다. 용서는 무조건 좋은 것이고, 또 옳은 것일까. 나는 지난날 내게 상처 준 가해자를 스스로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너무 쉽게 용서한 적이 있었나. 반대로, 남의 상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용서 운운한 적은 없었나. <오늘>은 관객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영화는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용서’의 개념을 흔들어놓는다. 그로인한 영화의 진동은 리듬감이 약해 흥은 좀 안 날지 모르지만, 결코 소모적인 것은 아니다. 영화 속 다혜의 대사 중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내겐 용서하지 않을 자유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내게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오늘>은 그걸 알려주는 영화다.
2011년 10월 24일 월요일 | 글_유다연 기자 ( celine327@movist.co.kr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0명
글쎄요 : 0명
진정한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