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울수록 짜릿해진다
애인, 그 이상의 만족
너는 펫
한번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매번 똑 같은 법칙으로 로맨스가 전개된다 하더라도 중독되고야 마는 하이틴 로맨스. 그리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슴 절절한 멜로. 주변에서 아무리 눈총 받아도 빠져들던 하이틴 로맨스는 언젠가는 너무 뻔하고 유치하게 느껴지고, 눈물 펑펑 쏟게 만들던 애절한 남녀의 멜로가 이제는 살짝 구질구질하게 다가올 때. 사랑스럽고 세심하기까지 한 남자가 슈퍼 우먼 역할에 지친 연상녀에게 펫으로 들어온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의 <너는 펫>은 무수히 쏟아지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들 사이에서 단연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 온다.
만남부터 빅 이슈가 되기 충분한 김하늘과 장근석이 <너는 펫>에서 첫 호흡을 맞추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주인공 김하늘은 <7급 공무원>,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이름 자체가 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 역사라 할 정도로 경쟁 없는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게다가 <블라인드>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목격자로 변신해 엄청난 티켓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일단 영화 내용을 들여다보자.
학벌도 좋고 수입도 좋은 잘 나가는 여자 은이(김하늘)는 자신이 너무 잘나기 때문에 남자들한테 차이는 현실이다. 남자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은이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에서 상자에 담긴채 비를 맞고 있는 인호(장근석)를 발견한다. 갈 곳 없는 인호는 은이에게 자신이 그녀의 펫이 되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은이와 인호는 한 집에서 주인과 펫으로 살게 된다.
애완동물이라면 여기서 나랑 같이 살 수 있지
밥은 주는 대로 먹어야 하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와야 하고,
이따금 재롱도 부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권은 전혀 없는 펫으로 말이야
말 잘 듣고 귀찮게 하지 않으면 키워 줄 수도 있어
그들은 서로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점점 가까워진다. 특히 재미있었던 장면은 손을 다친 인호의 머리를 감겨주며 은이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장면이었다. 은이는 인호에게 ‘모모’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 이름은 그녀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었는데, 아마도 그녀는 인호에게서 어릴 적 자신이 기댈 수 있던 모습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사랑도 사람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인 걸까?

<너는 펫>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주인님 김하늘과 호흡을 맞출 상대역은 최근 걸어 다니는 신드롬으로 주목 받고 있는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이다. <미남이시네요> <베토벤 바이러스> <이태원 살인사건> <즐거운 인생>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장근석이 그의 외모와 100퍼센트의 싱크로율을 발휘할 수 있는 <너는 펫>을 선택했다. 어떤 영화에서도 없었던 캐릭터인 인간 펫으로 분한 장근석은 만능 애교는 물론,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판타지에 가까운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을 선보이며 여심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모모를 씻겨주던 은이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모모와 함께 지내면서 풀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앞에 첫 사랑인 우성(류태준)이 나타난다. 전보다 더 멋있어져서 나타난 우성 앞에서 은이는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반면 인호와 있으면 편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우성과 함께 지내는 은이의 모습에 인호는 질투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개인적으로 질투하는 장면의 장근석은 꽤 귀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인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펫은 불안해져서 엄청 심술을 부리는 거래요
그런데 그럴 때 화내면 역효과가 나니까 다독여 주는 게 좋아요
이 영화는 오가와 야요이의 원작 만화 <너는 펫>을 원작으로 한다. 그리고 이미 2003년에 일본에서 코유키와 마츠모토 준을 주연으로 하여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다. 특히 일본 유명 그룹인 아라시의 멤버인 마츠모토 준은 이 전에도 <고쿠센>을 통해 국내에서 얼굴을 알린 적이 있지만, <너는 펫>을 통해 더 유명세를 탔다. 나도 <고쿠센>과 <너는 펫>을 비슷한 시기에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두 드라마에서 마츠모토 준의 캐릭터가 완전 반대였기 때문이었다. <고쿠센>에서는 반항기 있던 모습이 <너는 펫>에서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펫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 것도 놀랐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펫으로서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서 더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가상 결혼이라는 설정의 TV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젊은 남녀가 함께 살게 되는 드라마들은 파격적이라기보다 이제는 단골 소재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너는 펫>은 이제 ‘동거’라는 소재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사는 것을 넘어 주인이 된 여자와 펫이 된 남자의 로맨스라는 놀라운 관계로 몇 단계는 건너 뛰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놓고 섹시 로맨스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소재부터가 야릇한 상상거리를 안겨주기 충분한 <너는 펫>은 두 주인공 김하늘과 장근석의 매력까지 더해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점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었다. 영화 속에서 인호가 춤을 추는 역할이니만큼 장근석이 보여주는 춤과 노래가 적절히 섞여 들어가 더 영화를 부드럽게 만들어줬던 것 같다. 어쩌면 한 편의 뮤지컬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일에 지치고 사랑에 상처받는 현대 젊은 여성들에게는 기댈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나 가족에게 기대기 힘들 때 펫을 필요로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 여성들에게 이 영화가 힐링이 되길 바란다.
있지, 난 모모가 좋았다
조금 어려운 역할의 나였지만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의 나였지만 되게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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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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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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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우먼의 표본과도 같은 은이(김하늘)에게 딱 하나 모자란 건 연애세포다. 아무리 고소득 연봉이면 뭘 하나, 부담스럽단 이유로 남자한테 차이는 걸. 연애는 마음대로 안 풀리고 일복만 쌓이는 탓에 폭발 직전인 은이. 그녀 앞에 어느 날 인호(장근석)가 나타난다. 외로움을 달래려 펫(pet)이라도 키워볼까 싶었던 은이와, 쾌적하고 따뜻한 의식주가 간절했던 인호. 둘은 주인과 펫의 관계로 구두계약을 맺고 동거를 시작한다. 일본작가 오가와 야요이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너는 펫>의 가장 큰 무기는 캐릭터 설정에 있다. 젊은 남녀의 동거라고만 해도 자극적인데, 그 관계가 여주인과 남성 펫이라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신선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어떻게 영화적으로 풀어낼 것인지, 여기서 <너는 펫>의 숙제가 생긴다. 과제 해결을 위해 영화는 비주얼을 택한다. 캐릭터에 부합하는 이미지의 배우 김하늘과 장근석을 캐스팅, 여주인과 펫의 자리에 앉힌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기가 셀 것만 같은 여성을 유약해 보이는 남성이 살랑살랑 리드하는 구도 속에 밀어 넣는다. 영상 또한 뽀얗고 화사하다. 사람 이모티콘, 그리고 마치 유머 담당인 것 같은 은이의 친구들은 캐리와 친구들이 보여준 뉴욕식 브런치 문화로 화제를 낳기도 한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는 큰 얼개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로서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너는 펫>은 이야기 전개에서 점수를 깎아먹는다. 영화는 인간 펫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고전적인 남녀 이미지의 전복이라는 설정을 맞물렸는데, 이런 식의 이미지 반전은 이미 구식이다. 매력적이지만 당최 말이 안 되는 설정을 설득하기 위해 곳곳에 판타지적인 영상을 배치한 것도 영 어색하다. 하나의 설정을 위해 또 다른 설정을 내세웠는데, 그게 설득이 안 되는 느낌이랄까. 애초에 논리를 왈가왈부할 수 없는 소재라 하더라도, 이야기가 나아가는 힘은 설득력이다. 독특한 소재를 무기로 기세 좋게 시작한 <너는 펫>. 현실과 판타지의 접점을 찾으려다 괴리감만 높아진 것 같아 아쉽다.
2011년 11월 4일 금요일 | 글_유다연 기자 (celine327@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