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한 순간, 연애는 시작된다!
순정만화
영화 <순정만화>는 만화가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하여 영화화 한 것이다. 원작인 만화는 미디어 다음에서 연재 종료 당시 총 페이지뷰 6천만, 1일 평균 페이지뷰 2백만, 50만 리플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만화가 강풀의 첫 장편이었을 뿐 아니라 인터넷 최초의 장편 만화기도 했던 <순정만화>는 본격적인 인터넷 만화 시대를 연 작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영화화를 하면서 <꽃피는 봄이 오면>의 류장하 감독이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조연출을 맡았던 <봄날은 간다>의 시나리오에 참여했고 연출 데뷔작인 <꽃피는 봄이 오면>의 시나리오 역시 직접 썼던 류장하 감독은 원작의 정서와 주제는 살아있지만 영화만의 새로운 매력과 재미로 가득한 시나리오를 탄생시켰다. 원작에서 겨울이었던 배경은 여름으로 바뀌었고, 눈 대신 비가, 파란 커플 목도리 대신 파란 커플 우산이 등장한다.
영화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던 연우(유지태)와 수영(이연희)이 만나고, 지하철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강숙(강인)이 하경(채정안)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연우는 수영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강숙은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던 하경을 관찰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인 다정(수영)과 함께 지하철로 등교하던 수영은 교복에 넥타이를 빠트린 것을 알고 당황한다. 그리고 같은 지하철에 타있던 연우에게 교복 넥타이와 비슷한 넥타이를 빌려간다.
아저씨, 동사무소도 넥타이 꼭 해야해요?
우린 넥타이 안하면 화장실 청소해야 하는데...
좀, 빌려주세요!
영화에서 몇 가지 바뀐점이 있다. 원작에서 수영과 마찬가지로 고등학생이었던 강숙은 스물 두 살 동사무소 공익근무요원으로 바뀌었으며, 회사원이던 연우의 직업이 동사무소 직원으로 바뀌면서 연우와 강숙의 관계도 전혀 새롭게 펼쳐진다. 수영은 엄마와 둘이 사는 설정으로 바뀌었고 원작에 없던 단짝친구 다정이 등장해 여고생의 발랄한 매력을 한껏 뽐낸다.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하는 하경의 이야기 역시 전혀 새로운 맥락에서 펼쳐졌다. 또한, 6명이 주인공이던 원작을 네 명의 이야기로 압축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냈을 뿐 아니라 분위기 역시 한층 경쾌하고 밝아졌다.
영화 <순정만화>의 매력 중 하나는 주인공 4명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변의 이야기까지 들려준다는 것이다. 수영의 학교생활, 연우가 자주 들르는 세탁소 등 여러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짜 사람이 사는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같은 동네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주인공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자주 부딪히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섞여들어간다.
수영과 연우는 넥타이를 돌려주기 위해 다시 만나고,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연우는 자신과 다른 엉뚱한 매력의 수영에게 점점 관심을 갖게 된다. 하경을 쫓아다니던 강숙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하경은 전혀 속마음을 짐작할 수 없는 행동으로 강숙을 어지럽게 한다.
아저씨는 몇 살이에요?
서른 살이요
열 두 살 위네요, 저보다
열 여덟 살? 동갑이네요, 띠동갑
원작의 인기가 높을수록 원작 속 캐릭터와 실제 배우의 이미지가 흡사한 정도를 뜻하는 신조어인 ‘싱크로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류장하 감독이 ‘운이 좋았다’고 밝힐 정도로 <순정만화>는 유래 없이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감독과 원작자뿐 아니라 출연한 배우들마저 서로를 보며 ‘잘 어울린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근의 강한 이미지를 벗고 어수룩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 유지태, 직선적이고 톡톡 튀는 성격의 ‘요즘 여고생’ 그 자체인 이연희, 슬픈 눈빛과 여성스러운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채정안, 관계자 모두가 원작 속에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말)’라고 인정하는 저돌적인 연하남 강인은 생동감 넘치는 매력으로 영화만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재미있게 보아야 할 장면 중 하나는 원작자 강풀이 최초로 연기에 도전한 장면이다. 류장하 감독의 특별 캐스팅으로 영화 <순정만화>에 카메오 출연한 것이다. 원작 만화에서 ‘편의점 총각’이라는 코믹한 캐릭터로 자신을 출연시켰던 강풀이지만, 실제로 연기에 도전한 것은 처음이다. 강풀이 맡은 캐릭터는 네 주인공을 연결시켜주는 ‘파란 우산’을 파는 우산장수다. 수차례에 걸친 류장하 감독의 출연요청에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강풀은 ‘어색함이 컨셉이다’라는 캐릭터 설명을 듣고서야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비록 짧은 대사긴 했지만 당일 이연희, 강인, 수영과 함께 촬영에 임한 강풀 작가는 몇 차례의 NG 끝에 무사히 촬영을 마친 후 “연기는 너무 어렵다. 만화 그리길 정말 잘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숙아, 넌 하경씨가 그렇게 좋냐?
그럼, 하경이는 내 하루에요.
하루 종일이 다 하경이야.
영화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흘러간다. 큰 사건이나 속도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실제 우리 삶 어딘가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그리고 유지태와 이연희가 영화 속 12살이라는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어울린다는 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류장하 감독의 자연스럽고 섬세한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연애 이야기를 과장되게 꾸미지 않고 연출한 점이 더 드라마틱하고 공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노래들은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더욱 영화속으로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왜 나한테 데이트 신청 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