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May 18, 2007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5.18 민주화 운동 – 그날의 아픔과 희생을 통해 이루어낸 민주주의를 기억해주세요.

요즘 같은 시기에 약간은 정치적 발언이 될까 겁이 살짝 나지만, 그래도 본 영화의 리뷰어로써 솔직 감상 후기를 남겨볼까 해요. 굴곡진 우리 나라의 역사 중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시 한번 세간에 알리게 된 <화려한 휴가>는 나름 찬반의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처한 현실과 타협하여 불의 앞에 눈감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영화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통하여 그래도 ‘가치 있는 것을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했으니까요.

당시 5월에 광주에는 두 집 걸러 한 집이 초상집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민우(김상경)은 동생 진우(이준기)와 둘이 살면서 택시를 모는 광주의 택시기사였습니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이 남자는, 하루 하루를 신애(이요원) 생각에 설레어 하고, 수줍은 마음에 손도 잘 못 잡는 부끄럼쟁이 아저씨입니다. 소심한 건 타고났지만, 그래도 동생과 애인 만큼은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남자였죠. 그러다 어느 날, 광주에 계엄군이 탱크를 몰고 들어오게 되고, 평화로웠던 광주는 점차 불안한 기운을 띄더니 계엄령을 해지를 요구하는 학생들을 탄압하게 되죠.

계속되는 시위에 정부의 사람들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이후에는 점차 일반 시민에 대한 탄압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날은 점점 흉흉해지고, 민우는 늘 진우에게만은 그 불똥이 튀지 않기를 기도하고 기도하였으나.. 결국 진우는 시위대 진압에 휩쓸려 형을 떠나게 되고, 진우를 비롯한 여러 일반 시민들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광주시민 전체가 분노하게 됩니다.
이제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무장을 한 시민군으로 활동을 하게 된 광주시민들. 본격적으로 시민군이 조직되기 시작하자 계엄 사령부는 광주를 고립시키고 철저하게 사실을 숨기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격한 반발을 시도하는 와중에 계엄군 쪽도 피해를 입게 되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남 도청을 근거지로 한 시민군들을 달래기 위하여 도청을 버리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하지만 이미 일반 시민의 죽음에 화가 난 광주시민들은 끝까지 항전하기로 서로를 북돋아가며 단단히 뭉치게 됩니다.
하지만 신애의 아버지 박흥수는(안성기)는 전 군인 출신으로써, 시민군으로 활동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일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 딸 신애와 민우를 돌려보내려고 해요. 그렇게 민우는 신애를 집에 데려다 주고, 도청에 한번 더 다녀오기로 하였으나, 도청 내 잔류 시민군을 덮치려고 접근한 계엄군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당시 불안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무력으로 군부와 정치권을 장악한 세력이 군사통치 시대로의 회귀를 꿈꿀 때, 일어난 운동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감상한 이후 여러 가지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만, 사실 1980년대의 광주 모습은 영화가 보여준 것 이상으로 처참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야 적절한 웃음 포인트 라던지 각 캐릭터 별 에피소드를 통하여 다소 무겁지 않게 다루려고 한 부분은 있었던 것 같지만, 이 영화는 ‘당시의 실제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광주 내부에서는 똘똘 뭉쳤으나 그보다 더 큰 시련이 찾아와 그들을 절망으로 몰고 갔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날의 슬픔과 공포와 용기를 한꺼번에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된 광주에서 아들 같은, 동생 같은, 그리고 옆집 친구 같은 시민군을 위한 배급반의 모습은 비록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은 부족하지만, 미미한 힘이라도 보태려는 그 마음이 여실히 보여지는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아련했네요.

당시에는 폭도라고 불렸으나 이후 ‘용기 있는 민주화 항쟁’이라고 불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표현한 화려한 휴가(작전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작전명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네요)의 마지막 장면이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신애가 외친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부분은 정말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연기자들의 성숙하고 숙련된 연기를 통하여 뭉클함과 동시에 투쟁심에 불을 붙이는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이 영화를 본적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위하여 어떠한 사람들이 어떻게 희생해 왔는지, 한번쯤 영화를 통하여 간접 경험을 해도 좋을 것 같네요. 그들도 단지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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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광주 이야기가 알고싶으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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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llJennyll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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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행하는 건 어렵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그 실천이 왜 어려운지, 그리고 그 실천이 왜 고귀한지를 알려줬다. 아는 것을 행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 삼아야 했지만 옳은 것을 위해 선명한 죽음을 각오했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찾아오는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과 5.18 묘역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기념한다. 하지만 아직 그것만으론 ‘그들을 기억하는가?’란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것 같진 않다. 1980년 5월 18일, 공수부대원들의 광주 진압 작전명을 고스란히 제목으로 옮긴 <화려한 휴가>는 그날의 기억들을 스크린에 소환한다. 우리가 단지 '알고 있던' 이야기들은 내리치는 곤봉과 발포되는 총격 너머로 터져 나오는 절규와 비명으로 인해 이미지로 구체화된다. 단순히 전해 들었던 사실을 직접 목격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그것은 <화려한 휴가>가 죄 없이 맞아 죽어가는 이들의 참담한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그 상황을 지켜보며 현장에 서있던 이들의 분개 어린 모습과 같은 심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을 선동하진 않는다. 그건 <화려한 휴가>가 역사적 서사보단 인물적 묘사를 위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사실 <화려한 휴가>는 소재의 중압감을 극적 분위기에 전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는 때론 발랄하고 즐겁다. 이는 입담이 걸쭉한 조연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시민군이기 이전에 시민이었던 이들의 평범하고 소탈한 일상을 잘 그려내고 있는 덕분이다. <화려한 휴가>는 생생한 현장이 아닌 진실된 표정에 주목한다. 영화가 제시하는 이미지는 객관적일지라도 그것이 담고 있는 감정은 주관적이다. <화려한 휴가>는 현장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현장의 시각적 재현보다 현장에 형성된 정서를 먼저 세운다. 이는 동시에 <화려한 휴가>가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5.18이라는 역사적 연대표를 숙지하고 있다는 것 이상의 진실에 대한, 현장에 흐르던 뜨거운 피를 마주하고 흐르는 눈물을 닦는 작업이다. <화려한 휴가>가 시작부터 그 날보다 그 곳을 먼저 둘러보는 것도 그 까닭일 것이다. 그들이 든 총보다 총을 잡아야 했던 손을 먼저 살핀다. 물론 <화려한 휴가>는 소재의 비장함에 걸맞은 심정적인 애통함을 연출한다. 이유 없이 맞아 죽은 이의 주검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입에서 흐르는 붉은 선혈에서, 하루 아침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가족과 친구의 주검을 앞에 둔 오열로부터 전해지는 가혹함을 무덤덤하게 견디기 힘들다. 현실의 대면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건, 그 사실에 대해 진지하지 못했던 자책감, 혹은 우리도 모르게 공유해야 했던 참담한 역사의 간접 체험이 낳은 심정적 충격을 인정해야 하는 비통함 탓인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저항했던 선진시민의 의식 수준을 찬양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편했겠지만, 죽음 앞에서도 기꺼이 연대에 동참했던 인간적 장렬함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심적 통증이 유발된다. “총보다 무서운 게 뭔지 아나? 그건 사람이야.” <화려한 휴가>는 역사라는 연대표 안에서 박제처럼 밀려나버린 사람들의 진실을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했다. 우리는 분명 어느 누군가가 피 흘려 키운 나무의 그늘 아래 있다. <화려한 휴가>는 부탁하고 있다. 기억해 달라고. 우리에게 그늘을 드리운 이름들을. 기념이란 화려한 접대 대신 관심이란 소박한 손길로. 물론 <화려한 휴가>는 상투성으로 채워진 영화다. 하지만 그 현장을 주목하기 위해 27년을 기다린 카메라는 결코 부끄럽지 않다. 그건 욕심이 아닌 신념이다. 우리가 알면서도 지나쳤던 것을 이야기하려는 신념, 그 정당한 신념에 박수를 보낸다.
2007년 7월 6일 금요일 | 글_민용준 기자 (kharismania@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