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를 위하여
나는 여러 가지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 로맨스, 액션, 코미디 등 스릴러나 호러 장르만 빼고는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특히 스토리가 잔잔하고 힐링이 되는 영화와 음악이나 춤이 주제인 영화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피아노가 주가 되는 잔잔한 힐링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시끄럽거나 자극적인 내용은 없지만 뭔가 눈길을 끄는 힘이 있다.
영화를 처음 알게 되고 ‘호로비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는 20세기 러시아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현존하는 피아니스트들이 뽑은 ‘가장 부러운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다가 죽기 3년 전인 1986년, 꿈에 그리던 고향 모스크바에서 ‘61년만의 귀향 연주회’를 가졌다. 그리고 지금도 그 연주회는 그의 평생에 가장 아름다운 연주로 알려져 있다.
호로비츠같이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재능이 부족해서 변두리에 피아노 학원을 열게 된 지수(엄정화)는 첫 날 어떤 꼬마 남자아이에게 메트로놈을 빼앗긴다. 메트로놈을 뺏긴 아이는 폐지를 주우면서 사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경민(신의재)이였다.
꿈이 이루어졌다면
난 지금쯤 세계를 돌며 연주여행을 다니고 있어야 했다
이런 변두리에서 피아노 학원을 시작하게 됐지만,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학원은 열었지만 생각되로 잘 되지 않는 지수의 피아노 학원에 나타난 경민은 피아노 학원을 마구 어질러 놓고는 도망간다. 이래저래 일이 잘 안풀리는 지수는 마음을 달래려 피아노를 치고, 지수를 도우러 학원에 왔던 아래층 피자집 사장 광호(박용우)는 그런 지수를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서로를 변화시키는 기적 같은 만남에 관해 다시금 일깨우는 영화이다. 피아노로 인해 열등감을 갖게 된 지수는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상처를 자존심으로 감싸 안으며 살아간다. 어느날 만난 이상한 천재소년. 피아노로만 세상을 보는 소년 경민 역시 남모를 상처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건 불우한 천재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소년을 이용하려던 선생님은 소년을 알게 될수록 진정으로 소년의 상처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소년 또한 아무에게도 열지 않았던 마음을 선생님에게만 열며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던 이들의 인생은 이토록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아름답고 긍정적인 삶으로 변화한다. ‘사람은 섬이 아니다’라는 ‘어바웃 어 보이’의 휴그랜트 대사처럼 사람과 사람은 어울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사람으로 인해 이토록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지수는 경민이 피아노 학원의 전단지를 모조리 뜯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경찰서에 경민의 할머니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는 경민의 할머니와 싸우다 어쩌다가 경민을 맡게 된다. 그러다가 그녀는 경민이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음에도 천재적인 절대음감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수는 경민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네 이름이 윤경민이라고 했지
너도 이름이 있는 것처럼 얘네 건반들도 다 자기들 이름이 있어
얘는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시나리오를 쓴 김민숙 작가는 우연히 TV에서 이태리 부즈르 피아노콩쿨대회 장면을 보게 된다. 콩쿨에선 총 3곡을 연주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이윤수’라는 한국소녀는 단 한 곡만 연주를 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실격처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 심사위원들은 그녀에게 대상을 주었다. 이 장면을 보며 김민숙 작가는 천재와 범인 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범인은 평생 노력해도 모짜르트 같은 천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몇 날 며칠 맴돌던 차에, 호로비츠의 변주곡 ‘결혼행진곡’을 듣고 무작정 ‘호로비츠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쓴 뒤, 2주 만에 이 시나리오의 초고를 완성했다. 천재와, 천재가 아닌 우리 대다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낸 이 시나리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실화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수는 경민을 가르치며 점점 성장해가는 경민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경민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키워내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경민과 지수의 이야기를 중심을 펼쳐지지만, 중간중간 지수를 향한 광호의 사랑이 아주 귀엽게 그려져서 자친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활기를 넣는다. 그러던 어느 날, 경민은 택시 불빛을 보고 과거의 사고를 기억하며 힘들어하고, 그런 경민을 지수는 피아노로 위로한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작은 꿈이란 뜻이야
선생님 꿈이 뭔 줄 아니?
호로비츠 같은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야
아이를 유난히 좋아하고 배려심이 많은 엄정화는 아역배우와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의 특성상 아이와 돈독한 관계를 맺는 것에 신경을 썼다. 언제나 무릎에 앉히고 모니터를 봤고, PSP 게임을 함께하면서 정을 쌓아갔다. 엄정화는 의재를 보면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난다며 영화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는 선생님을 위한 연주 장면에서 “경민이가 나를 위해 연주를 하는데 눈물이 나서 죽는 줄 알았어.” 라며 이미 선생님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엄정화와 신의재가 펼친 감동적인 눈물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이다.
경민이의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으로 인해 소문이난 지수의 피아노 학원은 아이들로 북적이고, 그런 과정에서 경민은 소외감을 느끼고 지수의 관심을 끌려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힌다. 사랑받지 못한 경민의 마음이 삐뚤어진 행동을 표현되는 것을 보고 나도 마음이 아팠다. 처음에는 그런 경민을 이애하지 못하던 지수는 점점 경민을 이해하고, 경민과 함께 피아노 콩쿨 준비를 하게 된다. 경민은 지수와 함께 지내면서 한층 밝아지고, 지수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따르게 된다.
피아노 잘 배우고
할머니 없어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해
할머니 없으면 이 세상에서 너 혼자뿐이야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맺어주는 매개체는 피아노와 음악이다. 때문에 영화에서 피아노와 음악은 하나의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인물들의 감정을 연결시켜 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언어로서 관객의 가슴에 다가간다. 한국최초로 시도되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음악영화로서도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그 가치가 남다르다.
<스캔들>, <장화홍련>, <연애의 목적>, <왕의남자> 등 쟁쟁한 작품들의 음악을 담당했었던 이병우가 이번에는 자신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라고 일컫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음악감독을 맡았을 뿐 아니라, 클래식계에서는 천재적 연주솜씨로 이름이 나있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특별 출연을 했으며, 엄정화는 이병우 감독이 작곡한 영화의 주제곡 ‘나의 피아노’를 직접 불러 주연배우이자 음악스탭으로도 참여했다. 이병우가 작곡한 천재소년의 천재연주,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영화 곳곳을 수놓는 쇼팽의 ‘강아지 왈츠’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모짜르트의 ‘쾨헬 op.20’ 바하의 ‘인벤션’ 등의 명곡들은 한층 영화의 아름다움을 더하며 관객이 느낄 감동의 수위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영화 속에서 경민을 가르치며 지수가 성장해나가고, 지수와 피아노를 통해 위로 받은 경민이 점점 자라는 것을 보면서 나도 힐링을 받은 것 같다. 중간에 슬픈 장면이 있어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면 정말 잘 봤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피아노를 주제로 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영화이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것입니다
그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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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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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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