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달린다, 2009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서 형사 조필성 역할을 맡게된 김윤석은 영화 <타짜>에서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악역 "아귀". 그리고 2008년 500만 이상의 관객동원에 성공한 <추격자>에서 연쇄 살인마 지영민(하정우)을 끝까지 추격하는 전직형사 출신 "중호"역할로 완벽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2008년 대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휩쓸기도 했다.
배우 김윤석의 전작 <추격자> 에서 인상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거북이 달린다>의 시골형사 역할은 김윤석이 어떻게 소화해 낼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추격자>가 스릴러 이면서 액션도 나오는 긴장감 있는 영화로 극중 중호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많이 부각되었고, 영화 <거북이 달린다> 에서의 순박한 시골형사 조필성 은 생활고에 힘들어 하며 만화가게를 하고 있는 부인과 사랑스러운 딸들을 지키기 위한 40대 초반의 가장으로 나온다. 형사의 활약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둔 듯하다.
김윤석이 출연한 두 영화에서의 형사역에 작품의 유사성을 의심하곤 했는데 이연우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5년 전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해온터라 전직 형사와 현직 형사라는 직업만 마음에 걸렸을 뿐 다른 부분은 전혀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추격자>와 <거북이 달린다>
<거북이 달린다>와 <추격자>. 두 작품에 김윤식의 출연으로 두 영화의 스토리가 비슷하다는 말들이 많았는데 <추격자>에서는 전직형사 엄중호로 <거북이 달린다>에서는 현직형사 조필성으로 형사라는 공통점과 범죄자를 추격해나가는 상황의 전개가 비슷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물의 성격과 범죄자를 응징하는 서로의 캐릭터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거북이 달린다>의 조필성은 인정받지 못하는 형사이고, 그의 딸 에게는 변변찮은 아버지 이며, 아내에게는 구박만 받는 남편이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최고일 정도로 착한 가장인데 <추격자>의 엄중호는 썩어빠진 부패 경찰로 비리를 저지르고 사직 당한 후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며 인간적인 따뜻함은 찾아볼수 없는 차가운 어둠속의 인물이다.
탈주범 송기태(정경호)는 다방 종업원인 경주(선우선)와 해외로 도피하게 위한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범죄를 저지르지만, 연쇄 살인범 지영민(하정우)은 출장 마사지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여성들과 노약자들 만을 상대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다. <추격자>는 나쁜남자들끼리 치열한 싸움을 주제로한 스릴러인 반면 <거북이 달린다>는 직장에서나 가장으로써 위기의식을 느낀 40대 가장의 사랑과 명예회복을 해나가는 코믹 액션 드라마 이다. 김윤석의 형사라는 직업을 통해본 두개의 캐릭은 닮은듯 하나 상반된 부분들이 많은데 서로의 성격이나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비교하면서 본다면 훨씬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것이다.
이연우 감독의 <거북이 달린다>라는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거북이가 달린다는 이 말 한마디에 영화속의 주제가 암시되어 있는듯도 한데, 도피중인 탈주범 송기태를 쫒기위해 뭉쳐진 형사 조필성(김윤석)의 친구와 후배들의 어설픈 조합은 거북이의 느릿함과 잘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경찰의 수사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들의 포위망을 손쉽게 벗어나는 기태가 다방에서 배달하는 내연녀 경주(선우선)를 만나기 위해 마을로 들어오던 날, 조필성(김윤식)은 보도방 수사중 발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직 3개월을 당한 상태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집에 들어가면 만화가게를 운영하는 5살 연상의 아내(견미리)에게 구박 당하는 신세이고, 동료들 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며 적합하지 못한 방법으로 짭짤한 수익을 챙기던 필성(김윤식)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도중 우연히 송기태(정경호)를 지나치게 되고, 자신의 돈가방을 탈취하여 사라진 송기태를 잡기위해 필성은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추적 하게 된다.
점심 식사가 하루의 일과이고, 돈을 건네는 포주를 위해 상대 포주를 잡아 들이는 함정수사도 마다하지 않으며 아내의 통장에서 몰래 돈을 꺼내 소 싸움에 내기를 거는 한심한 시골 형사가 탈주범 기태를 잡는다는건 힘겨운 승부 이다. 형사의 신분과 모든걸 걸고 잡으려 하지만 송기태 에게 번번히 조롱당하게 되고 동료경찰 들과 서울에서 송기태 검거를 위해 파견된 수사대 역시도 필성을 신임하지 않는다.
20년만에 영화 출연을 결심 하게된 견미리
극중 조필성(김윤석)의 아내로 출연하게 된 견미리 는 아직도 예전의 미모를 유지하며 20대 못지않은 고운 피부로 20년만에 영화 출연을 하게되었다. 만화가게를 운영하며 억척스러울 정도의 생활력으로 정작 자신은 구멍난 사각팬티를 입으면서도 딸과 남편을 위해서는 희생을 감수해 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애들을 재워놓고 필성은 아내(견미리)에게 다가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그녀의 구멍난 팬티를 보게된후 담배를 피우러 나가버리자 견미리는 긴 한숨을 몰아쉰다. 이 장면에서 안아줄것을 내심 기대하던 그녀가 아쉬움만 남긴채 밖으로 가버린 필성에 대한 야속함으로 한숨을? 이런 생각하며 웃음짓게 하지만, 정작 밖에 나온 필성은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 짠한 마음을 갖게된다.
자신의 속옷 하나 조차도 아까워서 쉽게 쓰지못하며 모아둔 돈을 필성은 쓰게되고 그걸 알게된 견미리는 필성을 팬티 바람으로 쫒아 내버린다.비록 만화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그녀의 속살을 힐끔거릴 정도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는 생활의 힘겨움 으로 억척스럽고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필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어쩌다 보니 20년만에 영화 출연을 결정 했다는 견미리는 그동안 영화는 두려워서 다른 영화의 시나리오 조차도 안 보고 거절했었다고 하는데 <거북이 달린다>는 김윤석이 출연 한다고 해서 용기를 냈다고 한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선배님이라며 깍듯한 김윤석이 카메라가 돌아가면 결혼10년 차 부부처럼 편하게 해주어서 거북이 등에 올라타 놀다가 온 기분이 들었다며 영화 출연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수년간의 노력끝에 만들어진 <거북이 달린다> 이연우 감독의 탁월한 섭외 능력
2002년도 이연우 감독의 <2424>에서는 전광렬, 정웅인, 김래원, 소유진, 주현, 예지원 등 유명배우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그해 최악의 영화로 꼽힐만큼 수난을 당했는데 <2424>이후 첫작품인 <거북이 달린다>에서의 이연우 감독의 연출력은 그때 어떻게 그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연우 감독의 <거북이 달린다>는 7년만에 나온 영화로 2002년 초고가 나왔을때는 대학로의 연극배우 들 에게 리딩을 부탁했었고 그때 <거북이 달린다>의 형사 필성 의 친구 신정근(극중 용배) 이 탈옥수 송기태 역할을 해주었다고 한다. 당신 리딩을 해준 연극배우 들이 4년후 <거북이 달린다>의 용배(신정근)패거리들로 탄생되어 영화의 감초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2002년 영화<2424>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약속><와일드 카드>의 작가 이만희 선생님께 시나리오를 다시 배웠고, 완성된 시나리오를 당시 일면식 도 없었던 김윤식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추격자>로 김윤석은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 그가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긴장감도 있었다고 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반응은 빨랐고, 시나리오 전달된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김윤석의 주연확정을 시작으로 탈주범 송기태역할의 정경호를 만나게됬는데 처음 접할때 어리고 유약한 그가 해낼수 있을까 걱정됬지만 카페에서 마주한 정경호의 눈빛도 강렬했고 남자의 냄새가 났다고 한다.그뒤로도 이연우 감독의 섭외 능력은 빛을 발하며 일사천리로 스탭들을 섭외하게 되고 5년여간의 준비과정을 거친 <거북이 달린다>가 완성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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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소외받고 계시는 가장들이여~꼭 보시고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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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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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면 운곡리의 조필성(김윤석)은 한적한 시골에서 치안 유지보다도 집안의 경제난 해소가 더 고민스러운 한량 형사다. 만화방을 운영하며 남편의 쥐꼬리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아내(견미리)의 바가지는 득달같고, 두 딸에겐 매일같이 면목이 없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행운이 찾아온다. 소싸움 대회를 주관하던 중, 불현듯 찾아온 예감에 아내의 통장을 훔쳐다 판돈을 걸자 열 배의 배당금이 쏟아진다. 하지만 행운은 곧 불운으로 돌변한다. 친구에게 맡긴 배당금을 찾으러 가던 중,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정경호)를 만나고, 돈도, 자존심도 모두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리고 추격이 시작된다. 거북이 달린다. <살인의 추억>은 시골이란 정체된 정서의 공간에 스펙터클한 서스펜스를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추격자>는 추격의 대상을 숨기지 않고도 긴박한 추격전을 만들 수 있음을 (한국의 영화적 토양에서) 증명했다. 신분을 감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격자>와 유사한 구도를 보유한 <공공의 적>은 형사로서의 제도적 처벌보다도 개인적인 복수심에 근간에 둔 주먹질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결말을 그린다. 앞서 나열한 세 영화의 공통분모는 무능한 경찰력이다. 과학수사를 운운하거나, 직감을 따라가거나, 혹은 불법을 자행하거나, 범인들은 항상 형사들을 제치고 능수능란하게 빠져나간다. 이는 <거북이 달린다>도 다르지 않다. 다만 여기서 ‘거북이’는 형사를 겨냥한 단어가 아니다. 구체적인 언어를 동원해 설명하자면 ‘시골’의 ‘서민’ ‘가장’ 형사다. 향토적 풍경을 바탕으로 축조된 수사물이란 점에서 <거북이 달린다>는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를 연상케 하는 장르적 환경과 구조를 지닌다. 동시에 그 추격의 주체와 객체가 형사와 범인이라는 공적 신분을 벗어나 개인과 개인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피날레를 연출한다는 점에서 <공공의 적>이 떠오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거북이 달린다>는 앞선 세 영화와 활성화된 에너지의 유형이 다르다. 앞선 세 영화가 고체처럼 단단하게 응축된 서스펜스를 기본적인 영화적 질량으로 삼은 장르물이라면 <거북이 달린다>는 액체처럼 유연하게 출렁이면서 종종 넘쳐흐르는 방식의 코미디에 가깝다. 눈에 띄는 건 스토리보다도 캐릭터이며 전반적인 분위기보다도 순발력 있는 리듬이 관건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날렵한 탈주범과 그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시골의 느슨한 형사 사이엔 좀처럼 메울 수 없는 빈틈이 보인다. 공권력을 농락할 정도로 두뇌가 비상하고 운동신경 또한 발군인 송기태에게 조필성은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적수다. 이는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처럼 방심하기 좋은 상대인 셈이다. (동화의 관계를 염두에 둔 제목처럼) <거북이 달린다>는 방심하는 토끼를 쫓아 달리는 거북이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다. 그리고 그 거북이는 시골에 사는 서민이자, 가장이며, 아버지다. 형사의 추격전이라기 보단 촌놈의 사투에 가깝다. 촌스럽고 느슨한 루저의 승리를 연출하기 위한 서사를 그린다. 이성적으로 직조된 것이라기 보단 감정적인 결과물에 가깝다. 그만큼 선악의 관계는 배제되고 개인적인 사연이 중시된다. 형사도, 범인도, 제 나름의 사연이 있다. 다만 그 사연의 비중이 다르고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편애가 형성된다. 드라마틱한 감정을 주조하는 코미디로서 좀 더 효율성이 뚜렷한 <거북이 달린다>는 장르적 동선을 밟아나가는 덕분에 장르적 기시감을 부르지만 종종 느슨하게 풀리는 속도감을 활용해 유머를 발생시키고 드라마틱한 감정을 주조하는데 좀 더 효율성이 뚜렷한 작품이다. 장르적 비범함보단 평이한 드라마로서의 야심이 짙다. 추격전의 구도에 곁가지를 치는 가족주의의 감성으로 이뤄진 <거북이 달린다>는 지극히 단순한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지만 종종 명확하게 나아가지 못하고 주춤함으로써 일관성 있는 리듬감에서 벗어나곤 한다. 하지만 연주력의 공백을 메우는 건 배우라는 악기다. 주연과 조연 가릴 것 없이 <거북이 달린다>의 캐릭터를 이루는 배우들은 제 역할에 충실하다. 특히 김윤석은 마치 악센트와 같은 강세를 찍으며 단조로운 이야기에 특별한 음색을 새긴다. 다만 대비를 이루는 캐릭터의 세기가 좋은 형태를 이루지 못해 종종 사연의 중심이 흐트러지는 인상이 감지되고 그만큼 결말부를 장식하는 쾌감이 약해진다. 그럼에도 <거북이 달린다>는 환경을 잘 응용한 코미디이자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오락영화다. 과하거나 부족한 지점이 눈에 띄지만 마이너스와 플러스의 총합의 균형이 적절하다.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얻는 마지막 성취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촌놈을 위해 배려된 작위적 송가라지만 그 소박한 에너지가 온전히 전달되는 기분이다. 그 순박한 자질이 밉지 않다.
2009년 6월 15일 월요일 | 글_민용준 기자 (kharismania@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