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Take Care Of My Cat, 2001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있자니, 나의 흔들리던 스무 살이 떠올랐다. 대사 하나 하나가 내가 스무 살 때 했던 나의 생각과 놀랍도록 같은 평행선을 가고 있다니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모두 같은 교복에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간에 똑같은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고 공부했었는데, 교복을 벗게 되자 각자 있는 위치가 달라진다는 현실을 너무나도 사실적이게 표현하고 있었다. 나는 그 시절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헷갈리면서 힘들게 지나왔던 시간인데, 영화 속 태희, 혜주, 지영 또한 나름의 문제들을 안고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이 친구들. 태희(배두나 분)는 자유를 추구하고 이 영화 속 길라잡이 같은 존재이다. 지영(옥지영 분)과 태희의 대화를 통해 이 둘이 처해있는 상황과 생각이 명백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면 중에서 중년의 여자 거지가 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 태희는 자유로워서 부럽다고 말하고 지영은 저렇게 될까봐 무섭다고 말한다. 태희는 이곳저곳 떠돌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태희는 고기잡이배를 타고 떠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페미니즘적인 영화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페미니즘적인 사상을 가진 것으로 뚜렷하게 표현되는 캐릭터가 태희 이다. 가부장제적인 가정에서 억압당하는 존재로 비춰지고 그 속에서 답답해하고 벗어나고 싶어 한다. 태희의 어머니가 억압받았던 삶을 태희는 이어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영은 꿈이 있지만 꿈을 꿀 형편조차 되지 않아 현실에서 먹고 살기위해 애를 쓴다. 이 같은 물질의 차이는 혜주(이요원 분)와 지영사이에도 나타난다. 혜주와 지영은 고등학교 시절 사이가 제일 좋았는데, 지금은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가치관이 변하면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친구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친구의 의견을 들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친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 기본이 되지 못해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되었다. 사람은 모두 변한다는 변증법에 의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어떻게 변하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준다.
이렇게 이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변하게 된 것은 개인의 문제, 가치관의 변화로만이 아니라 사회가, 즉 환경이 그들을 변하게 만든 것이다. 지영의 집은 너무나 가난해서, 정말 집이 무너져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 지영은 당장 먹고 살기에도 정신이 없다. 그러나 혜주는 주식회사에 들어가면서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에 찌들어 외모, 돈 이 외에 것을 추구하는 친구들의 꿈은 모두 짓밟고 무시한다. 그렇다고 혜주를 무조건적으로 손가락질 할 수 없다. 우리주변에서도 어쩌면 내 자신에게서도 혜주의 모습을 엿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구조가 그녀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말하는 고양이는 어떤 의미일까. 젊은 날의 그들에게 ‘고양이’라는 것은 그들의 청춘, 자아, 꿈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는 처음 지영이 혜주에게 생일선물로 준다. 그러나 혜주는 여건 상 키울 수 없다고 지영에게 다시 돌려준다. 이런 모습은 꿈을 가지고 있는 지영이 혜주에게 꿈, 청춘을 나누어주었지만, 혜주는 현실에 부딪쳐 꿈, 청춘 등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 속 장면 중에 고양이 ‘티티’가 지영의 옥탑방 밖 지붕으로 도망 가 지영이 지붕으로 올라가 티티를 찾는 모습은 그녀가 떨어 질까봐 아슬아슬 하다. 이런 위험한 모습은 지영이 현재 처해 있는 환경이 투영되어 지영의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삶이 표현 되었다.
영화 속 사회는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지영이 면접을 보러 간 회사에서 면접관인 남자들은 이상한 질문들을 한다. 여성을 자신들보다 아래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우습게 여긴다. 면접관들은 지영에게 우스운 질문들을 던지고 지영은 난감해하고 불만 있는 표정이지만, 강하게 반박하거나 감정표현을 하지 못한 채 참고만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것은 이 같은 사회에 불만이 있지만 강하게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영화 속 또 한 장면은 태희 가족의 저녁식사 장면이다. 태희 가족의 저녁식사는 가부장제적인 그들의 가풍을 보여준다. 태희의 아버지는 태희가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한 채 종업원에게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하고, 주문을 해버린다. 그의 동생 또한 남자라는 이유로 누나인 태희를 무시한다. 이 속에서 태희와 태희의 어머니는 억압된 삶을 살아간다. 그 속에서 태희의 어머니는 그 삶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면서 힘들어하고 지병을 얻었지만, 태희는 그런 삶을 거부한다.
영화 속 가장 페미니스트적인 인물이 태희이다. 그런 태희는 결국 부모님의 돈을 훔쳐 자신의 꿈을 쫓기로 한다. 지영 또한 태희와 함께 떠난다. 태희의 행동적인 페미니즘이 지영을 이끈 것이다. 이후 고양이는 마지막에 쌍둥이 자매 친구 비류, 온조에게 맡겨진다. 고양이는 5명의 친구들 손에 모두 돌고 돌았다. 이같은 것은 그들의 꿈, 청춘, 자아는 돌고 도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는 여고생, 여대생들의 생각을 소탈하게 그리고 가감 없이 보여준다. 또한 감정들을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 해 현실 속 이야기로 착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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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스무살을 회상하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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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이슬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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