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도 살인사건
Paradise Murdered, 2007
김한민 감독의 첫 데뷔작이 었던 <극락도 살인사건>은 2007년 개봉당시에 관람한적이 있었지만, 이번기회를 빌어 다시보게 되면서 그때 보지못했던 영화속 잔 재미들을 볼 수 있었다. 개봉 당시,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도 개봉을 기다리고있어서 두 영화의 흥행대결에도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는데 영화계에서는 원로감독의 예우로 다른작품들의 개봉은 자제하곤 했지만 이례적으로 김한민 감독과의 대결이 펼쳐지게 된것이다. 전국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개봉관의 확보문제도 있겠지만 흥행을 놓고 두작품의 경쟁은 결국 서로에게 피해가 될 수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장과의 대결에도서도 선전한 <극락도 살인사건>은 전국관객 215만을 돌파했고, 제 28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과 각본상. 그리고 제 27회 한국예술 평론가협회에서 예술상 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박해일은 김한민 감독과의 인연으로 <최종병기 활>에서도 명 연기를 펼쳐주었고, 배우 류승룡과는<최종병기 활>에서 맺은 인연으로 2014년 개봉예정작인 <명량-회오리바다>에서도 호흡을 같이 하는등 한번 맺은 인연은 다음작품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볼수 있다.
한국적인 미신사상과 과학의 맹목적인 신뢰가 낳은 비참한 현실
<극락도>는 가상의 섬이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1980년대 말 김한민 감독의 고향인 순천에서 듣게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순천 근처의 한 섬에서 12명정도의 주민 전원이 흔적이 없이 사리지는 실종사건이 발생하였는데,사건이 접수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장조사 결과 현장곳곳에서 총알과 핏자국이 발견되었지만,시신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시신도 없고 실종된 주민도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유야무야 그렇게 흘러가버렸는데 그 후 그 섬은 귀신들린 섬이라하여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되었다. 사건의 진실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오싹하기만 한 사건의 중심에는 고립되있고 폐쇄적인 섬이라는 장소가 존재하고, 그 공간안에서는 어떤일이 벌어져도 외부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특이성때문에 공포는 배가 되기도 한다.
17명의 섬주민이 거주하는 <극락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과 계속되는 미스테리를 영화 곳곳에 배치하여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추리를 할 수 있게하여 결과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국내에서 영화의 소재로 쉽게 선택받지 못했던 스릴러와 공포, 추리의 복합적인 구조로 치밀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로 반전의 묘미도 느껴볼 수 있다.
모두가 용의자 이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범죄자가 되어간다
사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동네 김노인(김인문)의 칠순잔치가 벌어지는날 동네 사람이라 해봐야 17명 밖에 되지않는 전 주민이 모여 조촐하게 축하잔치를 벌이게 된다. 잔치가 끝나고 모두가 잠든시간 잔치를 마치고 화투판을 벌이던 송전탑 기사들은 다음날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되게 된다.
단서라고는 그들이 살해되기전 화투를 치러들어가는것을 목격한 동네꼬마 태기뿐이고 동네사람 모두가 용의자이며 피해자 되는 극락도 살인사건이 시작된다.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명문대출신 보건소장 제우성(박해일)과 초등학교 여선생으로 근무하는 장귀남(박솔미), 이들은 섬사람들중 객지 사람으로 사건발생과 함께 의심을 받게 된다.보건소장 제우성은 섬주민들의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고있지만 이방인 이라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리게 되고 이사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박해일의 선한 인상과 보건소장이라는 직함은 주민들에게 신뢰을 쌓아왔고 힘든일도 발벗고 나서면서 섬사람들로 부터 인정받으며살아왔지만 이방인 이란 약점때문에 주민들의 오해를 받기도 한다. 치밀한 범죄수법과 주민들을 농락하는듯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범인이 순박하게만 보이는 섬사람들중에 있을거라곤 생각되지 않아서 사건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살인의 추억>, <괴물>, <연애의 목적>등 출연작 마다 흥행에도 성공하였고 관객들로 부터 호평을 받을만큼 실력도 있고 운도 따르는 배우 박해일은 보건소장 제우성의 복잡한 감정상태를 잘 표현해주었고, 섬세한 연기로 영화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끈끈한 결속력으로 수 개월의 섬생활도 견뎌낸 연기자들의 강력한 믿음
섬마을 국민학교 선생 장귀남은 아름다운 미모로 마을 총각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있으며 계속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냉철하게 추적하기도 하고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된다.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청순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섬마을 선생님을 그려내기 위해 20번 이상의 태닝으로 피부를 검게 그을렸고 예쁘게 보이기 위한 노력보다는 촌스러움을 주기위해 옷하나 까지도 신경을 써가며 연기에 임했다고 한다. 무서울 정도로 차분함을 유지하며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수있었던 장귀남의 반전은 마지막 한컷까지 눈을 땔수없게 만든다.
그리고 극락국민학교 소사로근무하는 춘배(성지루)는 술을 좋아해 항상 술에 취해있으며 우연히 발견한 쪽지 한장으로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잡게되면서 의혹은 더 커져만가고 주민들간의 갈등은 더 심화되어 영화의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김노인(김인문)의 생일잔치날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김노인은 의미심장한 말로 주민들을 혼란속에 빠지게하는데 "섬에 들여야 하지말아야 할것을 들였다"는 말을 자꾸 되뇌이며, 사건의 열쇠를 쥐고있는듯한 말로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들여야 하지말아야 할것 이란 물건이 될수도 있고 사람일수도 있는데 이 모두가 보건소장 제우성과 연관되있으며, 김노인의 말속에 사건을 해결할수 있는 큰 단서가 감추어져있다.
배우 김인문은 영화출연당시 건강의 악화로 가족들은 출연을 만류했으나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병중에도 출연을 고집하게 됬다. 김인문의 출연장면은 경남 욕지도 에서 촬영되었는데 그곳은 1980년 인기드라마 <물보라>의 촬영장소로 그당시 식당주인이 27년만에 다시 찾아온 김인문을 무척 반가워했으며 촬영기간 내내 병마와 싸우고있던 김인문을 극진히 보살폈다고 한다. 암투병끝에 고인이 되셨지만 독특한 말투와 정감있고 포근했던 그를 많은 이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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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극과 코믹의 절묘한만남을 경험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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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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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미친 년 널뛰기 하듯 들쑥날쑥 해서 극락도라는 섬은 천국보다는 지옥의 상을 염두에 둔 것 마냥 극악한 이미지를 그린다. 17명에 불과한 섬 주민들이 핏자국만 남기고 사라졌다는 사연은 결계 같은 안개로 둘러쳐진 섬의 음산한 이미지를 거대한 밀실로 둔갑시키며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이는 거대한 미끼가 된다. 김한민 감독이 과거에 전해 들었다는 풍문을 모티브로 한 <극락도 살인사건>은 극의 진행과 함께 짙어져가는 의구심과 긴장감을 통해 평면 스크린에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기대하는 장르적 고정관념은 영화의 생명력을 잉태하는 전제조건이 된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스크린 너머에서 나열된 단서를 통해 관객의 두뇌 유희를 꾀하는 척하지만 결론적으론 단순한 동기부여에서 비롯된 우발성의 롤러코스터다. 극락도라는 기이한 기질의 환경을 조성하며 불길함을 가득 머금은 채 출발하던 <극락도 살인사건>은 핏빛 발화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추리영화의 장르적 동선의 심증을 남기며 관객의 오해를 증폭시킨다. 일본의 추리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을 본 적 있는 관객에겐 인물개개인에게 덧씌운 의구심의 탈도 효력을 발휘할 법하다. 또한 시골스러운 순박함이 분위기 파악 못하는 척 웃음을 자아내는 형세는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치밀하고 냉철한 이성에 의해 계획되는 두뇌 유희의 허점을 공략하고자 하는 머리 좋은 관객들에게는 되레 허를 찌르는 기습과도 같다. 개연적이지 못한 우발성에 의지하면서도 꼬리를 무는 개별적인 흐름은 촘촘하게 연결된다. 추리소설의 거장 ‘S.S 반 다인’은 자신의 소설 속 명탐정인 파일로 반스의 입을 통해 ‘추리는 동기의 문제가 아닌 기질의 문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극락도 살인사건>은 동기의 무게감을 통해 기질의 특이성을 끌어낸다. 우발적인 동기는 잠재된 사건의 기질을 끌어내며 예상할 수 없는 난장판의 형국을 끌어낸다. 결국 그 제로섬에 남겨진 건 의혹과 의구심의 무게감만큼의 망연자실함이다. 결과적으로 목적 없는 동반자살처럼 허망한 정서의 결말은 극에 대한 의도적 혼란성의 주체가 관객 자신이었다는 정서적 허탈함까지도 쥐게 한다. 더불어 <극락도 살인사건>은 1980년대 새마을 운동과 함께 개발화가 지속되던 시대상의 정서적 삭막함까지도 거머쥔다. 그리고 그 삭막함이 바로 여유롭고 정이 넘치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보여주는 극악함의 한 축이 된다. 낯설음에서 드러나는 정서적인 불안감은 여유로운 시골 마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승화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지나치게 말이 많아지는 결말부다. 예측 못했던 전개에 오해를 버린 관객의 심리에 전형적 결말로 반전을 도모하는 형세는 인상적이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의 노출은 심화되던 감성의 선을 구겨버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허점이 드러나지 않는 <극락도 살인사건>은 결말부도 그저 하나의 사족쯤으로 생각한다면 용서가 된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그 중에서도 성지루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결국 <극락도 살인사건>은 기존의 추리 장르가 지니던 ‘누가’라는 클리셰를 ‘어떻게’로 변환함으로써 장르적 새로움을 거머쥔 사례로 기억될만하다. 나무를 보려던 관객의 고립된 시야는 <극락도 살인사건>의 숲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2007년 3월 30일 금요일 | 글_민용준 기자 (kharismania@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