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의 범죄
2010
게임에 빠져있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했다고 늙은 노모를 살해한 아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한 적이있다. 가족이라는 그림을 생각해보았을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상에 맞물려 존속살해 범죄도 늘어나고 있고 이와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살인' 경우도 뉴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이다.
정말 논 하기 조차 싫은 이야기 이지만 소개할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에서는 패륜범죄의 하나인 비속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시건의 발단은 사채업자의 빚 독촉에 시달리며 힘들게 살아가던 부부에게 자폐증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범죄영화 라서 다소 묵직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코믹한 상황들이 연출되며 경쾌하게 시작한다. 극중 조 형사 역할을 한 신현준의 원맨쇼라고 할수 있을만큼 초반 갖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웃음을 주는데 이전 영화 <맨발의 기봉이> 나 <가문의 위기>에서 극중 기봉이나 장인재를 상상하면 조형사라는 캐릭터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990년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로 데뷔하여 수 많은 영화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낸 신현준이 살인사건을 쫒는 강력반 형사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그것도 흥미롭고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의 감초연기도 볼만한 영화이다.

이형사(이기우)의 형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는날 시골집의 마당에서는 한 바탕 잔치가 벌어지는데 조형사(신현준)는 거나하게 술이 취해 노래방 여사장과 노닥거리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남편의 불륜현장을 잡아달라는 여사장과 뒷 마당에서 야릇한 행각을 벌이고 있을때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사건현장으로 긴급히 출동하게 되는데, 현장에 도착한 조형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건현장을 어지럽힌다.
사건은 커녕 자신을 일조차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것 같은 조형사는 어린이 사체 유기사건을 맡게 되며 신원파악에 들어가고 죽은 아이가 정명환(조상연) 이라는 자폐아로 넉넉치 못한 집안의 막내아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주변인물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자폐증을 앓고있는 명환이로 인해 여러가지로 힘겨움을 겪고 있었다. 불안한 감정을 느낄때면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는 명환이 때문에 엄마는 자신이 일하는 식당에서도 눈치를 봐가며 일을 해야했고, 어린 누나와 형은 밖에 나가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명환이를 돌보는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정황과 아버지 인수(전노민)의 자백으로 사건이 종결 되는듯 했으나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장으로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불행의 시작은 빚에 쪼들린 부부의 가난으로 부터 시작된다.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이라면 높은 금리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사채 뿐이었는데 결국 사채업자들의 압박에 시달리던 아내 영숙(왕희지)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폐증에 걸린 명환을 낳게되고 그들이 짊어져야 할 짐은 배가 되어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인수와 영숙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채업자들로 부터 협박받고 주위사람들로 부터는 명환의 돌발행동 때문에 항상 눈치를 받아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장애아들을 돌봐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책임과 의무는 오롯이 그 가족이 책임져야만 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결국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고간 영숙의 행동이 절대로 옳다고 할수는 없다. 하지만 뇌종양 판정을 받아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할 영숙의 입장에서 본다면 앞으로 험난한 삶을 경험해야 할 명환의 고통이 안타까웠을수도 있다.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를 통해서 제시한 문제점들은 비단 장애아를 둔 부모의 고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갈수록 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문제 또한 이형사와 아버지를 통해 보여주며 결코 남의일이 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들을 심도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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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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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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