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Pain, 2011
<부산 사나이> 곽경택 감독의 10번째 연출작 <통증>은 <순정만화>, <아파트>, <26년>등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웹툰작가 강풀의 원안을 바탕으로 한수련작가의 시나리오를 보완한 작품으로 남자들의 진한우정을 다루어왔던 그의 우직함에 비추어본다면 다소 의외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곽경택 감독의 대표작 <친구>로 시작하여 애국심을 호소하는 영화 <태풍>,남성적인 투박한 감성의 <사랑>까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를 부산으로만 고집하였던 곽경택 감독은 영화<통증>을 통해서 무대를 서울로 옮기며 2000만 인구로 북적이는 대도시의 번잡함속에 감추어져있는 군중속의 외로움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북적한 도심속의 외로움을 사랑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소재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인공 권상우의 삭발한 모습은 곽경택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의 주인공 장동건, 현빈, 주진모의 모습과 다를바없는 일관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사랑의 통증을 느낀다
어릴적 가족을 모두잃은 남순(권상우)은 자신의 실수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온몸을 구타당하며 학대하는 자해공갈단을 하며 돈을 값지 못하는 서민들의 보증금까지 착취하는 악랄한 인물이다. 자동차 사고로 가족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만 혼자만 살아남은 남순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건 자동차안에 있던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기도 하다. 불길이 번진 자동차 문을 열기만 했어도 누나의 생명은 구할 수 있었지만 손으로 전해지는 열기 때문에 결국 누나의 고통을 눈앞에서 목격하게되는 비극을 겪게 된다.
영화의 전개 과정 중 드러나는 남순(권상우)의 본명은 남진으로 누나의 죽음을 영원히 잊지못하는 남순의 자책과 누나를 향한 사랑의 표현으로 누나의 이름인 남순을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다. 사고의 원인이 자신의 잘못이었으며 누나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괴로움은 남순의 내면에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겨주게 되고, 고통보다도 잔인한 무표정한 모습들은 누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구원의 눈빛이기도 하다. 남순의 아픔속에는 누나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이 잠재한듯하며, 자신의 고통을 당연한듯 합리화 시켜는것은 고통속에 죽어간 누나에 대한 자책감이고, 영원히 헤어나올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게된다.
거대한 도심속에 배짱하나로 도전하는 범노
사고 후 육체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무통증병을 앓게 된 남순은 소년원에서 만나게 된 범노(마동석)와 사채빛을 받으러 다니며 계획된 범노의 구타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신의 손등을 벽돌로 찍는 등 악종과도 같은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안겨주게된다. 교도소에서 부터 시작된 범노와의 만남은 남순의 무통증병을 이용하여 사채빚을 받는데 적절하게 사용 되며 남순을 향한 범노의 무차별한 구타는 그들의 생활이고 상대방에게 주는 최고의 공포이기도 하다.
강원도 건달 범노는 남순의 유일한 친구이자 동료이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힘든일도 견뎌낼수 있는 따뜻한 가장이기도 하다. 영화속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범노의 역할은 남순(권상우)과 동현(정려원)의 식상한 러브스토리를 보조 해주는것에 만족하지 않고, 거대한 도심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궁핍한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순의 처절한 인생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인물로 남순과 동현의 사랑만큼이나 큰 여운을 남겨준 그들의 우정은, 러브스토리로 남을수 있는 영화에 입체감 안겨주는 케릭터 이기도 하다.
작은 통증도 치명적인 여자!사랑의 아픔을 기꺼이 받아들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남순과는 정반대인 동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병인 혈우병을 앓고 있는데 혈액응고인자가 없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상처가 나도 쉽게 아물지 않으며 피가 멈추기까지 일반인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걸리는 탓에 활발한 활동마저도 많은 제약을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동현의 부모님도 오랜 투병생활로 동현에게 남겨준거라곤 병원비로 인한 사채빛이 전부인 인생이지만 노점상을 하며 꿋꿋이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인물이다.
작은 상처마저도 치명적인 병으로인해 어릴적부터 열외에 익숙해진 보호받는 아이였지만 동현에게는 열외가 아닌 소외였고, 외톨이로 지낼수 밖에 없었던 어린시절은 성인이 된후에도 외로움으로 남아있다. 동현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중 20세가 넘도록 생존해있는 사람은 고작7명, 내일을 기약할수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극과극 인 남녀의 사랑이야기
남순(권상우)과 동현(정려원),성별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만큼이나 희귀한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만남은 사채를 받아야하는 이와, 이들을 피해다녀야 되는 악연으로 시작된다.서로의 외로움과 고통을 알아가며 이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외로움에 익숙해진 이들은 사랑의 표현마저 어색하기만 하다.
동현의 보증금까지 챙긴 남순은 철거민들과의 조건부 계약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정신을 잃게 되는 큰 부상을 입게된다.우연히 목격한 동현에 의해 병원에 입원한 남순에게 보증금500을 내놓을때까지 새벽마다 와서 괴롭힌다는 엄포를 놓고 일터로 가버린 동현,무심한듯한 욕설로 동현으로 보내지만 새벽시간 내심 동현의 방문을 기다리며 시간을 확인하기까지 한다.
표현의 차이일뿐 이들의 사랑은 서로를 기다리며 간절하게 원하지만, 쉽게 손을 내밀수가 없는것은 자신의 아픔을 함께해야만 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일지도 모른다.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남순의 아픔은 혼자만 살아남은 자신에 대한 자책이며 괴로움에대한 자학이라는 것을 알고있는 동현은 자신의 병보다 남순이 안고있는 상처를 걱정하고 치료해 주고싶어한다.
기도로 전해지는 사랑의 고백
곽경택 감독의 이전작품들에서 보여줘왔던 남자들의 진한우정과 살벌한 폭력을 대신한 남녀간의 가슴아픈 러브스토리는 폭력의 아픔보다 더 큰 통증이고 그 여운은 진한감동으로 다가오게 된다.거칠게 살아가는 남순과 동현이지만 투박한 말투속에 상대를 배려하는 섬세함이 담겨져있고,다정한말로 사랑을 속삭이는 이들의 사랑보다 훨씬더 깊이있고 따뜻함이 담겨져있기도 하다
."무통증"과 "혈우병"이라는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밑바닥인생의 비참함 따위는 행복한 투정일수 밖에 없을것이다.자신의 상처보다 더 깊은 상처를 대하듯 서로를 아껴주며 사랑에 빠지지만 해줄수 있는건 고통의 치유보다 더큰 상처를 주지않는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누나를 닮은 동현은 자신의 죄의식을 용서받기 위한 따뜻한 손길이었으며 거칠고 무뚝뚝한 남순을 미소짓게 하는 삶의 활력소로 동현의 인생을 걸수있을만큼 사랑의 깊이는 커져만 간다.
동현을 바라보는 남순의 슬픔은 간절한 기도로 전해지며 바라보는 동현의 가슴은 미어지는듯하다."아무리 맞아도 피가나도 병신이 되도 상관이 없는데요...동현이 우니까 제 가슴이 찢어져 죽을거 같아요..... 제발 동현이좀 잘봐주세요! 대신 나보고 죽으라면 나.. 죽을게요.." 울려퍼지는 남순의 기도는 가슴저미는 통증을 안겨준다.
 |
|
 |
 곽경택 감독이 그려내는 러브스토리가 궁금하시면 꼭 감상해보세요 |
|
|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남자는 무통증 환자다. 아무리 맞아도 아프지 않다. 여자는 혈우병 환자다. 조그마한 상처도 그녀에겐 치명적이다. 남자는 빌려준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한마디로 사채업자다. 여자는 빌린 돈으로 액세서리 노점을 하며 산다. 한마디로 빚쟁이다. 사채업자가, 빚쟁이를 찾아가는 이유야 뻔하다. ‘돈 내놔, 이X년아’ 남자가 여자에게 건넨, 첫 마디다. 하지만 외로운 사람끼리는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 걸까. 남자는 갈 곳 없는 여자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위해 요리를 한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남자의 이름은 남순(권상우), 여자의 이름은 동현(정려원)이다.곽경택 감독의 첫 번째 사랑이야기 <사랑>은, 남녀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남성적 서사’가 더 도드라진 영화였다. 멜로드라마로만 보기엔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실제로, <사랑>의 장르는 액션/드라마로 구분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통증>은 곽경택 감독이 그리는 본격 러브스토리라 할 수 있다. 영화는 곽경택 스타일로 불리는 기존 ‘부산느와르’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작가 강풀이 있다. 자신이 창조한 시나리오로만 작업해 오던 곽경택은, 강풀의 원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통증>에는 기존 곽경택 영화에 있었던 것들이 없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가 없고, 부산 바다가 없고, 싸나이 의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이 없다. 그동안 (자주 지적되어 온)마초이즘도 안 보인다. 대신 영화엔 애달픈 순애보가 시종일관 넘실거린다. 곽경택의 변신이라면 변신이다. 아쉬운 건 감독이 새롭게 시도한 세계를 채우고 있는 게, ‘지독한 신파’라는 거다. 평소엔 까칠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만큼은 순진한 양이 되는 건달,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불치병의 여자, 폭력과 가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미 너무나 많은 멜로영화들이 시험한 소재들이다. 결국 감독은 개인의 변화에는 성공했지만, 신파멜로가 지닌 고질적인 관습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좋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 <통증>을 곽경택식 멜로라 말하기 힘든 이유다.다만 신파멜로가 짊어진 어떠한 임무를 생각한다면, <통증>은 제몫을 잘 완수해낸다. 영화는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애잔하고, 때로는 슬프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권상우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짧은 혀’ 콤플렉스까지 웃음소재로 활용하며, 내면의 아픔을 몸의 언어로 묵묵히 끌어올린다. ‘달달한 이미지를 너무 우려먹는 게 아닌가’ 염려가 될 때도 있지만, 멜로가 근사하게 어울리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2011년 9월 7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 ( siwoorain@movist.co.kr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2명
글쎄요 : 0명
<부산 사나이> 곽경택 감독의 10번째 연출작 <통증>은 <순정만화>, <아파트>, <26년>등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웹툰작가 강풀의 원안을 바탕으로 한수련작가의 시나리오를 보완한 작품으로 남자들의 진한우정을 다루어왔던 그의 우직함에 비추어본다면 다소 의외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곽경택 감독의 대표작 <친구>로 시작하여 애국심을 호소하는 영화 <태풍>,남성적인 투박한 감성의 <사랑>까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를 부산으로만 고집하였던 곽경택 감독은 영화<통증>을 통해서 무대를 서울로 옮기며 2000만 인구로 북적이는 대도시의 번잡함속에 감추어져있는 군중속의 외로움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북적한 도심속의 외로움을 사랑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소재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인공 권상우의 삭발한 모습은 곽경택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의 주인공 장동건, 현빈, 주진모의 모습과 다를바없는 일관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사랑의 통증을 느낀다
작은 통증도 치명적인 여자!사랑의 아픔을 기꺼이 받아들이다
극과극 인 남녀의 사랑이야기
곽경택 감독이 그려내는 러브스토리가 궁금하시면 꼭 감상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