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미문의 영웅
천방지축 악동 도사가 온다!
전우치
Jeon Woochi : The Taoist Wizard, 2009

영화 <전우치>는 우리나라에서 홍길동전과 함께 대표적인 고전 영웅 소설로 손꼽히는 [전우치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현대를 배경으로 재창조한 이야기이다. 고전 소설 [전우치전]에서 주인공인 전우치는 가난한 백성을 돕고 탐관오리들을 징벌했다는 점에서 영웅캐릭터로 분류되지만 [홍길동전]과 달리 대의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탐관오리들을 골탕 먹이는 도술을 부려 사건을 해결하는 등 기존에 우리가 볼 수 있던 영웅들과 달리 자유롭고 악동 기질을 보인다.
고전 소설 [전우치전]은 조선시대의 실제 인물인 ‘전우치’를 주인공으로 한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로 허균의 [홍길동전]과 더불어 대표적인 한국의 고전 영웅 소설이다. ‘전우치’라는 인물의 생애를 소재로 쓰여진 전기체 소설이며, 내용상 영웅소설, 도술소설, 사회소설 등으로 분류된다. 주인공 전우치에 관한 기록은 조선시대의 사서인 <조야집요>, <대동야승>, <어우야담>, <지봉유설> 등 여러 문헌에 나와 있다.
도사란 풍류를 즐기고,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며, 땅을 접어다니며,
검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꽃처럼 다루지
인생은 어짜피 한바탕 꿈,
이렇게 말하는 나는 도사 전우치
소설에 의하면 조선 초 송도의 숭인문 안에 전우치라는 비범한 도술능력을 가진 선비가 있었는데, 그는 재주를 숨기고 살아가다가 욕심 많은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가난한 백성들을 비참하게 하는 모습을 목격한 수 자신의 도술을 이용해 부패한 벼슬아치들을 벌하고 억울한 백생들을 도와주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전우치는 성격이 불같고 화를 잘 참지 못해 자신을 얕보는 사람은 도술로 골려주는 것과 같이 사사로운 감정에도 빈번히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악동 기질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임금을 속여 그림 속의 말을 타고 도망가거나 자신을 조롱한 선비들을 혼내는 장면들에서 전우치의 악동 같은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전우치의 라이벌로 나왔던 ‘화담’은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데, 전우치는 ‘서화담’이 도학이 높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대결하지만 화담의 도술에 걸려 곤욕을 치른 후 그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니가 진짜 사람이 되가나보구나
배신도 할 줄 알고
연출을 한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가 영웅인 한편 반사회적 코드를 가진 인물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영화 <전우치>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화담을 비롯해 주변의 특색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의 주요 배경을 현대 서울로 가져왔다. 또한 누명을 쓰고 전우치가 그림 족자에 갇혀 500년 후인 현대 서울에서 봉인에서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요괴들과 싸우는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영화 <전우치> 속의 전우치가 도술을 부리는 만큼 영화 속에서는 화려한 도술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부적을 써서 환영을 만드는 둔갑술,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동술, 자유자재로 주변의 사물에 모습을 숨기는 은신술이나 축지법, 경공술 등의 동양 무공이 가미된 도술 액션들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이 초랭이, 드러운 사람이 되느니
아름다운 개로 죽고 싶다
연출을 맡은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범죄사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한국식으로 훌륭하게 재구성해냈고, <타짜>를 통해 화투라는 토종적인 소재를 이용해 한국식 도박 영화를 탄생시킨 감독이다. 최동훈 감독은 생소한 소재나 장르를 한국인 정서에 맞는 영화로 각색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연출자이니 만큼 영화계에서 새로운 소재인 도술을 이용한 이번 영화도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다. 또한 영화 <전우치>의 인기에 힘입어 2012년에는 KBS에서 드라마 전우치를 방영하기도 했다. 주인공인 전우치역에는 차태현이 열연했고, 유이, 이희준 등 많은 연기자들이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다.
한국적 소재인 도술을 소재로 한 독특한 영화인 <전우치>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제30회 아메리칸 필름 마켓(American Film Market, AFM)에서 ‘5분 프로모션 영상’만으로 독일, 영국, 네덜란드를 포함한 12개국에 선 판매되었다. 한국적인 색체가 살아있고 외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소재인 도술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영화 속 영상미가 세계에도 통한 것이다. AFM 현지에서 세계 영화인들은 전우치가 그림 족자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언급하며 신선한 설정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고 한다.
내 여지껏 벼슬하는 놈들이
백성을 돕는 걸 본 적이 없다
영화 <전우치>는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열전이다. 개성이 뚜렷한 각기 다른 매력 있는 캐릭터 중에서 단연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역시 ‘전우치’이다. 전우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퍼 히어로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려고 하는 헐리우드 영웅들에 비해, 전우치는 자신의 능력을 널리 알리고 자랑하고 싶어 한다. 또한 술과 풍류를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바람둥이 기질도 있다. 전우치의 라이벌로 나오는 화담은 소설 속 전우치의 스승인 ‘서화담’에서 이름을 가져왔으며 명품배우 김윤석이 그 역을 맡았다. 이름 외에는 소설과의 연관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화담 역은 전형적인 악인에서 벗어나 선과 악이 공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주인공 ‘서인경’역은 임수정이 맡아 열연했으며, 청순한 외모를 가졌지만, 도발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전우치의 친구인 ‘초랭이’역은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치는 유해진이 그 역을 맡았다. 개인간이라는 기발한 발상이 눈에 띄는 초랭이는 항상 전우치와 티격태격하지만 절친한 친구 사이이며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는 관계이다. 이외에도 전우치의 스승인 ‘천관대사’, 조선시대와 현대 서울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세 신선’,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 속에 섞여 살아가는 ‘인간 요괴’ 등의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인해 영화 곳곳에 웃음이 이어지고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해준다.
스승님은 여기까지 보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