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대결, 단 한번의 사랑
형사 Duelist
Duelist, 2005
영화 <형사 Duelist>는 1999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연출 한 이후 6년 동안 휴식기를 가진 이명세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영화이다. 이제껏 이명세 감독이 연출해왔던 모든 작품들의 총집합체이기도 한 이번 작품을 그래서 관객들에게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이명세 감독이 자기 자신을 20세기 명감독이 아닌 21세기 신인 감독이라고 칭하는 만큼 전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추적’에 관한 이야기라면 신작 <형사 Duelist>는 ‘대결’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 제목에 나오는 ‘Duelist’란 단어는 ‘대결’ 혹은 ‘대결자’를 뜻한다. 이런 이유에서 <형사 Duelist>가 이명세 감독의 전작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각각의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여러 차례 벌어지는 대결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숙명적인 대결 속에서 싹트는 운명적인 사랑의 감정과 이런 변화에 따라 영화 속 대결의 모습은 다르게 표현된다. 감정이 시작되는 순간,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원망의 순간, 심판과 같은 긴장의 순간순간 나타나는 대결 장면은 결과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서 따라오는거요,
쫒아오는 거요,
아님, 뒤를 밟는거요?
어지러운 세상, 형사 남순(하지원)과 그녀의 파트너 안포교(안성기)는 위폐가 유통되자 범인을 잡기위해 노력을 한다. 남순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슬픈눈(강동원)이라 불리는 자객과 점점 가까워진다. 남순과 슬픈눈은 숙명적인 대결을 시작하고, 갈 길이 다른 두 사람은 갈등 속에서 애절한 사랑을 피워나가기 시작한다.
서로 대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두 남녀의 움직임을 통해 팽팽하나 대결이 영화 전반에 걸쳐있다. 쌍비단도를 든 남순과 장검을 든 자객 슬픈눈은 액션부터 서로 다른 대비를 이룬다. 남순은 강하고 동적인 액션을 통해, 슬픈눈은 우아하고 정적인 액션을 통해 움직이는데, 이런 대비는 남순과 슬픈눈의 대결의 정점을 높이고 격조 있게 다듬어져서 화려한 액션을 선사한다. 즉, 흔한 액션영화에서 보여주는 거친 액션과 달리 액션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세가지가 있다던데,
하나는 고양이의 눈동자
또 하나는 늦가을의 하늘 빛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여인의 얼굴...
이런 새로운 액션 장면을 만들기 위해 주인공인 하지원, 강동원, 안성기는 많은 연습을 통해 다양한 동작을 숙련했다. 많은 시간과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액션 스타일은 우아한 선무도의 동작과 격정적인 탱고의 동작이 더해져서 액션의 기초가 되었다. 여기에 각 배우들이 지닌 각각의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동작들이 발전되면서 영화 <형사 Duelist>만의 감성을 담은 액션이 완성되었다. 배우들은 하루 10시간씩 반년에 거쳐 노력했고, 이런 노력들이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지면서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질 것이다.
말해봐...말해봐...
니가 한 짓이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해봐...
영화 <형사 Duelist>의 또 다른 색다른 점은 영화 장면 장면마다 보여 지는 풍부한 색감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블랙과 레드로 정해져 있지만, 거리마다 흩날리는 다양하나 색의 염색천들을 통해 또 다른 화려함과 강렬함을 선사한다. 백의민족이라는 단어는 잊은 듯 영화 속 도시는 색감을 최대한 살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사극을 연출해냈다.
또한 조명을 최대한 활용해 어둠과 빛을 자유자재로 조절함으로서 영상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어둠 속에서 영화 속 인물을 사라지기도 하고 금새 눈앞에 다가와 있기도 한다. 또한 보여지지 말아야 할 것들은 어둠속에 숨게 된다. 이렇게 자유자재로 빛과 어둠을 적절히 활용해 완벽하게 짜여진 전투씬을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남순과 슬픈눈의 드라마 같은 대결이 벌어지는 장면이나 돌담길에서 어둠의 공간을 만들 때 가장 큰 활약을 한 것이 바로 조명이다. 어둠을 만들기 위해 빛을 사용한 고도의 기술과 노력이 영화 속 영상을 특별하게 만든 중요한 요소이다.
바라보지마
바라보지마
그의 슬픈 눈을 바라보지마
영화 <형사 Duelist>에서는 비단 스타일이 살아나있는 세트나 화려한 색감뿐 아니라 의상, 헤어, 메이크업에 가미된 대담한 디자인 요소들이 기존 사극의 고정관념을 없애버렸다. 보온 기능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는 옷감이라면 당연히 여러 겹 겹쳐 입어야 추위를 막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남순은 주로 실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레이어드 룩이 탄생되었고, 또한 활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동정이나 구김이 많은 기존 한복 옷감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각 캐릭터에 걸맞는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인물의 특성을 부각시켰다. 슬픈눈이 상투나 댕기머리를 하지 않고, 남순이 쪽을 지거나 땋은 머리를 하지 않은 새로운 스타일을 소화했다. 결국 과거의 재현이 아닌 창조, 퓨전이 아닌 대안제시를 통해 영화 <형사 Duelist>에서는 이제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극의 모습을 제시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이명세 감독은 처음부터 로케이션을 생각하지 않고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사극은 장르의 한계 때문에 고궁이나 문화유적지, 민속마을에 한정해서 로케이션을 하지만 이명세 감독의 신작은 기존 사극의 이미지를 벗어버렸다. 그래서 영화 <형사 Duelist>의 촬영은 99%가 세트에서 이루어졌고, 영화 촬영에 사용된 세트도 20여개에 달한다.
영화 초반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터세트는 2,000평 규모의 오픈세트로서 도시군상의 모습들을 가장 적절하게 담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혼돈 속의 대결’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는 장터에 역동적인 움직임과 화려한 색감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더했다. 아름다운 색감의 천들과 화려한 꽃들이 만개해 있으며 다양한 소품을 채워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되었다.
또한 ‘달빌 속의 대결’이라는 테마를 가진 돌담길 세트는 <형사 Duelist>의 감각적인 영상미를 가장 잘 보여준 장소이다. 어느 여염집이나 궁의 벽으로 역할을 하는 돌담이 아닌 미로와 같은 대결의 장소를 만들기 위한 공간으로써 돌담은 관객들에게 큰 각인을 남겼다.
내 이름은...
내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