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살, 수아
Girl Thirteen, 2007
영화 <열세살, 수아>는 김희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아버지의 초상>, <만남>, <언젠가> 등 단편영화만 찍다가 2005년 칸 영화제의 신인감독 육성프로그램인 '칸 레지던스 인 파리' 에 선정되어 프랑스 영화관계자들의 지원을 받아 작품을 만들게 되며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열세살 소녀 수아가 겪게되는 사춘기시절 심리적 변화의 과정들은 누구나 치뤄야하는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 이기도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에는 두렵고 힘겹기만 하다. 스크린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은 어떤역할이 주어지든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게 여자들의 본능이기도 하지만 소녀 수아역의 이세영은 순진하고 멍청해보이는 수아역을 소화하기위해 살도 찌우고 뚱뚱해보이기 위해 몇겹의 바지를 입는것도 감수하며,수아가 되기위한 열정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가녀린 몸짓으로 남학생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청순가련한 전학생 소희로 등장해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던 그녀가 열세살 소녀,수아 라고 하니 배우 이세영의 연기열정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생의 비밀이 간직된 아빠의 일기장
동심의 세계라 표현되는 어린아이의 마지막 단계인 초등학교 6학년에서 청소년기를 맞이하는 중학생이 되어가는 과정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되는 시기이고,갑작스런 신체적 변화는 아직은 미성숙한 정신세계와 맞물리며 극도의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영화속 수아(이세영)가 겪게되는 사춘기의 혼란은 엉뚱한 상상으로 부터 시작되고 그 상상을 결국 엄마 영주(추상미)를 향한 불만으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힘겨운 생활에 식당일까지 하고있는 영주에겐 사춘기소녀 수아의 투정을 받아줄 여유조차 없다.2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줄수 있는 유일한 낙이라면 아빠가 남긴 일기장속의 윤설영 이라는 가수이다.수아의 엄마로 표현된 윤설영(김윤아)을 자신의 친엄마로 생각하고 소설속의 새엄마를 둔 비련의 딸 역할을 하며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엄마와의 교감을 이루어 나가기도 한다.
열세살소녀의 혼란과 아픔
자신의 친엄마를 확인하기 위한 수아의 노력은 청소년기에 흔들릴수 있는 정체성의 혼란과도 연관되어지고,그 이면에는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외로움과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표출이기도 하다.친어머니에 대한 환상과 그리움이 내면에 잠재된 고민이라면, 극과극의 성격인 친구 사이를 방황하는 수아의 모습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사춘기 소녀의 갈등으로 보여진다.
부유한 가정에 공부까지 잘하는 예린(유현지)과 활달한 성격에 성숙한 은지(정지안)..하지만 고물상의 작은집 조차도 부러워할정도로 은지의 집은 궁핍한 생활을 하고있다.자아가 형성되어 가는 사춘기시절의 친구관계는 인생에 있어 자신이 선택할수 있는 성공의 첫번째 관문이기도 하다.학교의 우등생이며 부잣집딸인 예린의 집에 초대받게 된 수아는 자신의 집과 비교되는 예린의 집이 부럽기만 하고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풍족한 생활은 수아가 꿈꾸던 가정의 풍경이기도 하며, 그런 예린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난생처음 해보는 화장과 서로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며 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것은 부모님의 간섭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나마 자유로울수 있다는 해방감을 맛보게되고 둘만의 공간은 은밀한 추억이 되기도 한다.이성에 대한 사랑이 정립되기전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들은 동성에대한 호기심과 애틋한 감정까지도 유발하게 되는데 잠들어있는 예린에게 키스하는 수아의 행동은 동성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는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의 감정변화에 따른 행동으로 보여진다.
이런과정들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외로움에 대한 보상이며 이성과의 사랑을 경험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호기심의 충족이라고도 할수있다.성장단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성정체의 혼란이라는 과장된 표현보다, 사랑의 감성을 이루어 나가는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이며 이런 경험들은 누구나 경험하고 시간이 지나 남성과의 사랑을 알게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수 있는 문제 이기도 하다.
어버지.. 그 따뜻한 기억들
친엄마라고 생각하는 가수 윤설영에 대한 환상과, 모범생 예린과 불량학생 은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아의 고민들은 엄마 영주(추상미)의 애인인 고물상 아저씨 영표(최무성)의 등장으로 극대화 되가는데,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수아에게 엄마의 변화는 아빠와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로 느껴지며 이는 결국 환상속에만 자리잡던 친엄마와의 만남을 실현하게 한다.아빠에 대한 그리움,엄마 영주의 변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이런원인들은 자신이 윤설영을 만나야 하는 이유로 합리화되고 윤설영의 콘서트장을 찾아가기 위해 가출까지 감행하게 된다.
영화속 숨어있는 출생의 비밀은 잔잔함속에 굼긍증을 유발시키며,사춘기소녀의 감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엄마 영주의 진한 사랑을 확인하며 헤프닝으로 마무리 되기도 한다.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표면적 스토리이지만 진실은 시간이 해결해주고,그 시간으로 인해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은 서서히 아물어 가고 있는것이다.
한달에 한번, 아버지 오시는날이면 소풍가는 날보다 더 설레이던 기억들.. 고개넘어 버스 불빛만 보여도 아빠의 모습이 보일까 뚫어져라 쳐다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시절...막차가 떠나가도 보이지않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돌아오는길은 오시지못하는 아버지의 힘겨움을 생각하기보다 서운함과 원망 뿐이었고 그런날이면 이불속에서 훌쩍이며 울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한다.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까지 슬픈일이었나 의구심이 들지만, 사춘기 감성은 무어라 설명할수 없는 모호한 형태의 감정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열세살 소녀,수아의 그리움으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잔상들과, 원망과 소외감을 안겨준 엄마 영주와 고물상 영표의 불편한관계 들은 버스를 개조한 "영분식집"을 오픈하면서 서서히 사그러들기 시작한다.그리움의 끈을 부여잡고 놓지 않았던 아버지를 편하게 보내드릴수 있었고 친엄마로 생각하지 않았던 영주는 윤설영이 되어 진정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열세살,수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들은 아름다운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이며,되돌아 갈수 없는 추억을 향한 그리움 이기도 하다.
 |
|
 |
잔잔한 재미가 있는 착한영화 보실래요? |
|
|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