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소녀의 첫 이별 이야기
여행자
A Brand New Life, 2009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김새론', '박도연' 주연, '우니 르콩트' 감독의 2009년도 작품 <여행자>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블록버스터나 대중영화 라기 보다는 일명 '독립 영화'라 불리는 작은 영화인데요, 개봉 당시 아직 9살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탁월한 연기력을 보였던 배우 '김새론'의 활약 덕분에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습니다.
2010년도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에 '원빈'과 함께 출편하면서 배우 '김새론'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이 작품의 성공이 배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데뷔작이었던 <여행자>가 다시한번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일도 있었죠. 그럼 화제를 몰고왔던 작은 영화 <여행자>에 대해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아빠와의 행복한 데이트를 보낸 '진희', 내일이면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아빠와 맛있는 것도 먹고 새옷에 새 신발, 거기에 케이크까지 선물받는 등 아빠와의 여행은 신나는 것 투성이었지만, 여행의 끝은 아빠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진 채 이별을 하는 것이었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진희'는 그납루터 말도 하지않고 밥도 먹지 않은 채 보육원을 벗어나기 위해 갖은 저항을 해보지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음을 점차 깨닫게 된다. 그렇게 진희는 조금씩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아빠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진 '진희'가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그려낸 것으로 이 과정 자체를 '여행'이라고 표현합니다. 보육원에 맡겨진 뒤 '진희'가 그곳에서 점차 적응을 해나가고, 영화를 보면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점차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사실 이 영화의 내용은 '우니 르콩트' 감독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합니다. 실제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영화로 만들어 낸 것이죠.
이 작품은 '진희'외에 3명의 주인공이 더 있습니다. '숙희'(박도연분), '예신'(고아성분), '보모'(박명신분)인데요, '진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긴 하지만, 보육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숙희'와 '예신'이의 이야기는 '진희'와는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너무 나이가 많으면 입양이 잘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서든 올해 안에 외국으로 입양을 가겠다며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던 '숙희',
소아 마비로 입양을 가지 못해 보육원에서 계속 지냈지만, 이젠 나이가 다 차 더이상 보육원에서 지낼 수 없는 '예신'이의 이야기도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히 극 중 '숙희'가 외국인 양부모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잘 보이기 위해 계속 웃고, 큰 소리로로 인사하며 영어로 자신의 나이를 어리게 소개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제 눈에는 발버둥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으로 보여 마음이 더 아프더군요.
이런 '숙희'의 모습과 나이가 차도록 입양되지 못한 '예신'이의 모습은 '진희'의 모습과 계속 오버랩 되면서 보여지는데요, 지금은 모두 보육원 생활에 잘 적응한 것같이 보이던 두 아이도 영화 초반 죽어버리겠다며 땅을 파고 안에 들어가 눕기도 하고 밥을 먹지 않는 등 보육원 생활을 거부했던 '진희'가 했던 것 같이 처음에는 저 두 아이도 모두 그렇게 했을까,
얼마의 시간이 흘러 결국 현재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 뒤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일까 싶은 생각도 들구요. 전 이 세아이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영화 평론가 이동진'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삶은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세 아역배우가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 같네요.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또 다른 주연배우, 바로 '보모'인데요, '보모'라는 것 자체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것임을 생각할 때
보육원 안에 많은 아이들이 들어오고,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살아가고, 다시 다른 가정으로 입양 보내는 모습을 반복해서 지켜봐야 했던 그녀의 마음 또한 어떠했을지 생각하면 또 가슴이 아파지더군요. 그 많은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로 생각하며 진심으로 돌봐왔을 테니까요.
이렇듯 영화 <여행자>는 누구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지에 따라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김새론'이라는
배우가 워낙 돋보였기 때문에 '진희'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느끼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예신'이의 입장에서, '숙희'의 입장에서, 그리고 '보모'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극 중 장면 하나하나가 대사 하나하나가 참으로 가슴 아프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이와 다르게 영화는 너무 담담하게 전개가 되어서 이런 담담함이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오는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말이죠.
느린 호흡으로 전개가 되고 큰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고 느끼실 분도 물론 계시겠지만, 이 작품은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번 정도는 이런 느린 호흡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보는 것 만으로 참 가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힐링이 되는 작품 영화 <여행자> 였습니다.저도 사실 <아저씨>를 본 이후 '김새론'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행자>를 찾아보게 된 케이스인데요, 꽤나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