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
Like A Virgin, 2006
무거운 주제를 쉽고 유쾌하게 풀어놓은 영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세상에서 외면 받고 있는 소수계층, 성소수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간 성소수자들을 그린 영화들은 어딘가 어둡고 칙칙했다. 그들의 어두운 면만을 부각한 영화들이 줄지었었다. 그들의 아픔만을 강조 해왔었다. 그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배척되어지며 소외되는지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사회의 배척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그리며 아픔이 강조된 영화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다르다고 감히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그들의 아픔을 때로는 진지하게 그리고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냄으로써 보는 이들의 즐거움을 만족시켰다. 또한 영화를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감을 줄였다.
그렇다. 이 영화는 '트렌스 젠더'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사춘기 고등학생 '오동구(류덕환 분)'의 이야기다. 류덕환은 이 영화를 위해 살을 일부로 찌었다고 한다. 류덕환은 섬세한 연기로 완벽하게 '오동구'로 분했다. 오동구는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김윤석 분)와 그런 아버지를 못 버티고 도망간 어머니(박상아 분)사이에서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그에게는 불행한 가정환경보다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그의 간절한 소망, 그는 '여자'가 되고 싶다. 그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지만 그안에는 소녀가 자리잡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수줍이 많은 소녀. 그런 그는 학교 선생님(초난강 분)을 짝사랑하는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여자들의 기본적인 욕구, 예뻐지고 싶은 욕구까지 가졌다. 친구 누나의 옷을 입어보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동구는 너무나 여자가 되고 싶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 돈이 없다. 트렌스 젠더가 되기 위한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교내 씨름부에 가입하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너무도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여자가 되기 위해 씨름 선수가 되는 동구. 동구는 여자가 되기 위해 웃통을 벗고 모래판에서 사내들과 뒹굴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그는 그의 간절한 소망인, 여자가 될 수 있다. 여자가 되기 위해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를 해내야만 하는 그. 영화의 제목부터가 주인공 오동구의 모순된 상황을 말해준다. 씨름판에서 최고인 '천하장사'. 여성성으로 대표되는 팝가수 '마돈나'. 이 둘을 모두 갖춘이가 바로 주인공 '오동구'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상징적인 이 둘 사이 어딘가를 헤매고 다니는 오동구의 방황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다. 극 후반 오동구는 고된 방황 끝에 자신만의 길을 잘 찾아낸다. 영화가 끝난 후 동구는 당당한 어른이 된다.
삶의 애환 그리고 코믹 모든 것을 다 갖춘 영화다. 진부한 상업영화 중 하나라고 낙인찍어버리기에는 아까운 영화다. 감독에 위트있는 연출은 우리와 다른 '성소수자들'에 대한 반감을 줄인다. 누구나 다 아는 내러티브로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관객에게 익숙해 관객이 따라오기 쉽도록 만들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코믹적인 요소로 인해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다. 동구가 처음 씨름부에 가입해 씨름판에 들어섰을 때의 모습이란. 웃통을 벗는 것이 민망했던 동구는 주요부분에 대일밴드를 붙여 자신의 민망함을 덜어내고자 했다. 동구의 순수한 진지함이 관객을 웃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탁월하다. 특히나 류덕환이라는 소년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마음을 울렸다. 남성과 여성 그 경계선을 외줄 타듯 오가는 그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학교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소녀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다가도 일순간 자신의 뜻을 위해서라면 아버지와도 맞서 싸우는 강단 있는 남성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
이 영화는 '오동구'의 성장영화로 볼 수도 있다. 극 초반 오동구는 자신이 처한 불행한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동구는 웅크린 채 자신에게 쏟아지는 고됨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극이 전개됨에 따라 동구는 성숙되어졌다.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당당한 어른이 되어 갔다.
배우 류덕환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 김윤석과 백윤식의 밑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윤석과 백윤식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이 당시 김윤석은 영화 '추격자'로 주목받기 전이었다. 역시 그의 연기는 스포트라이트 받기 전이나 후나 한결 같았다. 극 자체에 완벽하게 녹아든 김윤석과 백윤식이 있었으므로 주인공 '오동구'가 빛날 수 있었다. 또한 카메오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무거운 소재를 너무 무겁게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표현하지 않은 온도가 딱 적당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생각하게 만드는 코미디 영화가 보고 싶을 때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