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 2012
"당신이 한국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도중 가슴이 터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영화 <미운 오리 새끼>를 관람한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런 감상평을 올리며 영화가 주는 감동과 재미, 그리고 충격을 전해주기도 하였다.굳이 유명인이 언급하는 영화의 감상평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영화가 주는 웃음과 해학,그리고 슬픔과 감동은 정말 대단했고,군대 이야기는 재미없을것 이라는 선입견은 영화 상영후 얼마되지 않아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남자들의 군대생활 이야기 이고, 이보다 더 싫은건 군대에서 축구 했던 이야기 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여성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대화의 주제로는 어색함이 있기도 하지만,경험해보지 못한 남자들의 세계를 간접체험 하는 방송들은 의외로 인기를 얻으며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군 병영체험 프로인 '진짜 사나이',케이블 체널에서 방송중인 '푸른 거탑'등 을 통해 보여지는 군대생활의 소소한 에피소드는 바로 우리곁에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 이기도 하며,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수행해야 하는 국방의 의무는 이제 남,녀 구분없이 관심 있어하고, 대화중 빠질수 없는 주제 중 하나 이기도 하다.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출연배우들
8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친구', 총 제작비 250억원의 '태풍'을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은, SBS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을 당시 만났던 오디션 참가자들과 힘을 모아,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려 한다.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곽경택 감독과 주인공 '낙만'의 아버지로 출연한 '오달수'를 제외하곤 주,조연 모두가 처름보는 얼굴들이라 낮설기도 하지만,그 어색함도 잠시일뿐 훌륭한 조련사에 조련된 야수처럼 신인들의 연기는 거침없었고, 이들이 이루어내는 완벽한 조화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보았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최근 몇년동안 TV나 영화를 통해 수많은 방송과 영화를 접했지만,이처럼 큰 웃음을 선사한 영화는 없었던것 같다.연기는 고스란히 연기자들의 몫 이겠지만, 이들을 아우르는 감독의 역활은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내는 요소중 으뜸 이라는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미운 오리 새끼>는 군대이야기 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완벽한 영화로 탄생하게 된다.
이발병이 된 '신의 아들' 낙만
시대는 80년대, 5공시절 기자로 활동하다 감옥에간 아버지(오달수)는 그때받은 고문의 휴유증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부인 마저 미국으로 떠나버리고 가업 으로 물려받은 기원 안에서의 생활이 전부인 그에게 아들 낙만(김준구)은 삶의 전부이고,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낙만은 의지할수 있는 유일한 혈육 이기도 하다.이런 아버지 덕분에? 신의 점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던 6개월 방위를 받게 된 낙만은 부산의 헌병대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이발병으로 착출된 낙만은 부대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며 힘든 신병 시절을 겪게된다.
주름하나 없는 각잡힌 군복에 반듯한 자세의 헌병과는 비교되는 낙만의 어눌한 걸음걸이와 어벙한 군복, 그리고 군기잡힌 신병의 행동 하나하나는 사회에서의 착한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웃음을 주기도 한다.기원을 했던 집안의 내력때문에 뛰어난 바둑 실력을 자랑하지만,인사계의 엄포로 대대장 과의 바둑대결에서 억지로 져주기도 하고,테니스를 치는 장교들을 위해 태니스 코트를 관리하는게 그의 하루일과중 일부분이다.
'특급 군사기밀' 전쟁 발발시 그들의 임무
방위도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향토방위와 돈없고 빽없는 사람이 근무하는 군대방위로 구분 되어진다고 하는데,전쟁 발발시 이들의 임무는 막중하다.향토방위의 경우 동사무소의 재산목록1호인 복사기를 사수하고,전쟁과 함께 모든 방위들은 신속히 옥상으로 올라가 지참한 도시락을 흔들어 적의 레이더망으로 교란 시키며,최대한 일찍 적의 포로가 되어 적의 식량을 축내는 역할을 수행한다.하지만 아무리 급박한 전투상황이라도 정각 6시가 되면 칼같이 퇴근 하는등 전투시 방위의 임무는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당시 현역으로 근무하는 군인들의 복무기간이 30개월 인걸 감안하면, 편하게 집에서 출,퇴근 하는 방위들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겠지만,이들에게도 분명 아픔은 존재했을것이고 짧은 군생활이 주는 트라우마도 있을것이라 생각된다.타고난 바둑실력을 인정받아 대대장의 바둑병이 된 낙만은 부대 인사계의 특별한 총애를 받으며 일찍 퇴근하기도 하고 편한게 생활하지만,새로 부임한 중대장에게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가 아닐수 없다.더군다가 이발하다 중대장의 귀를 잘라먹는 참사가 벌어지며 낙만은 현역들로만 구성된 영창근무까지 하게된다.
'영창 이야기'를 아름답게 꾸며낸 '미운 오리 새끼들'
곽경택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단편영화 '영창 이야기'를 각색한 '미운 오리새끼'는 군생활의 에피소드를 다룬 전반부와는 달리, 낙만이 영창근무자로 투입되는 후반부는 군부독재시절의 강압적이며 비인간적이었던 군대의 모습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기도 한다.교관을 폭행한 혐으로 영창에 오게된 율규(문원주)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낙만과도 친하게 지내지만 정신지체아인 딸과 과부인 엄마까지 강간했다는 추가 혐의를 받게된다.여러가지 원인으로 강간범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낙만이 율규에게 행하는 폭력은 자신의 임무와는 무관한 월권행위 이지만, 결코 용납할수 없는 율규의 범행은 본분과 상관없는 행위로 이어지며 철저히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대대장에게 잘보이기위한 중대장의 농간으로 결국 낙만도 영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아들을 찾기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정(父情)은 집안에만 가둬놓고 살았던 자아를 분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비열하고 야비한 중대장 '조지환',냉철한 카리스마 대대장 '고영일',행자스님 이었던 죄수 율규역의 문원주,중대장과의 묘한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인사계 '양중경'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어리버리한 낙만역의 김준구 등 이 펼쳐내는 군생활의 에피소드와 아픔은, 그 시절을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공감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충격적인 군사독재시절의 아픔을 경험하게 해준다.
최고의 톱스타와 작업하던 곽경택 감독은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한 이력이 전부 인 신인배우들을 선택 하였지만, 그들은 결코 '미운 오리 새끼'들이 아니였으며, 그들이 펼쳐보이는 날개짓은 백조의 비상을 보는듯 화려하고, 감독의 연출은 숙련된 도공의 미세한 손길처럼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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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는 다른 80년대의 군대생활을 경험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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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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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만(김준구)은 육방(육개월 방위)이다. 신체 건강한 남자임에도 방위가 된 건 고문후유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낙만은 육방이지만 현역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한다. 깍새(이발병), 찍사(사진병), 바둑병을 병행하면서 사역(잡일)도 도맡아한다. 중대장(조지환)이 새로 부임하면서는 영창 보초 근무도 추가된다. 어느 날 영창 근무를 서던 낙만은 탈영하다 잡혀온 행자(문원주)를 맡게 되고, 그의 선한 모습에 측은함을 느낀다. 하지만 행자의 민간인 성폭행 혐의를 알게 된 낙만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한편 낙만의 가방을 뒤지다 불온서적을 발견한 중대장은 그를 영창 보내기 위해 온갖 수를 쓴다. 맞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군대 이야기다. <미운 오리 새끼>는 곽경택 감독의 방위 생활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다. 하지만 병영생활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즐겨 볼 수 있는 재미가 여러 곳에 포진돼 있다. 상관의 눈을 피해 6시 정각 퇴근 작전을 수행하거나, 대대장과 바둑을 둘 때 일부러 지기 위한 묘수를 펼치는 등 방위들의 병영생활이 실소를 터뜨린다. 오랜만에 자신의 경험담을 끄집어 낸 감독의 이야기가 친근한 매력을 발산한다. <미운 오리 새끼>가 깨알 같은 재미만 주는 건 아니다. 1987년 어두웠던 사회상을 그리면서 당시 핍박받던 사람들의 모습을 낙만을 통해 반영한다. 권력 체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낙만은 군대 간부와 헌병에게 매번 무시와 폭력을 당한다. 그는 자신이 받은 수모를 영창 수감자들에게 고스란히 되갚는다. 이를 통해 감독은 폭력이 자행되고 악순환 됐던 그 시절을 소환한다. 또한 긴 터널을 벗어나 희망을 꿈꾸는 낙만을 보여주며,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라 여기는 청춘들에게 위안과 힘을 전한다. <미운 오리 새끼>는 <억수탕> <똥개> 등 유쾌한 이야기와 함께 사회를 풍자했던 감독의 초기 작품들과 유사하다. 당시의 열정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기교 없는 신인 배우들의 연기는,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연출력과 잘 융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초심으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의 영화에 관객의 응답이 궁금할 뿐이다.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 (zzack08@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