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Harmony, 2009
섬세한 심리묘사와 관객으로부터 이끌어내는 공감대
흔히 드라마/멜로 영화는 밝게 시작하여 슬픔으로 절정에 오르고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관객은 코믹한 요소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고, 슬픈 상황 속에서 공감한다. <하모니>개봉 당시 극장은 온통 눈물의 도가니였다. 천진난만한 아기를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절절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교도소 수감자들의 사연들, 그녀들이 잠시 맛본 자유 속에서 아직 살아있는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교도소 안에서의 출산.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정을 붙여서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친모 입장에서 아기에게 사랑을 주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결코 행복하다고는 표현할 수 없는 교도소 안에서 아기 민우는 한 줄기 빛 같은 존재다. 엄격한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수감자들은 민우의 돌잔치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즐거워한다.
그렇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교도소의 엄격한 교관은 이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인식시켜준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 자유를 빼앗기고 형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곳. 개개인의 사연이 아무리 절절하다 한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모니>에서는 여자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의 사연을 짧게나마 보여주는데, 영화이기 때문인지 그녀들의 살인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들의 살인은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일어난다. 한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벌어진 참사. 사고에 가까운 살인. 물론 범죄는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받을 수 없다. 그래서 그녀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밖에 남겨놓고 묵묵히 죗값을 치르고 있다.
음악을 통한 교감
음악은 영혼의 울림이라고까지 한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다소 지루한 내용의 영화라도 마음에 꽂히는 음악이 들려오는 순간, 관객 또한 스크린에 집중한다. 음악은 단순히 귀를 심심하지 않게 만드는 기능만 하는 수단이 아니다. 이야기를 고조시키고 앞으로의 내용까지 예상할 수 있게 하면서, 대놓고 표현하지 않는 숨은 뜻까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궁무진하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스쿨 오브 락>, <코러스>, <밴디트>, <뮤직 오브 하트>는 현실에 상처받은 등장인물들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묻어둔 비밀과 절대로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지 않던 인물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영화 <하모니>역시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이 음악으로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는지 보여준다.
사실 교도소에서 합창단을, 그것도 수감자의 건의로 결성하고 대회까지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많은 문제에 부딪치고 합창단이 와해될 위기까지 맞는다. 그래도 한바탕 갈등을 겪고 나면 더 강한 의지가 샘솟는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예정되어 있던 이별
유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헤어지는 모자의 모습이 무척 안타깝다. 복역중에 출산을 한 정혜는 교도소라는 환경에서도 아들 민우를 끔찍이 아껴왔다. 그러나 곧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정혜는 잠시 의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곧 무너져 내린다.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1년 6개월은 너무나 짧았다. 이 장면에서 처음 눈물을 쏟은 관객이 무척 많을 것이다. 극중 정혜를 연기한 배우 김윤진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지 싶다. 배우 김윤진은 영화 <세븐데이즈>, <심장이 뛴다>에서도 굉장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맞닿은 손
<하모니>에서 등장인물들이 소통하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손이다. 맞잡은 손을 통해서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고, 말로 할 수 없는 생각이 전해진다. 극중 합창단을 지휘하는 문옥(나문희)와 성악을 전공했지만 합창단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유미(강예원)이 피아노 앞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아픈 민우의 손을 어루만지며 합창단에 대한 꿈을 키우는 정혜, 무대 위에서 마주잡은 이름 모를 소년과의 손도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말하지 않고 표현되는 감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극중 <하모니>에서는 이곳이 과연 교도소가 맞는가? 할 정도로 밝고 일상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이는 교도소의 수감자들 또한 이전에는 죄를 짓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단편적으로 소개되는 그녀들의 사연 또한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다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 영화 속에서의 내용은 연출에 필요한 장치라는 점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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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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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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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하모니>는 평론적으로 좋은 평을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다. 최루성 영화의 클리셰란 클리셰는 모두 가져 온 영화는 그렇다고 이를 세련된 기법으로 가공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모르긴 해도 <하모니>에 대한 정보를 전문가들의 리뷰에서 찾다보면, 호평보다 혹평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문가 평가와 달리 관객들에게는 사랑받은 작품이 존재해 왔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하모니>는 전문가들이 ‘적색경보를 날리든 말든’, ‘손가락 한 개를 주든 다섯 개를 주든’ 거기에 개의치 않고 관객들에게는 꽤나 높은 만족감을 선사할 영화로 보인다. 세련되지는 못해도, 그리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구닥다리 내러티브라도, 그 속에서 콧잔등 시큰거리게 하고, 각 티슈 찾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한 채 남편을 살해하고 10년형을 선고받은 정혜(김윤진)는 교도소에서 아들 민우를 낳아 기르지만 18개월 후면 입양을 보내야 한다. 어느 날 교도소를 찾은 합창단의 공연을 감명 깊게 본 정혜는 교도소장에게 합창단 결성을 제안하고, 합창단을 훌륭히 성공시키면 민우와 함께 특박을 허가한다는 약속을 받는다. 이에 교도소에서는 오디션이 열리고, 바람난 후배와 남편을 차로 받아버리고 사형수가 된 전직 음대교수 문옥(나문희)의 지휘아래 밤무대 가수 지화자(정수영), 프로레슬러 출신 연실(박준면) 등이 팀을 결성한다. 그리고 후에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죽인 죄로 세상과 벽을 쌓고 살던 성악 전공생 유미(강예원)가 가세하면서 합창단은 제대로 된 화음을 갖추기 시작한다. <하모니>가 촌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노골적인 감정 표현과 눈에 선한 온갖 신파적인 설정들 때문일 것이다. 창의성 면에서도 <하모니>는 여타의 작품들보다 많이 뒤떨어지는데, 음악을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서사구조는 <시스터 액트>, <스윙걸즈> 등 이미 누차 시험된 틀의 재활용에 불과하고, 극 말미에 녹여낸 사형제도에 대한 주의환기 역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집행자> 등에 빚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러한 기시감과 뻔뻔하리만큼 우직한 신파적 요소들이 만나서 빚어내는 이색적인 재미가 이 영화에는 있다. 비록 신선함은 없어도, 기존에 있었던 검증된 공식들의 알맞게 혼합해내는 재주만큼은 탁월했다는 얘기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하모니>는 눈물을 담보로 한 최루성 영화다. 그런데 최루적 요소를 하나가 아니라, 무려 세 개나 박아 놓고 달린다는 점에서 영화는 최루 중에서도 막강한 최루 영화임을 천명한다. 예컨대, 기존 영화들에 눈물을 쏟게 하는 클라이맥스가 하나라면, <하모니>는 부자간의 이별, 가족 간의 화해와 상봉, 사형제로 인한 비극 등 다양한 소재와 에피소드를 사용해 클라이맥스를 세 부분까지 늘린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첫 번째 상황에서 애써 눈물을 참았던 관객도 종국에 가서는 앞에서부터 켜켜이 쌓아 온 감정으로 인해 슬픔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 코드 또한 꽤나 강력하다. 여성 수감자들이 감옥에 들어온 이유를 서로에게 밝히는 장면에서는 빠르고 리듬감 있는 편집을 이용해 웃음을 안기고, '메조, 알토, 소프라노' 등의 개념도 모르는 수감자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웃음을 극대화 시킨다. 특히 웃음을 만들어 내는 주조연, 단역들의 호흡과 대사 타이밍은 가히 발군이다. <하모니>에서 특기할만한 건, 이 영화가 <해운대>의 CJ엔터테인먼트와 윤제균 감독의 제작회사 JK필름이 투자-제작에 손을 잡은 영화이자, <해운대>에서 조연출을 했던 강대규 감독의 데뷔작인 동시에, <해운대>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강예원 등이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해운대>의 팀이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라는 얘긴데, 이야기가 빈약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해운대>의 행운이 <하모니>에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