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GO
Miss Conspirator, 2012
영화를 볼 때 대부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다. 과도한 기대로 인해 실망했던 적이 많아서 일까? <미쓰GO> 역시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큰 기대 없이 보았던 영화 중 한편이다. 이제는 화려한 출연진만으로 믿고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 만큼 많이 속았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여러 장점 중 하나가 예고편이다. 티저와 달리 기본 예고편을 아주 재미나게 만들었다. 이미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하는 것은 알려졌고, 잘 만들어진 예고편을 수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극 중 천수로(고현정)은 장애가 있다. 자신을 지켜주던 동생을 떠나보내며 울고 힘들어한다. 중국집에 전화할 때도 자신의 목소리로 대화하지 못한다. 공황장애를 갖고 있는 그녀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처가 있고, 그로 인해 독립적이고 당당하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다. 이런 그녀가 믿었던 수녀님에게 배신당하고, 사랑하게된 유해진에게 배신당하고, 또 믿었던 성동일에게 배신당하며 그녀는 점점 달라지게 된다. 사실 어딘가 모르게 <친절한 금자씨>가 생각나는 전개 부분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그녀가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다. 돌봄을 받아도 버티기 힘든 그녀가 계속되는 배신앞에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려고 하는 장면이었다. 나 스스로 나를 돌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믿고 의존했으나 배신당하던 과정, 그리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바다 속에 있는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그 동안 가장 트라우마로 안고 있던 엄마. 한 때 그녀는 엄마가 자신을 바닷 속으로 끌어내니는 꿈을 계속 꿀 만큼 스트레스를 갖고 있었다. 그녀의 상처이자 약점인 엄마. 사실은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엄마" 라고 외침과 동시에 한 단계 더 강해지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가장 약한 부분이 있고, 약점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애쓰지만, 결국에는 그 약한 부분을 회피함으로써 강해지지 못한다. 결국 우리가 강해지는 순간은, 무섭더라도 용기를 내야만 한다. 아프다고 상처를 만지지 않는 한 그 상처는 곪아 터지기만 한다. 아무튼 주인공,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상처를 스스로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영화는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대립 구조를 띄고 있다. 마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얽히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중 진정한 승자는 고현정이었다. 아무것도 잃은 것, 잃을 것 없는 그녀는 어떤 징벌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나머지 역할 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로 보인다. 거짓말, 사기, 인맥 등에 능통하다. 즉, 여유가 있다. 그러나 고현정은 내일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특별출연으로 박신양이 등장했는데, 짧지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마약을 사려는 존재로 나왔다.
영화는 극 중 천수로를 연기한 고현정을 통해 한 여자의 성장담을 그린 여화다. 내면의 상처로 힘들어하던 사람이 범죄에 연루되면서 거친 상황들을 헤쳐나가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보고 극복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유해진의 상처를 치료해주면서 하던 대사가 인상적이다.
자신의 상처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조를 위함일까?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그 마음은 원하는대로 위로를 받았을 때 당장은 힘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스스로의 이겨내는 힘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천수로 처럼 스스로 이겨내야한다. 모든 영화가 교훈을 던져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한 장애를 가진 여자가 스스로 상처를 이겨내고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이 영화는 미쓰'고'가 아닌 미쓰'GO' 인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제목처럼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양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에 비해, 그들을 활용하는 것이 다소 부족했다. 개별적으로 보면 대단히 독특했지만, 유기적으로 뭉치지 못했다. 극이 흘러가면서 서로 다른 캐릭터가 뭉쳤다 흩어졌다를 반복한다. 즉, 시너지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멜로라인은 조금 느닷 없고, 범죄 조직과 비리 경찰 사이의 꿍꿍이에도 가속도가 안 붙고 되레 지지부진한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공황 장애를 앓는 소심한 여성을 표현한 고현정은 정말이지 나무랄데가 없다. 그러나 대장부에 가까운 고현정의 이미지를 뒤집을만틈 탁월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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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을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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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원종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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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자장면 하나 배달시키지 못할 정도로 대인기피증이 심한 천수로(고현정). 어느날 그에게 일생일대 큰 일이 벌어진다. 한 수녀의 심부름으로 사랑의 메신저가 된 천수로가 마약 사건에 연루된 것. 비리 경찰 성반장(성동일)과 소형사(고창석), 마약조직 보스 사영철(이문식), 범죄조직 보스 백봉남(박신양)은 공중분해 된 마약과 돈을 되찾기 위해 천수로의 행방을 좇는다. 위험에 처한 그를 지켜주기 위해 ‘짠’하고 나타난 흑기사 아니 홍기사 빨간구두(유해진). 사영철을 잡기 위해 잠입한 위장 경찰 빨간구두는 천수로를 지켜주겠다는 일념 하에 고군분투한다. 천수로는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지는 빨간구두에게 사랑을 느낀다. 고현정,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 고창석, 박신양까지. 배우들만 보면 <어벤져스> 부럽지 않다. <미쓰 GO>의 장점은 배우들에게 기인한다. 이들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큰 매력인 셈. 일단 여타 작품에서 강한 여성상을 보여줬던 고현정이 카리스마를 버리고, 소심한 여자로 탈바꿈했다. 유해진이 사랑하는 여자를 끝까지 지키는 남자로 나왔다는 것도 새롭다. 특히 고현정과 유해진의 러브라인이 형성되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여타 배우들은 전작의 캐릭터를 답습하는 경향이 보이지만 자신이 출연하는 분량은 확실히 책임진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와 천수로의 성장담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배우들의 역량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마약 거래를 둘러싼 이들의 두뇌 게임은 좀처럼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임을 고조시키는 것에만 열중한 나머지 이야기의 견고함은 뒷전이다. 마약과 돈을 손에 넣으려는 인물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건 좋지만, 배우들의 연기에만 기대려는 연출력은 재미를 떨어뜨리고 만다. 소심했던 천수로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과정 또한 이야기의 힘이 부족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첫 상업영화로 뛰어든 고현정에게 <미쓰 GO>는 그리 좋은 시작점이 되지 못할 듯하다.
2012년 6월 21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 (zzack08@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