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 방가!
2010
어딘가 모르게 저예산 영화일 것만 같은 영화가 있다. 흔히 그러한 영화는 적은 예산 때문에 많은 홍보 자체가 불가하며,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일도 드물다. 그러나 때로는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저예산 영화도 있지만, 적은 예산으로 뛰어난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각본이 존재해야 한다. 4년전 개봉한 영화 <방가?방가!> 는 저예산 영화와 대형 배급사를 통해 개봉되는 영화의 중간 정도에 속하는 느낌을 받은 영화였다.
4년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을 때가 기억난다. 다른 영화들을 모두 보았기 때문에 보았던 영화였다. 그러나 역시 그러한 영화는 적은 기대 덕분에 예상외의 재미를 보기도 한다. 물론 당시에도 그랬다. 개봉 후 수 년이 흐른 지금, 이 영화의 가장 큰 후광을 받는 두 배우가 있다. 김인권과 김정태다.
물론 그 전 부터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수 없이 얼굴을 비친 두 배우지만, 두 톱과도 같은 배역을 아주 잘 소화해 내며 한 번 더 인정을 받게 한 작품이다. 특히 김정태가 그렇다. 그의 '찬찬찬' 강의하는 장면은 이 후 김정태의 연기 인생을 돌아볼 때면 꼭 자료화면으로 이용할 정도다. 착해보이지 않는 그의 인상 때문에 그는 수 없이 많은 작품에서 험상궂은 역만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코믹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저예산 영화이지는 않지만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것 처럼 보이지만도 않는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 했다.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 또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으로 그려낸 것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로 오해를 받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실제 외국인 노동자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외국인 노동자로 오해를 받을 법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그 오해를 오히려 외국인 행세를 하며 취직을 하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매우 신선한 소재였다. 이 전 많은 작품에서 뛰어난 감초 역을 해왔던 배우 김인권은 그에게 가장 잘 맞는 혹은 가장 잘 소화해 낸 역이 이 영화에서의 배역이었다. 무겁지 않고 코믹 연기를 잘하는 이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단독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왜 배우 김인권을 내세운 영화인지 아주 쉽게 이해 될 수 있다.
심지어 배우 김인권이 아닌 다른 배우가 이 역을 한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 "사장님 나빠요~" 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블랑카'의 캐릭터가 또오르기도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가슴 아픈 현실을 대변해 쓴웃음을 짓게 했던 그 코미디 역시 당시 사회상을 배경으로 한 개그 소재였다. 이 처럼 이 영화에서는 '취업난'과 '외국인 노동자'라는 두 소재를 적절히 섞어 그려내는 코미디 영화다.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배꼽이 빠질 정도의 코믹 요소도 존재하지만 이따끔 등장하는 쓴 웃음은 피할 수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취업을 하고 싶은 주인공 방태식(김인권)은 친구 용철(김정태)의 조언에 따라 중앙아시아 부탄 출신 노동자 '방가'로 위장해 취업을 하고자 한다. 그는 어렵사리 한 공장에 취직에 성공했다. 태식은 의자 공장에서 알 반장(칸), 찰리(피터 홀밴), 마이클(팔비스), 라자(나자루 딘), 장미(신현빈) 등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알게 된다. 태식은 용철의 노래방을 돕기 위해 '외국인 노래자랑'을 내세워 공장 직원들을 매일같이 노래방으로 유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태식의 주민등록증 위조가 들통나게 되는데, 이를 안 외국인 노동자들은 용철에게 자신들도 가짜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이에 용철은 나쁜 생각을 꿈꾼다. 그들에게 돈만 받고 도망갈 생각을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 이주해 온 노동자의 애환과 고통을 다루면서도 무거워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후반에 다다를수록 급격히 무게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초반에 보여주었던 강한 이야기 추진력과 코믹 요소는 점점 힘이 빠지더니 결국에는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외국인 노래자랑은 영화에 필요한 하나의 소주제와 같은 장치에 불과했어야 했는데, 영화는 그 이야기에 더 무게를 두면서 영화가 다른 길로 새버린 것이다. 다소 낯간지럽고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던 설정에 감정을 이입하고 몰입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블랙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중성이 더 강해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는 웃음 코드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김정태의 노래 강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용철의 노래방을 돕기 위해 함께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을 '외국인 노래자랑' 이라는 것으로 유혹해 이 곳으로 데려오고, 용철은 화려한 입담으로 그들에게 한국의 트로트를 전파한다. 여기서 김정태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실제로도 그는 이 장면에서 많은 부분이 애드립이었다고 밝힌 적이 있듯이 배우 김정태가 아닌 실제 김정태의 모습에도 이토록 웃긴 모습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한 때 '찬찬찬'에 대한 노래가 등장하면 모두 이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영화를 보고 난 관객 아니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 이후 화제가 되어 대부분 김정태의 저 능청스러운 연기를 대부분 인정하는 추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김정태라는 배우에 더욱 호감이 생기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화려한 코미디 영화는 아니지만, 무겁지만도 않은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의 옷을 입은 흔한 코미디 영화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김인권과 김정태의 매력에 한층 더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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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분
배우 김정태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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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주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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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 짙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처럼 코미디도 현시대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장르다. 물론 코미디는 관객을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다. 중요한 건 그 웃음의 원천이 세태풍자를 통해서도 나온다는 것이다. <방가? 방가!>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 오늘날 취업 대란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풍자로 풀어낸 코미디다. 물론 영화는 블랙코미디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웃음의 강도가 높아지듯 풍자와 애잔한 슬픔 또한 그 강도가 높아진다.태식(김인권)은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온다. 그러나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걸 체감하고, 결국 노래방을 운영하는 고향 친구 용철(김정태) 집에 얹혀산다. 그러던 어느날 태식은 외국인처럼 생긴 자신의 얼굴을 이용해 부탄에서 온 ‘방가’로 변신, 어렵게 가구 공장에 취직한다. 일단 외국인 노동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게 급선무라 생각한 태식은 동료들이 외국인 노동자 가요제에 나간다는 것을 알고 도와준다. 이후 그는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고, 급기야 공장 사장에게 차별당하는 동료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또한 그곳에서 베트남 여자 장미(신현빈)와도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태식은 용철 몰래 대출받은 돈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이내 동료들의 돈을 노린다.<방가? 방가!>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 한 영화다. 주로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에 등장했던 그들이 코미디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보통 그들의 삶이란 밝은 코미디와 달리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와 더 잘 어울리는 어두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들의 힘든 삶은 변함없다. 공장 사장의 차별은 여전하고, 밀린 돈을 달라고 하면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신고한다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들에게 유일한 낙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하는 것과 일의 고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노래뿐이다.감독은 이런 암흑 같은 현실 속에 태식을 집어넣고 코미디를 싹 틔운다.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고 역으로 위장 취업한 태식의 설정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신분이 들통 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외국말도 섞어가며 대화를 하거나, 부탄노래라며 ‘한 오백년’을 마음대로 개사해 부르는 등 태식의 이중생활은 코믹함을 자아낸다. 또한 엉겁결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구호를 외치거나, 한국 사장들의 언어폭력에 맞서 동료들에게 교육해주는 ‘욕강의’는 재미를 더한다.영화는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일만 죽어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과 취업을 못해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 취업한 태식의 삶을 뒤섞는다. 그리고 세태 풍자로 휘저어 진정성이 담긴 코미디를 완성한다. 영화의 눈물과 웃음을 책임지는 건 바로 김인권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12년 만에 단독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극중에서 어렵게 맡은 주연이란 이름표를 간간이 뗀다. 분명 김인권은 영화를 이끌어가지만 또 다른 주연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의 삶을 좀 더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마치 그들을 위한 대변인처럼 말이다. 용철 역을 맡은 김정태도 김인권과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마음이 2>에 이어 맛깔스런 코믹연기를 펼친다. 특히 태식과 함께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트로트를 강습하는 용철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유쾌함을 전한다.<방가? 방가!>가 멋진 영상미를 추구하거나 예술성이 높은 작품은 아니다. 일단 첫 장면이 시작되면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코믹함을 드러내는 방식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 영화의 형식은 촌스럽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은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어수룩한 태식의 위장 취업기는 코믹하다. 영화는 진정 울고 웃는 코미디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2010년 9월 24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 (zzack08@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