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형제, 2010
송강호와 강동원의 조합만으로도 극장으로 수 많은 사람들을 이끌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송강호와 강동원이라는 두 배우의 네임밸류를 떠나서도 탄탄한 스토리와 재미난 각본으로 큰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다. 두 배우의 시너지 효과는 관객들을 몰입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어쩌면 과분했을지도 모른다. 관객을 긴장시켰다 웃게했다 먹먹하게 했다.
국정원 요원 이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송지원(강동원)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총격전이 있던 그 날,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둘 다 서로의 목적에 실패함으로써 한규는 직장에서 파면을 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6년 후, 서울의 외딴 곳에서 우연히 만난 둘은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특별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겉으로만 봐서는 우리나라 영화들의 단골 소재인 남북한 간의 대립과 갈등의 양상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하지만 영화 [의형제]속 남한의 국정원 요원과 북한의 남파공작원이라는 소재는 단지 두 캐릭터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영화에서 남과 북이라는 대립적 소재는 캐릭터의 갈등과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조건이 아닐까 싶다.) 즉, 무겁고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이야기하기보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남자를 통해 사람과 그 사이의 정(情,) 그리고 의(義)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영화의 제목인 ‘의형제‘를 통해서도 너무나 정직하고,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다.
6년 후, 재회한 한규와 지원은 도망친 베트남 부인들을 찾아주는 흥신소 일을 함께 하며 한 집에서 머물게 된다. 그 와중에도 서로를 의심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등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까지 맴돈다. 영화 [의형제]의 두 남자, 한규와 지원은 남과 북이라는 지역과 이념적 차이부터 겉모습과 성격까지 하나하나가 너무도 다르다. 전 국정원 요원이었던 한규는 파직과 이혼 이후 능청과 속물근성만 늘어나 돈 앞에서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반면 북에서 버림 받은 남파공작원 지원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남자다운 묵직한 의리와 따뜻한 인정을 지닌 남자다. 대화부터 행동까지 두 캐릭터의 성격이 시종일관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에피소드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지게 하기도 한다. 극중 두 인물이 나누던 대화내용 속 표현처럼 비인간적으로 보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 한규와 인간적인 모습 속에 비인간적일 정도의 냉정을 유지하는 캐릭터 지원의 대비는 영화 [의형제]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인 장훈 감독은 송강호와 강동원이라는 든든한 배우를 내세워 그의 흥행작으로 성공했다. 전작에서 그는 솔직하고 젊은 감각을 내세워 호평을 받았는데, 2년 후 그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영화 역시 칭찬이 쏟아졌다. 전작으로 인해 형성되었던 수 많은 기대들에 그는 완벽하게 부응했다.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그의 가치관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머코드와 이야기하는 방식이 상업 영화에 적중했다. 첩보 영화에 유머스러움을 더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는 해냈고, 두 배우들은 성공적으로 소화해주었다. 그야말로 다향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영화인 것이다. 임무를 수행하려는 공작원과 그들을 저지해야만 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고, 좁은 골목길을 무대로 펼쳐지는 차량 추격전이라던지 강동원의 액션은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송강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일품이었다!!
이 영화를 갓 데뷔한 성공한 감독의 공으로만 돌리기에는 두 배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두 배우는 그 어떤 허접한 각본을 주어도 성공으로 만들어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영화의 흐름 내내 분위기를 장악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어째서 그가 대한민국 국민 배우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그의 많은 전작들만 봐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평범함 속에 감춰진 비범함이라던가, 부드러움과 거침을 서슴없이 왔다갔다하는 그의 내면 연기는 보는 관객을 보다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극에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혹은 감정까지 모두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데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런 송강호를 상대한 강동원 역시 최근 [군도]에서도 제대 후 선택한 그 영화에서도 화려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강동원은 액션만 가능한 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두근두근 내인생]이나 대표적인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강동원의 화려한 외모 속에 감정 표현에도 충실하는 훌륭한 배우임을 말해준다.
세계적으로 첩보영화는 많다. 007 시리즈나 본 시리즈 모두 대표적인 첩보 영화다. 우리나라에서의 첩보영화에서는 북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말하자면 [쉬리]를 시작으로 그나마 최근작인 [용의자] 까지, 공작원과 간첩이라는 소재는 우리나라 첩보 영화에 가장 어울리고 흔한 소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소재를 풀어내는데 있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분단 된 국가인 우리나라에만 가능한 그 소재는 더 이상 독특하다고 할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며, 그 들 삶의 모습이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는 관객도 대다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형제]에서는 그 소재를 적대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두 남자가 함께 지내게 되면서 그려내는 우정과 갈등을 그려내고 있는 이 영화는 크게 무겁지 않기 때문이다. 본디 다른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관객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그려내는 우정과 갈등은 쉽게 받아들이고 이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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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놓친 사람이라면 누구나에게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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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라락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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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로 검증받은 장훈 감독이 이번에도 두 남자의 소통에 관한 영화를 내놨다. 장훈 감독이라는 이름을 인지하기 전에 송강호, 강동원 주연이라는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이번 조합은 탄탄하다. 게다가 남파 간첩과 파면당한 국정원 요원이라는 독특한 소재도 관심을 끈다. 두 번째 작품에서 시련을 겪는다는 속설을 장훈 감독은 빗겨갈 수 있을까? 외부 스펙으로는 그러고도 남아 보인다.서울 한복판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다. 남파 공작원 ‘그림자’와 지원(강동원)이 배신자를 처단한 사건이다.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은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는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자기 팀원들만으로 현장을 급습한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책임자인 한규는 파면을 당한다. 지원 역시 현장 급습의 책임을 물어 배신자의 누명을 쓴다. 6년 뒤, 흥신소 일을 하는 한규는 우연히 지원을 만난다. 지원을 통해 ‘그림자’를 잡고 싶었던 한규는 동업을 제안한다. 하루 종일 붙어 다니고 잠도 같이 자지만, 서로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두 사람. 그러던 중, 다시 남파된 ‘그림자’가 진짜 배신자를 처단하고 지원도 합류시킨다. 때마침 이들을 노린 국정원 요원들의 추적이 시작되고, 한규는 지원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한다.깡패 같은 배우와 배우 같은 깡패를 주인공을 한 <영화는 영화다>는 남다른 관계를 통해 소통의 얘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의형제> 역시 독특한 관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가능한 소통을 보여준다.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두 사람, 서로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존재지만, 그들의 특별한 동거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남파 간첩이었지만 누명을 쓰고 버려진 지원과 국정원 요원이었지만 무리한 작전 수행으로 파면 당한 한규. 정반대의 위치에 있던 두 사람이지만,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빌미가 생긴다. 흥신소 사장과 직원으로 다시 만난 둘의 기묘한 동거는 애초에 설정해놓은 관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관계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생활 자체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색다른 전개를 보여준다.처음 설정된 두 남자의 관계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전복된다. 둘은 잡아야하는 간첩이었지만 점차 도움을 줘야 할 사회적인 소외자로, 감시하고 정보를 얻어내야 할 대상에서 도와주고 같이 해야 할 사람으로 점차 관계가 바뀐다. 서로의 비밀을 조금씩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두 사람에게 생겨서는 안 되는 의리라는 감정이 생기고, 이해와 소통을 통해 이념이나 현 상황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게 된다.한규와 지원을 연기한 송강호와 강동원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힘이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오고 여러 상황이 연출되지만, 두 남자에 철저히 의존해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송강호는 삶에 지친 외로운 아버지의 연기를 코믹하면서도 묵직하게 표현하고, 강동원은 말수 없이 혼자만의 고독과 고통을 감내하는 비밀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큰 축이 송강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탓에, 베트남 조직과의 대결이나 ‘그림자’를 쫓는 사투, 두 사람의 화해 등 많은 부분에서 그의 역할이 크다. 코믹함과 진지함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그의 연기가 <의형제>의 맛을 더 살린다.장훈 감독은 로케이션과 세트 등 공간의 효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물론이고, 남가좌동의 좁은 골목에서 촬영된 액션 장면은 공간의 특성을 잘 살려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구글 위성으로 찾았다는 인천의 공장 역시 사회에 속하지 못했지만 그들과의 끈을 놓지 않는 캐릭터들의 상황을 적절히 묘사하며, 세트로 지어진 복층구조의 오피스텔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만들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아래층의 지원을 감시하기 위해 위층에 자리를 잡은 한규의 포지션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근거가 된다.장훈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다시 한 번 관계와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정반대에 있던 이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일맥상통한다. 여기에 남북문제와 불법체류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거론하며 현실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이와 동시에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웃음도 유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소 손발이 오글거리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함이 녹아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사람들의 관계를 그려내는 솜씨는 확실한 적시타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연속타석 안타다.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 (iwai@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