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의 연애 지침서
작업의 정석
The Art of Seduction, 2005

이영애와 이정재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선물>을 첫 작품으로 한 오기환 감독이 차기작 영화 <작업의 정석>의 감독을 맡았다. 데뷔작과 전혀 다른 작품을 들고 나온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에서 광고 기획사 PD, 방송국 FD에 이르기까지 영상을 매체로 한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다양한 이야기를 매번 다른 시도로 진행해온 오기환 감독이기 때문에 영화팬들의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남녀 주인공으로는 송일국과 손예진이 캐스팅됐다. 송일국이 맡은 남자 주인공 ‘서민준’은 건축 설계사로서 100전 99승 1무의 전적을 가진 화려한 기록의 선수중의 선수이다. 꼬심에는 관심이 있지만, 사귐에는 관심이 없는 쿨한 성격으로 헤어질 때에도 품위와 매너를 지키는 진정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손예진이 맡은 ‘한지원’은 섹시미와 청순미를 겸비한 외모의 소유자로 개인 자산 관리사이며, 100전 100승의 무패 작업계의 신화로서 한번 찍은 남자는 반드시 넘어오게 만드는 진정한 프로패셔널 작업녀이다.
감독은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결국에는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왜 꼭 그래야만 하나. 같은 이야기지만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좀 더 특별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택했고,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 효과 같은 장면도 거리낌 없이 연출했다. 그 동안 있었던 흔한 로맨틱 코미디를 상상한다면 큰 실수’라고 말하며 자신감 있는 마음을 내비쳤다.
남자가 가자는 곳에 가선 안돼
남자를 오게 만들란 말이야
그동안의 작품들 영화 <클래식>, <외출> 등에서 보았던 슬픈 여주인공의 이미지는 뒤로한채 손예진이 아주 큰 이미지 변신을 했다. 작업계의 전설 ‘한지원’으로 분한 그녀는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이자 온갖 애교와 섹시함으로 남자를 사로잡는 연애의 고수이다. 그녀는 ‘배우는 모든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많이 웃었다. 완벽한 선수지만 엉뚱한 부분도 많은 지원의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내 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감독님은 오히려 날 보고 더 많이 웃는다고 말씀하신다’라고 인터뷰하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또한 오기환 감독은 남자 주인공을 맡은 송일국을 ‘처음 시나리오 리허설 때는 완전 염장이었는데, 이젠 바람둥이가 다 됐다’라고 평가했다. 송일국은 워낙 말이 없는 성격이라 인터뷰를 할 때도 옆에서 누가 말을 거들어줄 만큼 입이 무겁다. 그는 ‘제가 처음 이 영화를 하게 된 계기는 물론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고 좋아서였다. 하지만, 어느 설문조사에서 ‘바른생활 맨’일 것 같은 1위의 배우로 뽑혔다는 말을 듣고 나의 이미지가 그렇게도 모범적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라고 말하며 영화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그는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해 지금까지 고수해온 헤어와 패션 스타일을 과감히 버리고, 도시적이고 로맨틱한 시크가이로 변신했다.
난 한지원
세상에서 나한테 안 반하는 남자는 없다
그러나, 난 순결주의자다
접근하지마라
영화 속 송일국이 연기하는 서민준은 거실엔 수백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고, 일류 요리사에 버금가는 요리솜씨를 뽐낸다. 젠틀남을 컨셉으로 해 여자들에게 무엇이든지 다 해줄 듯 하는 그에게 넘어가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책장 가득 꽂힌 책들은 대여점에서 빌린 것들이고, 수준급 요리 실력도 단 한 가지 메뉴에 한한다.
영화 <작업의 정석>은 다른 로맨스 영화들과는 다르다. 두 작업남녀의 마음속 신경전은 마치 무협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독특하게 표현되는데,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손예진은 난생 처음 와이어 줄에 매달려 물에 흠뻑 젖도록 수도 없이 호수 위를 뛰어다녔다. 송일국도 칼싸움 동작을 위해 무협 영화들을 감상하며 동작을 연습했다. 힘든 촬영이었지만 대역 없이 물 속 장면을 마무리하면서 스탭들의 박수를 받았다.
작업은 기술이 아니다
과학이다
이런 장면들 외에도 영화 속 인물들의 패션도 볼거리 중 하나이다. 손예진과 송일국은 이전까지 얌전하고 점잖은 이미지를 고수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최고 디자이너들의 럭셔리한 의상을 소화했다. 손예진는 1회 의상비가 천만원을 넘을 정도로 세련된 정장과 시계, 가방 등을 착용하였고, 송일국은 부드러우면서 시크한 인상을 풍기기 위해 명품 정장, 시계 등을 협찬 받았다.
세트장 중 눈여겨볼 곳은 작업남의 설정의 끝을 보여주는 서민준의 집이다. 이태리제 대리석으로 마감하나 현관과 펜트하우스를 방불케하는 2층 높이의 천정, 한 쪽 벽면을 채운 장서들은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보인다. 제작진은 2층 높이의 책장을 채우기 위해 7천권이 넘는 책이 필요했고, 청계천 일대의 책방을 뒤져 책장을 채웠는데 하루 대여료만 250만원이었다.
게다가 고가의 미술품이나 그림 등도 모두 고가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특이했던 설정은 콜라 자판기였다. 집안에 자판기가 있다는 설정도 특이했지만, 민준 집의 고급스러운 공간과 맞추기 위해 색깔과 디자인의 새로 해 오직 하나뿐인 특별한 자판기로 탈바꿈했다.
여자들은 보지 못하게 눈이 멀게 하소서
여자들을 만지지 못하게 팔을 잘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