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부가 가진 동체시력은 사물의 움직임을 느리게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인 동시에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장애이기도 하다. <슬로우 비디오>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동체시력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전반부의 코믹한 일화와 인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 반면 <슬로우 비디오>는 동체시력의 단점을 이용해 후반부 이야기를 전환시키는 토대를 마련한다. 동체시력의 부작용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위기는 그 위기가 드러나는 과정이 급작스러워 아쉽다. 하지만 <슬로우 비디오> 전체를 아우르는 따스함은 영화의 부자연스러운 전개마저 무마할 만큼 사랑스럽다. 소통이 단절된 채 선글라스 너머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여장부가 처음으로 수미와 눈을 맞추거나, CCTV 속 이미지에 불과했던 수미가 카메라를 향해 손 인사를 하는 순간 시선의 대상은 주체가 되어 상대와 조우한다. 그리고 영화가 보내는 소통의 이미지는 스크린을 꿰뚫고 마음의 과녁에 적중한다.
2014년 9월 25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