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More Than Blue, 2009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이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라디오 PD 케이(권상우), 교통사고로 가족을 한날 한시에 모두 잃은 작사가 크림(이보영). 두 사람은 서로의 빈자리를 때로 가족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메워주며 함께 살아가는 사이이다. 누구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크림..케이는 그녀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그러나 어느날 주환(이범수)이 나타난다. 치과의사이고, 현명하며 친철한..그리고 건강해서 크림을 평생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이 남자. 주환은 크림을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이야기 하지 않는 케이,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주환.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단 하나의 연인 크림. 서로 다른 세가지 방식의 사랑이 시작된다..
눈물겨운 사랑, 오직 서로를 향한 다른 방식의 사랑
멜로 영화의 정통을 따르고 있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원태연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독특하게 케이의 흐름으로 흘러갔다 이내 시점이 바뀌어 크림의 시선으로 다시 영화를 바라본다. 중간 중간 궁금증을 유발하는 조잡스러운 장치가 없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법이나 반전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단지 두 사람 그리고 한사람이 더해진 세 사람의 각자 다른 방식의 서로를 향한 마음을 그려낸다. 악역도 반전도 없는 이 영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는 영화. 90년대 <접속>,<약속>이 한국형 멜로의 한 획을 그엇다면, 또 다른 획을 그었다고 생각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마음을 적시는 슬픔 보다 더 슬픈 이야기 (More than Blue)
케이와 크림 그리고 주환이 겪는 사랑의 아픔은 제목이 가장 잘 표현한다. 슬픔 보다 더 슬픈 이야기라고. 그들이 겪는 슬픔 보다 바라보는 우리가 더 슬픈 이야기다. 영화는 슬프다. 지독히 아프고 가슴 쓰리게 슬프다. 주인공은 지독히 우울하고, 답답하기 까지 하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시한부 인생 케이, 그런 외톨이를 가족 처럼 의지하고 사랑하는 고아 크림. 눈 먼 사랑을 하는 완벽한 남자 주환. 반쪽 사랑을 하는 제나(정애연). 아무것도 없는 두 청춘남녀 케이와 크림. 부모도 형제도 없는 그 두 사람에게 허락된 것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랑이 전부다. 그들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사랑을 어떻게 지켜낼까..
멜로 영화의 도입부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영화가 슬픔을 극대화하기를 원한다면 도입부는 더욱 중요하다. 2시간 남짓 이어지는 영화에 복선을 제공하기도 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영화 <슬픔 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도입부는 중요하다.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직접적으로 알려주며 시작한다.
그 것을 잔잔히 흘러나오는 대사로 알 수 있다.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결혼시키고 떠났다." 가장 진부한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슬프다. 결말이 뻔할수도 있다. 어디선가 들어보았더나 보았을법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감정을 이입할 수 없어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슬프다. 슬픈 영화임은 분명하다.
군더더기 없는 권상우, 이보영의 외롭고 슬픈 사랑 이야기
두 남녀가 지독히 서로만을 바라보며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복잡하고 조잡한 설정은 없다. 때로는 처량하게 보일지 몰라도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관객은 없다. 두 사람은 지독히 우울하지만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도 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것만은 분명했다. 크림을 연기한 이보영은 완벽했다. 그녀가 왜 지금 대한민국 탑 여배우의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슬프다는 것을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 사랑에 빠진 사람을 연기하는 것도 어렵다. 그녀가 극 중 크림을 연기하며 보여지는 모습은 얼마나 그녀가 크림에게 빠져 고민을 거듭했는지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크림과 이보영은 하나가 되었지만 크림을 통해 이보영을 다시보게 되고, 이보영이었기에 크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보영의 중요성은 케이를 연기한 권상우 못지 않게 중요하면서 탁월한 캐스팅이었다.
원태연식의 가슴 아픈 멜로
원태연 감독은 시인이자 작사가로 유명하다. 1992년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라는 밀리언셀러 시집으로 다수의 시를 썼고, 2008년 박명수의 바보에게...바보가를 시작으로 2011년, 백지영의 그여자, 허각의 나를 잊지 말아요 등의 히트곡의 작사를 맡아 유명해졌다. 작사와 시인 활동을 하다 2009년 지아의 술 한잔 해요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영화 쪽에는 2006년 <사랑따윈 필요없어> 자문을 맡으며 영화에 발을 들였다.
그의 처음 데뷔한 영화 <슬픔 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지독히 슬픈 이야기들을 글로 써낸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깊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룬 음악에 직접 작사를 해 성공해냈고, 멜로 영화에 저절로 관심이 가 제작에 성공했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첫 멜로 영화 <슬픔 보다 더 슬픈 이야기> 속 크림의 직업을 작사가로 둔 것 역시 그의 직업을 통해 좀 더 깊숙히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슬픔만을 위한 과도하고 작위적인 설정이었나?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가슴 저리게 슬퍼 눈물 쏙 빼냈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공감하지 못한 억지스럽고 지루한 영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두고도 그런 시선은 존재한다. 영화에 대한 대표적인 혹평은 90년대 감성으로 퇴보한 영화라는 말이다. 한 때 우리나라에 <접속>,<편지>,<약속>등으로 이어지는 정통 멜로 붐이 일어났었다.
아픔을 간직한 두 남녀, 시한부를 선고받은 남자,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러브스토리. 전형적은 설정이었다. 이는 당시에 선풍적인 붐을 일으켰고, 모두가 함께 우는 영화였다. 이러한 공식을 답습했다는 점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과연 흥행을 위한 필수적인 공식이 성립한다는 것 부터 증명해야 한다.
이 영화가 90년대 개봉했다면 비난의 대사이 될 수 있겠지만 영화는 2000년대 개봉한 사실상 현대극이다. 이러한 멜로 영화에 지난 한국형 90년대 멜로의 성공 설정을 따라했다고 해서 흥행 공식을 답습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 때의 정서가 아닌데, 그 때의 정서만을 고집한다고 해서 흥행을 보장받는다고 단정짓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이다. 영화에 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으나, 영화의 설정이 지나치게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 그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시적 정서와 감성적 슬픔을 보여주고자 한 원태연 감독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첫 영화인 만큼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영화란 것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지만, 모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에는 감독의 욕심으로 일컬어지는 설정이 등장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의 감성이 하나로 합쳐질 때, 비로소 그 영화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적시고 움직이는 법니다. 그래서 <슬픔 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어쩌면 판타지의 성격을 더 강하게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철저한 현실주의자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영화에 대한 큰 기대는 접어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한국형 멜로영화에만 엄격한 잣대를 통해 평가하려 하지 않는 다면 즉,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의 마음을 통하여 사랑을 느끼고자 한다면 가슴을 울리는 강력한 멜로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OST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다. 영화에 가장 적절한 이 곡은 영화 보다 더 유명해진 곡이다.
영화를 통해 만나는 이 곡은 극에 몰입할 수록 곡에 대한 슬픔이 더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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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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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라락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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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권상우)와 크림(이보영). 이것은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그들의 이름이다. 상대에게서 받은 이름을 부모가 지어준 이름보다 더 친숙하게 여기고, 오랜 세월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온 젊은 남녀.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 분명한 남자 여자의 사랑으로. 하지만 각자의 마음을 ‘사랑해’ 대신 ‘좋아해’로 포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함께 할 날들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케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그렇기에 크림이 외롭지 않도록 그 옆자리를 채워주려 안간힘을 쓴다. 케이의 선택은 현명하고, 친절하고, 건강한 치과의사 주환(이범수)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크림 역시 주환이 좋다고 한다. 정말로 잘된 일이지만, 크림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들어서야 하는 케이의 속은 뒤틀리고 눈물로 넘친다. 그리고 이것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른 남자에게 가야하는 크림 역시 마찬가지다. 케이와 크림, 주환의 사랑은 시종일관 담담하다. 그들의 마음 속 안에 어떠한 감정이 도사리고 있건, 속이 얼마나 징그럽게 썩어가건 그들은 상대에게 자신을 삼킨다. 이것은 어찌 보면 슬픔보다 더 슬픔을 위한 장치이다. 절제된 감정에서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어떤 것 보다 더 시릴 수 있는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화는 그리 슬프지 않다.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큰 울림을 주지 못한 채 그 순간의 자리에 머물고, 전체적인 유기성을 찾기 힘들다. 그렇기에 감성을 수반한 심플한 대사들이 제대로 제 위치에 놓여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것들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사랑하는 여인이 있고, 다른 남자에게 보내야 하는, 슬픈 남자가 나오는 기존 멜로의 틀과 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못한다. 한 마디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슬픈 이야기일 뿐인 것이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시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어려운 틀을 벗어나, 감성적이고 위트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로 젊은이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원태연’의 영화 첫 데뷔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영화감독이라는 명칭보다 시인, 작사가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영화 곳곳의 대사들과 내레이션이 마치 그의 시집을 보는 것 같고, 짙은 감수성의 농도는 현실과 거리를 둔다. 이에 더해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과도한 까메오 출연진들의 등장은 주인공들의 슬픈 사랑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여기에 좀 과하다 싶은 음악사용까지. (물론 라디오 PD와 작사가가 주인공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영화에는 첫 멜로 영화를 선보이는 한류스타 권상우와 굵직한 영화에서 히로인이었던 이보영. 여기에 요즘 한창 훈남으로 이미지 급상승 중이신 이범수가 함께 했다. 캐스팅으로만 본다면야 꽤 매력적인 요건이다. 하지만 그들이 영화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꼼꼼히 해냈는지는 앞으로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의 감수성과 눈높이에 달린 것 같다. 과연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되어 눈물 한 자락에 손등을 적실지. 아니면 제목이 가장 슬픈 이야기가 될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멜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선택이 자못 궁금해진다.
2009년 3월 6일 금요일 | 글_김선영 기자 (firstwrite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