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인생
Second Half , 2010
뻔한 매력을 가진 맛있는 영화
만드는 영화마다 죄다 말아먹고, 실패를 거듭하는 영화 제작자 조대표(류승수 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 혼자 무작정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강릉에 도착한 조대표는 낯설지만 이상하게 낯이 익은 젊은 여자 민아(이솜 분)를 만난다.
조대표는 낯이 익은 이유를 20년 전 강릉에서의 원나잇으로 가진 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민아가 먼저 조대표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조대표는 영화 작업차 강릉에 방문했다고 말하고, 강릉사람인 민아는 강릉 가이드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조대표는 민아와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딸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심란해지지만, 묘한 기류까지 느끼며 영화는 두 사람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든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만들어진 데뷔작
영화는 흥미롭게도 마흔이라는 나이에 동해안 기행을 통해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조성규 감독은 3일간의 동해안 기행을 통해 연하의 여성을 만나 실제 본인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며, 알 수 없는 묘한 기류를 느끼기도 했다는 그의 실제 자전적인 이야기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또한, 영화는 조성규 감독의 첫 데뷔작이다. 첫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조금은 서툴러보이기도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을 감안한다면 영화는 그렇게 완성도가 떨어진 영화는 아니다. 물론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다소 많은 부분이 친절하고, 많은 설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보다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조감독의 첫 데뷔작인 만큼, 불친절한 예술감각 보다는 친절하고 자세한 영화로 첫 영화를 내놓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영화는 조성규 감독의 색이 완전히 묻어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맛’과 ‘여행’을 다룬 여유로운 영화
특정 지역을 여행하는 기행 영화의 특징은 마치 내가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해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맛있는 음식들을 보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곤 한다. 여행을 통해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일상의 여유로움을 전해 받을 수가 있고, 맛있는 음식들을 보며 직접 먹어보지는 못하지만 그 지역에서 어떠한 분위기에서 먹는 음식인지를 상상하면, 그 여행 영화가 주는 흥미는 상당히 큰 매력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한 점에서 영화 <맛있는 인생>이 동해안의 강릉을 배경으로 하며 맛있는 음식들과 커피, 그리고 신선한 해산물을 먹는 등의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강릉’이라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영화는 강릉에 대하여만 나올지라도, 실제 강릉을 가본적이 없는 입장에서는 강릉의 매력에도 푹 빠질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모델 출신 배우 이솜의 발견
개인적으로 배우 이솜은 <마담뺑덕>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된 얼굴이다. 최근에는 유아인과 이미연, 최지우 등과 함께 <좋아해줘>에서 강하늘과의 로맨스 연기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배우 이솜은 모델 출신으로 큰 키와 동양적인 미인형을 갖고 있어서 흔한 여배우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많이 가진 배우다.
2010년 만들어진 이 영화가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앞쪽에 기록된 영화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혹은 개인적으로 <좋아해줘>,<마담뺑덕>을 보고 난 뒤, 이 영화를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더 젊고, 어딘가 모르게 풋풋한 모습이 더 아름다워보였다. 배우 이솜은 이 영화에서 주는 아주 큰 장점 중 하나였다.
홍상수 영화의 느낌이 난다
조성규 감독의 데뷔작의 다음 영화는 <설마 그럴 리가 없어>이고, 그 이후에는 김태우, 예지원 주연의 <내가 고백을 하면>이라는 영화를 내놓았다. 영화의 느낌이 어딘가 모르게 홍상수 영화의 특징을 많이 답습하고 있다. 홍상수 영화가 긴 호흡을 갖고 있고, 긴 테이크를 통해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촬영기법으로는 많은 감독들과 다르게 클로즈업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홍상수 감독만의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그러한 특징을 조성규 감독도 조금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과 분명하게 다른 점은 조성규 감독은 이야기 속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창작의 방법론을 떠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그만의 영화이기에 홍상수와는 같은 길을 가는 듯하면서도 본인만의 색을 다음 영화에서 하나씩 하나씩 덧칠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일탈을 들여다보는 느낌
남녀의 흔한 일탈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전해받을 수 있지만, 영화의 초반에 이미 못이 박혀버리듯, 두 남녀는 사랑을 해서는 안되는 부녀지간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등장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남녀의 여행에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가 될수도 있지만, 영화 제작사이자 주인공이 딸일지도 모른다는 상태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이어질수록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대화나 행동들에 많은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영화는 강릉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상당히 많은 영상들로 화면을 가득채움과 동시에 정말 맛있는 음식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떻게보면 이 영화의 주제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놀고 마시고 먹는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공기좋고 맑은 곳에서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한 어린 여인과 놀고 먹고 마시는 것 만으로도 이미 대리만족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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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주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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