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Fighter In The Wind, 2004

“나는 싸우는 것이 두렵다. 맞는 것이 두렵고, 지는 것이 두렵다.
싸우다 죽는 것보다, 불구인 폐인으로 살아남을까봐 더욱 두렵다.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내 안에서 바람처럼 불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의 소리”
1935년 전북 김제. 마을 유지의 아들이었던 소년 최배달은 머슴 범수를 통해 택견을 배우며 강한 파이터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독립운동에 연류 된 범수가 자취를 감추고 스승을 잃은 배달은 비행사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항공학교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상상을 넘어선 차별 뿐인데. 조센징이라는 차별에 대한 분노로 교관을 때려 눕히는 배달.
그러나 맨 손의 그에 사무라이의 후예인 가토대위가 살기어린 진검을 겨누고 배달은 칼날에 등을 보인 채 도주하고 만다. 최배달은 항공학교에서 사귄 친구 춘배, 어린 시절 자신에게 처음으로 택견을 가르쳐줬던 머슴 범수와 함께 조선인 학교 건립의 꿈을 키워간다. 그러나 야쿠자들의 칼날에 그 동안 모은 배급표와 돈들을 빼앗기고 대항하던 범수 역시 목숨을 잃는다. 복수를 위해 나서보지만 약함만을 뼈저리게 느낄 뿐..강해져야 한다!
힘없는 정의도 무능이요..정의 없는 힘도 무능임을 깨달은 그는 입산 수련을 결심한다. 범수가 품고 있었던 책,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들고 산으로 들어가는 최배달. 문명과 담을 쌓은 혹독한 수련! 처절하리 만큼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 모든 고통을 견뎌내며 그는 시대를 향한 도전을 준비하게 되는데, 살을 에이는 추위와 얇은 도복 하나만으로 버텨내는 인고의 날들.
맨발로 자갈길을 달리고 야생열매로 연명하며 폭포를 몸으로 받아내는 살인적 훈련이 이어진다. 마침내 손가락 하나로 팔굽혀펴기 천 회를 마치고 자연석을 격파하게 된 최배달. 하산한 배달은 일본 최고의 가라데 도장인 나도 도장을 격파하며 일본 무도계의 도전장을 던진다. 일본 최강의 도장들을 차례차례 격파하는 최배달. 언론은 그의 행적을 대서특필하고 한편으로는 그를 겨냥한 음모가 시작된다.
닌자의 습격으로 치명적 부상을 입은 최배달. 그러나 자객은 친구 춘배의 목숨을 담보로 그를 끌어낸다. 세상이 모두 잠든 칠흙 같은 어둠. 난자당한 옆구리를 움켜쥐고 피의 걸음을 떼어놓는 파이터 최배달..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100명의 무도 고수와 대결해 승리한 최배달. 그는 맨손으로 황소와 대결해 소뿔을 꺽는 등, 신화와 같은 일화를 남겼다.
일본 청소년들이 뽑은 ‘위대한 10걸’중의 한 사람인 그는, 1964년, 실전 무예를 근간으로 한 ‘극진회관’을 설립했고, 현재까지 그의 제자는 전 세계 140개국 2,000만명에 이른다. 1994년 4월, 그는 평생 그리워했던 조국을 품에 안은 채 이국 땅 일본에서 사망했다. 이 영화를 최배달 선생의 영전에 바친다.
“가난해도 좋다. 단지 하나의 목표에 목숨을 걸고 정진하는 인간은 정말로 훌륭하고 아름답다. 그런 인간은 진정 숭고하게 보인다.” -최배달-
일본인들에게 받은 차별과 멸시에 대한 한풀이를 넘어서서 맨손, 맨발로 무릎을 꿇린 파이터 최배달. 그러나 그는 천부적인 파이터는 아니었다. 식민지 백성으로서 나라 없는 설움 속에 가엾은 청년이었고, 죽음을 건 대결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질 만큼 공포의 깊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무엇이 한 평범한 청년을 세계 최강의 파이터로 다시 태어나게 했는가? 화려한 승리의 영광이 있기까지 그가 흘린 눈물과 땀 속에 어떤 드라마가 숨어 있는가? 역사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억 될 전설의 파이터 최배달!
영화 <올드보이>의 무술감독을 맡아 영화 액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액션스쿨 대표 양길영 감독, 극진공수도의 김경훈 본부장이 팀으로 액션의 스타일과 파워를 책임진다. 응시자 각종 무술 총 합계 17000단이라는 천문학적 기록을 남겼던 전국 오디션에서 선정된 출연진과 정두홍 무술감독의 열연 역시 영화에 든든한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액션은 스포츠가 아니다.’ 고수들이 목숨을 걸고 마주하는 긴장감이 살아있는 액션, 공격의 강렬함 뿐 아니라 맞는 이의 충격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결정타의 쾌감이 함께하는 일명 ‘한 방 액션’을 선보인다. 세계를 제패한 최배달과 극진공수도의 명성을 느낄 수 있다.
액션 장면의 하이라이트는 도바이라시 씬이다. 도바이라시는 고수들을 찾아 다니며 도장들을 깨나가는 일본무예의 전통으로, 중국무협영화에서 무림고수가 도장들을 찾아다니며 대련을 해 현판을 떼어가는 방식과 비슷하다. 도바이라시는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 이후 맥이 끊어졌으나 20세기 들어 이를 다시 되살린 사람이 바로 극진공수도의 총수 최배달이었다.

최배달이 입산수도를 통해 확립시킨 극진공수도의 빛나는 기술이 총집합되는 이 씬은 <바람의 파이터> 액션의 핵이 될 중요한 장면이다. 스턴트맨 업이 영화의 최배달의 액션을 직접 재현해야 했던 양동근 역시 이 장면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고 한다. 컴퓨터 그래픽, 와이어, 카메라 워킹 등으로 포장된 액션이 아닌 정통 아날로그 스타일로 재현된 도바아라시 씬은 일본 현지 스텝들의 완벽한 고증 속에 그대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