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2012
소개할 영화 <세계일주>는 2006년 <모노폴리>를 연출한 이항배 감독의 작품으로 제목으로 봐서는 세계일주를 하는 영화가 아닐 것이라 자연스레 생각된다. 영화속에서 뜻하는 세계일주는 안산 상록수역에서 서울 홍제역까지 아이들의 여정을 세계여행에 비유한 것이다. 정차역은 32곳 이고 1시간 20여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세계를 여행하며 겪을 법한 힘겨운 사건들로 인해 홍제역을 향한 여정은 힘들기만 하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들 대부분이 따뜻한 감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력한다. 하지만 <세계일주>에서는 온갖 범죄와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하며 이전 영화들이 감성에 호소했던 것과는 다른 진행방식을 택하였다.

아역배우 박하영과 구승현이 극중 누나와 동생 역할로 출연한다. 공개모집 오디션에서 수백명의 경쟁을 뚫고 낙점된만큼 이들의 연기력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중에 하나이다.
악역 전문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배우 김정태의 감성연기도 기존 그의 이미지에는 걸맞지 않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잘 어울리는 조합을 보여준다. 또한 힙합가수 타이거JK는 길거리 가수로 변신해 아이들을 위급한 상황에서 구해주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정글같은 세상
뻥소리 사고로 엄마를 잃은 지호와 선호는 한참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어리광을 부릴 나이이지만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호는 엄마역할을 대신하며 살아가고, 7살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겪은 선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아이들을 돌봐야 할 아버지 현배(김정태)는 뻥소니 차를 잡기위해 일도 그만두고 사고현장에서 노숙을 하며 목격자를 찾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장사를 방해한다는 주변상인들의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있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일 조차 하지못하고 있는 현배는 아이들의 옷을 구경하다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못하고 옷을 훔치다 발각되어 파출소로 연행되고 만다. 구속될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아이들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되는데 그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집 밖에 나서자마자 지갑을 분실하게 되고, 불량스러운 상필은 이들 남매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싱필은 선호의 누나 지호를 보고 첫 눈에 반한 것이다. 의도치 않게 이들 남매의 보호자 역할을 하게된 상필은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된다.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임무
가뜩이나 힘겹게 살아가는 이 가족은 엄마의 죽음으로 더 궁핍한 생활을 하게되고 아버지는 아이들의 옷을 훔치다 파출소에 잡혀가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저 정직하게 살아가는 아버지 현배 뿐인데 자신들에게는 도둑질이 나쁜짓이라며 엄하게 꾸짖던 그가 이젠 도둑질을 하여 철장신세를 질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배는 뻥소니범을 찾기위해 걸어놓은 현수막때문에 상인과 다툼을 벌이다 폭력을 행사하게 되며 절도 외에 폭력사건까지 휘말려 합의를 해야지만 구속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온갖 범죄와 유혹이 들끓는 곳으로 보호자가 없다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영화속에서는 코믹하게 그려진다고 하지만 영화속 일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일까.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범죄 행위들은 엄하게 처벌하고 끝까지 추적하여 다시는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차단 시켜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며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아이들이 집앞 놀이터에서도 맘껏 뛰놀 수 없는게 현실이 되었고,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미흡한 상태이다. 진정한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면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더 이상은 불안해 하지않고 맘껏 뛰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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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를 찾는 분께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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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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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와 선호는 경찰서에 붙잡힌 아빠를 만나려고 집을 나서지만 바깥세상은 녹록치 않다. 출발부터 지갑을 잃어버린 지호는 차비를 빌리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가지만 선뜻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어렵게 탑승한 지하철에서는 어린 깡패가 시비를 건다. 로드무비 <세계일주>는 어린이들에게 교훈적인 주제를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저분한 필홍과 멀끔한 아저씨는 겉과 속이 다르고, 가족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는 아빠는 피해자에게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지호가 지하철 무임승차를 거부하고 먼 길을 걸어가는 대목은 교조적이고, 아빠가 훔친 물건이 아이들을 위한 옷이라는 신파는 고릿적 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아이들의 사랑스럽고 야무진 연기는 <세계일주>의 단점들을 상쇄한다. 3년의 기다림 끝에 개봉한 <세계일주>는 아역배우들의 빛나는 호연을 즐겁게 볼 수 있는 깨끗한 어린이영화다.
2015년 3월 19일 목요일 | 글_안석현 기자 (ash@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