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여행기
Mira Story , 2014
제작과 홍보 등 모든과정들을 전문자들의 재능기부와 크라우드 펀딩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 는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의 모습을 한 여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로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보여지는 인천항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천과 제주를 왕래하는 유람선의 모습은 낮설지가 않다.
대학 졸업뒤 4년째 백수인 최미라가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알게된 강정 책마을 10만 대권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난생처음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되는데, 제주행 배에 승선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 뉴스와 언론을 통해 수없이 보아왔던 세월호의 내부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난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고 친구 또는 연인과 휴계소에 모여 맥주를 나누는 모습도 행복해 보인다.

더이상 참혹했던 세월호의 아픔을 들먹거리기도 싫지만 영화 시작과 함께 보여지는 풍경들은 똑같은 공간에서 여행에 들떠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 여행객들의 아픔이 자연스럽게 떠올려 지게 된다. 영화 촬영 시점이 세월호 참사가 나기전인 2013년 10월로 참사가 발생하기 한참 전 이기는 하지만 세월호 유족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또 다시 그때의 아픔을 떠올리게 될까봐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하필이면 <미라클 여행기>의 배경이 되는곳도 해군기지 건설로 정치적인 이념논쟁이 불붙은 강정마을이라서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소통과 화합의 의미가 다소 퇴색 될수는 있겠지만 암울한 우리사회에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본다면 복잡하게 대치구도를 생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웠던 강정마을의 실체
대학을 졸업한지 4년된 미라는 아직도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고왔던 피부에 주름살은 하나둘 늘어가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쾌활한 성격도 꿈꿔왔던 일들이 좌절되며 소심하게 변화되어 갔다.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다가 수만권의 책을 싣고 제주도 강정마을로 가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 참가하게 된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 단지 자신의 힐링을 위해 행사에 참가하게 됐지만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와 강연을 통해 무심코 흘려들었던 강정마을의 실체를 접하게 된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고 힐링 할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고 싶었던 그녀의 몇일간의 제주도 여행은 자신의 앞길 챙기기에만 바빠 돌아 보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어보게 하고 평범하게만 살아왔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린다.

13시간의 기나긴 항해끝에 도착한 제주도의 강정마을은 도착하기전에 생각했던 아름다운 풍경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녀와 마주한다. 거리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구호들이 적힌 프랭카드가 즐비하고 주민들 보다 더많은 경찰들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듯 행사자들의 행동을 면밀히 감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강정마을의 풍경은 태극기와 노란깃발이 유난히도 많이 걸려있다는 것인데 주민의 설명에 의하면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집은 태극기가 걸려져있고 반대하는 집은 노란깃발이 걸려져 있다는것이다.
경제활성화에 기여할수 있고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며 세계자연유산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제주도와 어우러져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수 있다는것이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개발하려는 사업자측의 취지 이지만 은빛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던 구럼비바위 위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공사장의 한켠으로 몰려있고, 공동체를 이루며 오손도손 살아가던 주민들은 태극기와 노란깃발로 갈리어 국가발전과 자연보호 라는 명분을 내세우는데 급급하다.

소통과 화합을 위한 작은 배려
주인공 미라는 경찰과 해군기지 반대측 주민들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도 싸움을 이어나가야만 하는지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 주관적인 생각들을 영화에 대입시켜 강정마을 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강정마을 사람들 사이로 문규현 신부,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YTN해직기자 노종면 등 강정 평화 책마을을 만드는데 참여한 이들을 등장시켜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인상을 주며 다큐영화가 주는 진실함을 희석시키기도 하지만 찬성측 주민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들려주는 공평함도 잃지 않는다.

그 접근 방법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리 보여질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근본적인 취지는 답답한 생활을 탈출하고 싶었던 한 여성의 힐링과정에 강정마을이 등장하고 때묻지 않은 주민들이 가족간에도 등을 돌릴정도로 대립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강정마을의 현실을 파헤치기에는 부족 하다고 하지만 이제껏 유튜브나 인터넷매체에서 다뤘던 내용들에 비한다면 영상과 구성, 주민들의 섬세한 감정선까지 전달해주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의 소라껍데기에 사막의 선인장이 자라나듯 어울릴 수 없는 두 존재의 공존이 소통과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사회의 표본이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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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필요한 소통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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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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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여행기>의 가장 큰 미덕은 경청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명확한 입장이나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에 섞여 가만히 귀 기울인다. 자신의 앞날이 걱정인 주인공 최미라는 강정마을에 책을 전달하는 배에 무작정 승선한다. 가벼운 여행자의 마음으로 발을 디딘 강정마을에는 경찰이 대치하고 있고, 집집마다 해군기지 건설 찬반을 상징하는 깃발이 세워져있다. 찬반의견 대립으로 가족과 친구가 갈라진 것이 가장 아프다고 털어놓는 강정마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최미라는 눈물을 흘린다. 마주하기 전까지는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었던 이 시대의 여느 청춘과 다름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최미라가 공감하는 순간은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미라클 여행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최미라를 따라가며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권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어떤 돌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도저히 손을 쓸 방도가 없다면 주변의 돌부터 움직이라고 말한다. 최미라는 어느새 자신의 안위보다 강정마을을 걱정하기 시작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철벽으로 막혀버린 구럼비 바위를 보고 눈물을 삼키며 다음 세대를 위한 도서관을 짓는다. 이런 모습을 통해 <미라클 여행기>는 투쟁보다 치유에 집중하는 다큐멘터리가 된다.
2015년 1월 8일 목요일 | 글_안석현 기자 (ash@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