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 , 2014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 세일라 밴드, 아라쉬 마란디 등이 출연한 작품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입니다. 흑백 영화, 이란어로 대사가 이루어지는 영화이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독특한 작품은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음악, 그리고 기존의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가지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미 해외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 국내에서는 전주국제영화에를 통해 처음 소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을 가지고 가수 윤종신씨가 월간 윤종신을 통해 뱀파이어라도 좋아 라는 곡으로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우선 줄거리부터 살펴본 뒤 계속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죽음과 고독의 냄새가 풍겨나는 곳 ‘Bad City’에는 한 뱀파이어 소녀가 밤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고요한 길거리를 누비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소년에게서 슬픔을 느끼는 소녀. “나는 당신의 눈에서 슬픔을 봤어요” 외로운 뱀파이어 소녀와 고독한 인간 소년의 핏빛로맨스가 시작된다.

처음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이야기라는 소재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재개봉을 앞두고 있는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2008년도 작품 <렛미인>에서 몽환적으로 그려낸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사랑이야기를 너무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도 그런 부분을 기대했었거든요.
하지만 실제 작품을 보니 이 두 작품은 그 소재만 같을 뿐, 풀어나가는 방식도, 모든 것이 서로 매우 다른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렛미인>이 아련하고 몽환적인, 한편의 동화와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의 경우 강렬하고 현실적인? 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우선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배드 시티 자체가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이 곳과 크게 다른 것이 없습니다. 과연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폐허가 된 듯한 마을에서 의미없이 계속 돌아가는 기계들, 그리고 과거 하천이었던 것으로 생각이 되는 그곳에 끝도없이 쌓여있는 사람들의 시신, 마약에 찌들어 있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 그 방식이 조금 더 직설적일 뿐 크게 다를 것은 없다는거죠.
그런 도시에 살고 있는 뱀파이어 소녀, 그리고 첫 만남에서 자신이 뱀파이어라며 허세를 부리는 듯한 아라쉬, 그리고 외로움에 허덕이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 그리고 흑백의 화면은 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우울함을 더 강조시키는 한편 오히려 더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지만 위에서 잠시 언급한 <렛미인>이나 다른 작품과 같이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바탕으로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을 활용해 사람들의 외로움을 부각시키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수도 있고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틸다 스위튼, 톰 히들스턴이 주연을 맡았던 짐 자무쉬 감독의 작품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분위기로 시종일관 작품을 이끌고 간다는 것을 생각할 때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그 특유의 분위기에 나름의 스토리 라인을 배합,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이 과정을 살펴보면 단순히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나름의 다양한 사회문제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그 중 가장 눈에 띄게 부각되던 부분은 중동 여성의 인권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이 시작될 때 나오는 여자라면 자고로 시작되는 올바른 여성성에 대한 부분, 그리고 밤마다 히잡을 쓰고 밤거리를 뱀파이어 소녀의 모습이나 소녀의 방에 있는 마돈나의 포스터 등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물론 이런 부분은 크게 확대해석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말이죠.
저는 히잡을 쓰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밤 거리를 배회하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뱀파이어의 망토같이 보이면서 낮에는 다닐 수 없는 뱀파이어의 속박이 보이는 한편 자유로움이 느껴져 현재 중동 여성에 대한 모습을 우회적으로 풀어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작품에 대한 해석은 관객에게 달려있는 만큼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해석을 하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 작품이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그녀가 어떤 스타일로 작품을 갖고 나올지 기대가 되네요. 때로는 흔하지 않은, 조금은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을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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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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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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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지역과 세대, 그리고 장르가 혼합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영화다. 영화의 배경인 ‘Bad City’에서 벌어지는 할로윈 파티는 미국을 연상시키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이란어를 구사한다. 차도르를 쓴 뱀파이어는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80년대 음악을 듣는 단발머리 스케이터다. 호러와 로맨스, 누아르와 웨스턴이 오묘하게 뒤섞여 장르 역시 규정짓기 힘들다. 이미지와 음악이 주는 세련된 매력이 강렬해 특별한 서사 없이도 관심을 지속시킨다.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 도도한 태도는 영화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적막한 풍경과 침묵을 감추는 몽환적인 음악이 여느 대사보다 외로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18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