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들
The Pit And The Pendulum , 2008

“골 때리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몇몇 네티즌들이 썼던 감상평이다. 이 평이 영화를 설명할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골 때리는 영화니까.

‘병태’ 라는 인물의 장례식장에 모인 친구들은 하나 같이 ‘상태’라는 인물의 뒷담화를 하기 바쁘다. 그가 여자를 밝힌다던지, 성추행을 했다 던지, 술에 취해서 난동을 피웠다 던지,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놈이라 던지, 영화는 그들의 뒷담화를 통해 진행된다. 한 친구의 뒷담화가 다른 뒷담화를 낳고 또 그 뒷담화는 다른 뒷담화를 낳는다. 마치 나무 가지처럼, 하나의 가지에 또 다른 가지가 피어나듯이...

그런데 이들의 뒷담화 내용은 모두 사실인가? ‘상태’가 정말 그런 일들을 저질렀는지 어떠한 증거도 없지 않은가? 그저 상태는 까일 뿐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그 내용이 진실인지 따지려고 들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모두 상태가 이상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아서 그를 비판한다. 그가 이상하다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뒷담화를 시작하는 그들. 그러나 상태라는 인물에 대한 회상은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 같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내용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러나 친구들이 아무런 말도 안되는 소리로 상태를 비판 하더라도 영화 중간에 그 이야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힘을 보태준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의 향연은 상태가 군대에서 했던 이야기에서 최고치를 찍는다. 상태가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하는 도중 이야기 속에 자칭 ‘절대 고수’라고 부르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목을 매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살아 있는데다가 상태에게 자신의 제자가 되라며 말을 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미친 택시기사는 여자를 산으로 끌고 가 해코지를 한다. 상대방이 듣던 말던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예를 들자면 혹성탈출의 결말에 대해서라던지...)를 마구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이 택시기사는 왜 나왔는지 정체가 뭔지 별 설명도 없다. 딱 한번 그의 정체에 대한 장면이 있는데, 절대 고수가 회상하기를 택시기사가 자기 조상의 원수이기 때문에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고 한다.

세상에, 정말 난잡하다. 상태라는 인물, 죽은 병태라는 인물, 이들을 둘러싼 친구들의 뒷담화, 여자들을 납치해 해코지하는 택시기사, 상태의 군대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자칭 절대 고수 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이 영화에 난입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마구 내뱉고 있다. 이들이 내뱉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인 <약탈자들>은 한 번 보면 그 난잡함에 쉽게 관람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정신없이 난잡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주제는 이 모든 등장인물을 관통한다. 뒷담화가 나쁘다는 그런 시시한 것도 아닌 무려 당신은 진실을 알고는 있는가라는 주제가 말이다. 정말 당신이 친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 기자들이 신문,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내용들은 정말 사실인가?

영화를 다 관람하고 나면 우리는 상태가 결국 그렇게 쓰레기 같은 인간이 아닌 그저 조금 욱하는 성격인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된다. 그러나 그것도 진실이라고 우리는 정말 확신할 수 있는건가?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뒷담화들이 사실일 수도 있는거잖아?
난잡해보이는 편집과 신인 감독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연출력은 관객들을 혼란시킨다. 하지만 그 혼란이 결국 감독이 원하는 것. 우리들로부터 기대 했던 것이다. 진실은 직접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아니 직접 보더라도 알 수 없는게 진실이다.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훗날 충분히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 손영성 감독은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의뢰인>을 통해 다시 한번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다음번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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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있는 독립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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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커넥션35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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