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무녀굴
The Chosen: Forbidden Cave , 2015

신진오의 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하는 <퇴마 : 무녀굴>은 제주도의 김녕사굴에 얽힌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중종 10년, 제주의 한 동굴에 커다란 구렁이가 살았다. 이 구렁이를 두려워 한 사람들은 해마다 열다섯 살짜리 처녀를 제물로 바쳐 구렁이의 노여움을 달랬다.
이에 신임 제주판관 서련이 구렁이를 사냥하고 제물이 된 처녀를 구해냈는데, 돌아오는 길에 불의의 사고로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김녕사굴은 현재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동굴 앞에 김녕사굴 설화를 소개한 게시판과 함께 판관 서련의 혼을 기리는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국내 공포 창작 모임인 ‘매드클럽’이 배출한 소설가 신진오는 장르소설 분야에서 폭넓은 재능을 펼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무녀굴>은 김녕사굴 설화를 21세기 현대에 걸맞게 재해석,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라이딩 동호회인 ‘매드맥스’는 라이딩 장소로 제주 김녕사굴을 선정한다. 그러나 라이딩을 즐기던 회원들이 모조리 실종되고, 6개월 후 간신히 실종자 한 명이 발견되지만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케이블 PD 박혜인은 생존자의 의식불명상태가 김녕사굴의 원혼과 관계있다고 주장하고, 퇴마의식을 추진하면서 퇴마사로 유명한 신진명과 조우한다. 퇴마의식을 시작한 신진명은 생존자가 악귀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이 악귀는 너무나도 강력하여, 수사 담당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퇴마사 역시 화를 피해가지 못한다.

영화 <퇴마 : 무녀굴>은 원작의 신진명 퇴마사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퇴마사 일을 겸업하는 그는 선배의 장례식장에서 이중인격 증세를 호소하는 금주를 만난다.
그녀의 딸은 엄마에게 여러 모습이 있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하루에도 몇 번씩 기억을 잃는 금주는 심각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진명은 금주에게 달라붙은 악귀를 눈치 채고, 그녀에게 달라붙은 혼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제목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금주에게 달라붙은 혼의 정체는 ‘신병’이다. 흔히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 신병은 처음에는 육체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며, 주변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 아주 무서운 병이다. 게다가 그녀에게 달라붙은 혼은 예사 혼령이 아니다. 한이 맺혀 구천을 떠도는 귀신은 어떻게든 원한을 풀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제주 감녕사굴에 얽힌 설화와 신내림을 받은 여자, 그리고 원혼을 퇴치하려는 사람들. <퇴마 : 무녀굴>은 한국적인 요소와 함께 공포영화로서의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실제로 우리나라 역사에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이 더해져, 이야기는 가파른 능선을 탄다.

영화는 사실 공포라기보다는 추리, 스릴러 장르의 색깔이 좀 더 강하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퇴마사라는 설정의 주인공, 원인 모를 괴기현상으로 공포에 시달리는 의뢰인,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추리극의 구도를 형성한다. 무엇보다 귀신이라는 초자연적인 요소가 그렇게까지 큰 비중이 없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귀신이 아니다.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에서 비롯된 원혼이다. 따라서 이 원혼을 떼어내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고, 무속인과 기독교로 나뉘는 퇴마사들이 연합하는 장면이 부각됨으로서 한층 더 미스터리, 추리 장르의 특색이 나타난다. 15세 연령가인 만큼 잔인함이나 자극적인 요소는 떨어지는 편이다. 오히려 신내림을 받은 여자가 가족에 대해 느끼는 가족애, 퇴마를 위해 모인 사람들의 결속력이 훨씬 도드라진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원작의 풍부한 스토리를 다 담아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설정과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고, 토속적인 요소와 민간설화,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을 접목하여 풀어낸 이야기는 짜임새가 있었다. 전개가 진행될수록 공포보다는 추리, 미스터리 쪽으로 나아가는 방향도 관객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관객들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요소가 지극히 한정되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올 여름에 개봉한 스릴러 작품을 많이 보았지만 딱히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없었다. 장르에 따라 변하지 않는 패턴, 겹친다고까지 생각되는 빤한 장면들에 이제는 지루할 때도 됐다. 관객들에게 보다 심도 깊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려면 보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주변에서 귀신과 관련 있다고 생각되는 몇몇 아이템에 의지하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식상한 작품이 탄생할 뿐이다. <퇴마 : 무녀굴>은 신내림과 빙의, 토속적인 요소와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장대한 서사를 구성했으나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웃사람>, <무서운 이야기2> 메가폰을 잡은 김휘 감독의 대표작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다만 대중에게 생소했던 제주 감녕사굴 설화나, 제주 4.3사태 등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시도는 참신하다. 이유 있는 원혼을 품고 사람에게 달라붙는 귀신의 설정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퇴마 : 무녀굴>은 오히려 자신에게 달라붙은 귀신으로부터 딸을 지키려는 여성의 모성애, 어려운 상황에 처한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들의 결속력,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현대인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