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Sa-Kwa , 2005

소개할 영화 <사과>는 2004년 촬영되었지만 개봉하지못하고 2008년에야 개봉한 영화로 작품성이 떨어져 창고신세를 지고있는 다른 영화와는 달리 배급협상 과정에서 흥행작 이었던 영화 <괴물>에 밀려 인정받지 못하다 4년이 지난 뒤에야 개봉된 작품이다.
개봉이 늦어질수록 제작자나 감독, 출연배우들은 조바심이 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그 시대의 감성과 맞지 않으면 팬들의 외면을 받을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영화 <사과>는 오히려 늦은 개봉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영화로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에서 주연배우 였던 문소리가 눈물을 흘리며 개봉이 늦어진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며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착을 보이기도 하였다.

배우들 못지않게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강이관 감독의 애정은 남다르다. 사랑을 할때 남녀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시나리오 준비과정에서 50여 커플을 대상으로 사랑과 결혼에 대한 경험과 생각들을 듣고 정리하여 영화속 인물들을 통해 표출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현정(문소리)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상훈(김태우), 민석(이선균)의 대화속에는 사랑을 해본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겪어봤을법한 대화와 상황들이 영화속 장면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있다.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찍는 헨드헬드 기법을 사용하였고 세트장 촬영 없이 올로케이션으로만 촬영했다는 것을 보더라도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현실적인 보고서
현정과 민석은 7년째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로 가족과 친구들도 당연히 이들이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있다. 현정은 같은 건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상훈에게 사랑고백을 받지만 남자친구가 있다며 단호하게 거절할 만큼 민석을 향한 믿음과 사랑이 지극하다.
아버지의 퇴직을 앞두고 가족들끼리 오붓한 여행을 다녀오자는 가족들의 제안도 민석과의 여행보다 우선되지 못한다. 여행을 떠나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것도 잠시 민석은 현정을 향해 이제그만 헤어지자고 충격적인 말을 하게된다.

민석이 헤어지자는 이유는 현정을 만나면서 자신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것 같다는 것이다. 황당한 이유로 7년동안의 연애를 정리하자는 민석은 다른여자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사링의 감정이 식었다는 것인데, 여행지에서도 현정과의 잠자리에서도 그가 현정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권태로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민석과의 이별을 기다렸다는듯이 상훈은 현정에게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데 가슴 설레이게 하는 황홀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자기만을 사랑해주고 성실해보이는 상훈의 사랑을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결혼 이라는 연애의 종착역
연애는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면 되지만 결혼은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해야하는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하여 서로의 감정은 제쳐두고 그사람의 능력과 경제적 기반을 우선시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해도 결혼을 하고 가정 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게 되면 이전의 감정들은 무뎌지고 상대의 작은 단점을 물고늘어지며 다툼을 벌이곤 하는데 상훈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결혼하게된 현정의 경우는 조금이라도 상훈의 사랑이 식을경우 둘 사이는 그저 형식적인 부부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회사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구미로 발령난 상훈은 구미로 떠나고, 혼자 남겨진 현정은 어떻게든 자신을 추스르며 가정에 충실하려고 하는데 이같은 노력들도 상훈이 자청하여 구미로 떠났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둘 사이는 급속이 냉각되어간다.

현정을 대하는 상훈의 태도 또한 결혼전 자상하고 다정했던 모습들은 온데간데 없고 사사건건 현정의 행동들을 트집잡으며 민석이 그랬던 것처럼 권태로움을 내비친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현정은 결혼전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했었다. 이에 대한 상훈의 답은 "그걸 말로 해야만 아나" 이것이 전부이다. 매번 꽃다발을 준비해 회사앞에서 기다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상훈의 모습은 결혼한 후 어디에서도 찾아볼수가 없다.
이미 내것이 되어버린 사람에 대해서는 사랑도 칭찬도 배려도 인색한 남성의 모습과, 지난 사랑보다는 현실을 중요시 하는 여성의 심리를 상훈과 현정의 일상을 통해 들여다 보며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익숙해져 차갑게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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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모든것이 솔직하게 담겨져있는 영화
결혼 적령기의 여성 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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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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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와 두 남자의 관계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제 각각의 방식의 차이로 소통된다. 긴 연애는 실연이 되었고 갑작스러운 로맨스는 결혼으로 이어졌다. 현정(문소리)은 실연의 상처에서 달아나듯 상훈(김태우)의 마음으로 도피했고 그로부터 위안을 얻었다고 판단하지만 이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눈 가리고 아웅’임을 드러낸다. 현정은 상훈과의 결혼생활에 헌신적이지만 첫 만남 당시의 애틋함은 지속적 일상에서 샘솟는 권태로 희석되고 점차 피해의식마저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민석(이선균)은 봉인된 과거의 그리움을 불쑥 해방시킨다. 풍화되지 못하고 시간에 덮여있던 과거의 연애담은 결혼생활의 권태를 더욱 지겹게 각성시킨다. 현정이 갑작스럽게 결혼을 이루고자 했던 건 실연의 상처에서 기인한 도피욕구이자 충만했던 애정의 결핍이 이간질한 충동의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그 순간적인 욕구로 메운 욕망의 유효기간이 길리 없다. 정리되지 못하고 위장된 본심은 짧은 세월의 풍화작용만으로도 일시적인 행복의 얕은 밑천이 닳아 없어질 때쯤 다시 본 모습을 드러낸다. 현정은 결국 타성적인 감정에 이끌린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능동적인 태도를 구사하고자 한다. 이별은 민석의 통고에 의한 것이었고 결혼도 상훈의 구애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이제 스스로 이별을 고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다시 또 다른 결심을 도모하는 것도 그녀다. 스스로 자신의 내면적 변화를 주도하고 능동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는 현정의 일련의 과정에서 그녀가 단순히 어느 한 개인으로서가 아닌 여성이라는 전체적 집단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음이 시사된다. 현정은 민석과 상훈에게 각각 사과한다. 그 사과의 어휘는 동일하지만 의미는 반대로 향한다. 민석에게 보내는 사과는 자신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단절을 표방하며 그와 반대로 상훈에게는 스스로 종결하려 했던 상대와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일말의 의지를 전한다. 이는 원래 자신이 먼저 들어야 했던 사과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이거나 미처 하지 못한 뒤늦은 대답과도 같다. 갑작스러운 이별통고를 전한 민석의 사과에 뒤늦게 응답함으로써 그 시절에 얻은 상처로부터 완벽히 탈피하고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거듭남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단순히 비윤리적 죄책감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적 미련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로 표방된다. 결국 상훈에게 일련의 사실을 고백하며 남기는 사과는 도피했던 감정이 재정립되어 새롭게 거듭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현정과 상훈, 민석의 삼각구도를 기본골자로 하는 <사과>는 한편으로 현정의 가족을 응시하기도 한다. 명예퇴직으로 돈벌이가 없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집안의 경제적 책임을 도맡고 있다. 현정의 어머니는 현정이 회사를 그만 두고 상훈을 따라 구미로 내려가겠다고 할 때, 후에 서울로 올라와 출산하고 회사를 다니다 상훈과 이혼하겠다고 선언할 때, 현정에게 집안사정을 언급하면서 눈물로 호소하듯 현정에게 반대한다. 이는 1세대 가정이 겪는 내부적 진통이 2세대로 옮겨가는 구도로 묘사되는데 실직된 아버지와 회사를 그만두고 실직의 형태로 묘사되는 상훈이 유사하고 집안의 경제력을 책임지는 어머니는 역시 현정과 유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계승적 굴레에서 탈피를 꿈꾸는 현정을 막고 돌려세우는 건 어머니인데 이는 단순히 개인의 피해의식을 뛰어넘어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지속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구성원으로써의 의도로 여겨진다. 결국 그녀가 아버지의 안경을 찾으며 어머니에 대한 책망과 함께 눈물 리는 건 그런 아이러니한 모순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운명적 방편임을 깨닫기 때문이다.그것은 자신이 단순히 타인의 삶에서 소비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삶을 소비하는 주체적 대상으로써의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각성과도 같다. 결혼이라는 행위가 여성으로써 의무적인 통과의례가 아닌 삶의 수단이 되는 행위이자 중요한 방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이는 결국 여자의 삶이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도 맞닿는다. 단순히 여권의 신장이라는 안티테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을 통해 깨우쳐야 할 권리적 분위기의 확장을 말이다.사과란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고백하는 행위다. 그것은 흔히 상대방과의 어긋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반대로 관계의 결말을 위해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 관계를 종착시키기 위한 선고는 관계 지속에 일정한 간격을 형성시켜 이를 통해 서로의 관계를 벌려나가 종래엔 끊고자 함이다. 사과는 그렇게 관계의 변화를 각자 다른 방향으로 밀고 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제각각 사용된다. <사과>는 사과라는 행위를 통해 변모하는 어느 여성의 심리적 양상을 살피고 그와 함께 변해가는 인식의 상태를 관찰한다. 그 짧은 사과 한마디에 달라진 여인의 삶은 결국 여성의 주체적 삶과 연계된 고민을 제기한다. 남성이 차지한 권위적인 성 역할의 궤도를 배회하던 여성이 주체적으로 그 궤도에 진입하는 변화된 상을 묘사하는 동시에 스스로 고민할만한 과제를 부여한다. 확장된 삶의 기회를 통해 얻어내야 할 것과 간과해선 안 되는 것에 대해 사유한다. 결국 현정의 품 안에서 잠드는 상훈처럼 단절보다는 회유와 용서로서 관계의 회복을 도모하고 지속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능동적인 변화에서 가능한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자신의 행위가 의무가 아닌 권리임을 깨닫는 것. 그 주체로써의 의식의 성장을 말이다. <사과>는 어느 여성의 주체적인 성장통이다.
2008년 9월 30일 화요일 | 글_민용준 기자 (kharismania@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