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감의 두 마누라
<춘희, 막이>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박혁지 감독의 2015년 작품 <춘희, 막이> 입니다.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춘희와 막이, 두 할머니의 생활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는데요, 우선 간단한 줄거리부터 살펴본 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입니다.
홍역과 태풍으로 두 아들을 잃은 큰댁 막이는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작은댁 춘희를 집안으로 들인다. 영감님이 세상을 떠난 지는 이미 오래이지만 둘은 모녀인 듯, 자매인 듯, 친구인 듯한 애매한 관계를 46년간이나 유지하며 함께 지내고 있다. 모질고 질긴 두 할머니의 특별한 인연. 이제 서로의 마지막을 지켜줄 유일한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는데...

예전에는 집안에 씨받이를 받는 것이 흔했다는 내용의 자막으로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이미 그 오프닝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씨받이에 대한 이야기이자 씨받이를 들인 집안의 본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드리고 있습니다. 씨받이, 즉 아이를 낳기 위해 들인 후처인 춘희 할머니와 아이만 낳으면 바로 쫓아내야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는 막이 할머니는 그들의 사랑방 어른 - 영감님이 예전에 돌아가신 뒤에도 함께 살고 있는데요, 박혁지 감독이 방송국에서 두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중 왜 이 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같이 사는지, 춘희 할머니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에서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게 되었다 합니다.
아무리 그 당시에 이런 일이 흔했다 하더라도 후처가 낳은 자식을 내 자식같이 키워야한다는 것이, 거기에 남편이 들인 후처와 평생을 함께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을텐데 영화는 이 쉽지않은 할머니들의 모습은 담담하게, 그리고 어딘가 귀엽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다큐멘터리라는 것 자체가 실제로 있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형태를 갖기 때문에 일반 영화에서와 같이 어떤 극적인 사건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에서 오는 힘 때문에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는데요, 이 작품의 경우 큰 힘을 발휘하거나 크나큰 감동을 전달하지는 않지만 사람사이의 관계, 삶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는 마련해주는 것 같습니다.
춘희 할머니를 구박하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 할머니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막이 할머니의 삶이나 친정 엄마가 절대 남의 것에 대한 것이나 재물에 대한 욕심을 가져서도 안되고 알아서도 안된다 했다며 돈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는 춘희 할머니의 조금은 어리숙한 모습을 보면 이 두 할머니는 본처와 후처의 관계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랄까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친구같은 존재에 더 가까워 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참 묘하다는 것을 이 작품을 보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되네요. 아버지의 제사날 키워준 엄마는 제사상에서 절을 올리는데, 정작 낳아준 엄마는 뒷방에서 기다려야하는 모습을 보는 자식들의 마음은 어땠는지도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막이 할머니가 낳는거 빼고는 내가 키우고 다 했는데 라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을 볼 때는 괜히 마음이 찡하기도 했고요.
사람 인자는 서로가 기대어 있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라고 하는데 이 두 할머니의 삶 자체가 사람 인을 나타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영화 전반에 흐르는 김광석씨의 피아노 연주곡도 너무 좋았고 시골의 풍경이나 춘희 할머니의 모습 등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고 담백하지만, 담백한만큼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다큐멘터리의 힘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그 힘을 발휘하는데요, 이 작품의 경우 할머니의 모습을 담기 위해 10만원짜리 농가에서 자취를 하며 들인 노력에 비해 다큐가 가지고 있는 그 힘은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달까요. 어딘가 밋밋한 느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물론 막이 할머니나 춘희 할머니의 개성 넘치는 모습과 할머니들과 감독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영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말이죠. 밋밋한 부분이 있어 아쉽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작품, <춘희, 막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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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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