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자전거
Old Bicycle , 2014

최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정현이었다. 여우주연상 후보들 중에서는 쟁쟁한 배우들이 많았던 만큼 저예산 영화였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수상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다양성 영화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정현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어느 때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여기 또다른 다양성 영화가 있다. 무공해 청정의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 <늙은 자전거>이다. 배우 최종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 <늙은 자전거>는 시골 장터의 장돌뱅이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강만의 이야기이다. 강만(최종원)은 괴팍한 성격의 할아버지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됐던 아들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를 찾아온 손자 풍도(박민상)을 만나게 된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왔던 이들이 많은 사건을 함께 하면서 점점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는 뭉클한 감동과 함께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영화 <늙은 자전거>의 특이점은 <약속>,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각본가로 유명한 이만희 작가의 연극 늙은 자전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1997년 동아연극상 희곡상, 2004년 제12회 춘사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한 이만희 작가는 국내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근 영화들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객들의 관심을 받기위해 과도하게 자극적인 소재나 설정으로 작위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국내 대부분의 상영관들이 대형 상영관을 중심으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큰 제작사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대부분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을 받아 정작 보고 싶은 영화는 보지 못하고 남들이 다 보는 영화를 보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다양성 영화가 사랑받는 최근의 흐름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계에서도 다양성 영화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더욱 늘려서 관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도록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늙은 자전거>는 관객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영화로 현대인들이 삭막한 삶을 살아가면서 지치고 고단했던 감성을 따뜻하게 위로해 줄 수 있는 영화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최근 <늙은 자전거>가 미국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Pan Media&Entertainment와의 협업으로 인해 미국 달라스에서 상영 중인 영화는 관객수가 늘어남에 따라 확대 개봉을 기획중이라고 한다. 특히 12월에 최종원의 달라스 방문 일정에 맞춰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하기도 하며 미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현대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디에서나 같으며, 비슷한 정서로 인해 위로받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영화 <늙은 자전거>는 영화를 보는 것보다 마치 TV 단막 스페셜을 보는 것 같이 잔잔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마도 연극이 원작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른다. 강만과 풍도는 함께 지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점점 익숙해지고 이제는 할아버지와 손자라는 관계가 어색하지 않아진다. 하지만 강만은 자신이 위암으로 인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먼저 가게 되면 혼자 남게 될 풍도를 걱정한다.
하지만 풍도에게는 강만으로 인해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있다. 속옷 판매를 하는 복만(박상면), 다방 레지인 미자(조안), 장터 여인숙 주인인 숙자(춘자), 마을의 여순경 현선 등은 강만과 풍도의 마지막 시간을 뜻 깊게 보낼 수 있도록 서로 힘을 합친다. 이렇게 장터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풍도는 점점 사랑받는 아이가 되어간다. 여러분들도 강만과 풍도의 가족애를 통해 힐링을 받는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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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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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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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품들에서 어린이는 어른들에게 깨달음과 위안을 주는 존재로 이상화된다. 이는 본인의 과거를 망각한 어른이 만든 어린이상이다. <늙은 자전거>는 어린이에 대한 판타지가 주를 이루는 영화다. 어린 손자 ‘풍도’는 멀어진 부자 관계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아들은 ‘풍도’가 할아버지를 만남으로써 한풀이를 하고, 외롭게 살아가던 할아버지는 ‘풍도’를 만나 아들을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아들 모두 ‘풍도’를 혼자 두고 떠난다. 즉, ‘풍도’는 어른들에게 순수함과 사랑으로 위안을 주지만 결국 본인은 혼자 살아가야 하는 서글픈 신세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아무리 할아버지 ‘강만’이 밀쳐내도 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베푸는 ‘풍도’의 씩씩함과 순수함, 사랑스러움만 강조하기에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이같은 캐릭터는 배우의 연기를 평면적으로 끌어내고 다소 뻔한 신파극을 만들어, 영화는 진정한 감동을 자아내지 못한다. <집으로>(2002)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집으로>는 일반인 할머니를 섭외하고 어린이 ‘상우’가 떼도 쓰고 사랑도 베푸는 소년으로 그려내 사실감을 통한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위성이 영상에서만큼은 장점으로 작용한다. 사실감을 덜어낸 대신 시골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만을 골라 담아낸 <늙은 자전거>는 여느 영화에서 보기 힘든 빼어난 영상미를 보여준다. 영화의 느린 호흡은 아름다운 시골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바쁜 도심에 지쳐 시골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늙은 자전거>는 잠깐의 쉼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11월 5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