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처럼
Like a French Film , 2015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인들은 연평균 4.3회의 영화 관람을 한다. 미국이 3.9회, 싱가포르가 3.7회라고 한다니 한국인들의 수치는 꽤나 높은 편이다. 하지만 대형 영화관들을 보면 개봉 시기에 따라 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위 인기 많은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 보고 싶은 영화인데도 독립영화라던가 저예산 영화 또는 비상업영화들은 관객들을 만나는 기회가 애초에 차단되기도 한다. 실제로 정말 보고 싶은 영화인데도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보지 못한 경험을 영화팬들이라면 누구나 했을 것이다.

소위 ‘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어려운 영화라던지 예술 영화라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테이큰>, <아멜리에>, <레옹>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품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여기 프랑스 영화처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오늘 리뷰 할 영화는 <프랑스 영화처럼>이다.
신연식 감독이라고 하면 이름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였던 이준을 새롭게 진짜 배우로 탄생시킨 감독이라고 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기억할 법도 하다. 많은 아이돌들과 호흡을 맞춰와 소위 ‘아이돌의 선생님’이라고도 불리는 신연식 감독의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은 4가지 이야기가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영화이다.
영화는 네 딸을 남기고 안락사를 택한 엄마의 이야기 ‘A time to leave,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여자 이야기 ’A lady at the bar, 점쟁이로부터 100일간의 시간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연인 이야기 ‘A remaining time’, 기홍이라는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 이야기 ‘Like a French film’의 4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이다.

첫 에피소드 ‘A time to leave’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엄마는 어느 날 교외의 별장으로 딸들을 부르고 자신의 재산을 정확히 나눠주고 자신은 안락사로 조용히 세상을 뜨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이 다가올 때까지 3일 동안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 에피소드 ‘맥주 파는 아가씨’는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와 그녀를 좋아하는 두 청년의 이야기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10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점쟁이에게 들은 연인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인생에서 처음 느낀 설렘으로 인해 호구가 되 버린 청년의 이야기이다. 한 여자만을 좋아하는 순정파인 청년을 보여주며 색다른 화면 구성과 편집으로 시선을 끈다.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은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에 나오는 4가지 에피소드가 ‘시간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 100일 밖에 남지 않은 연인은 시간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모든 에피소드가 시간과 연관성을 짓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싶다. 딱히 일관된 주제의식 없이 에피소드만의 나열으로 보여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자체로서 반짝이는 빛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각각의 단편들을 그저 한 곳에 모아놓은 듯 한 느낌이기 때문에 굳이 네 에피소드를 ‘시간’이라는 제약된 주제 안에 끼워 넣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얻는 것은 분명히 있다. 전작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그저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던 이준의 연기력을 발전시키고 연기 잘하는 배우로 만들었던 신연식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씨스타의 다솜, 포미닛의 전지윤, 티티마 출신의 소이 등 다양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통해 신연식 감독만의 독자적인 연출을 보여준 것도 뜻 깊은 일인 것 같다.

특히 다솜은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자신의 삶에 찌든 채 현실과 꿈 사이에 부유하는 청년들의 초상을 자연스러운 연기로 표현했다. 그리고 네 번째 에피소드인 ‘프랑스 영화처럼’에서는 어장 관리녀의 속내를 발랄한 연기로 표현해 앞으로 다른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캐릭터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을 들게 했다.
이외에도 걸그룹 티티마로 데뷔 후 싱어송라이터, 에세이 작가 등 다양한 예술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이는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현실적인 여자친구를 그대로 연기하면서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포미닛의 전지윤은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시한부 엄마의 막내딸을 연기하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돌들의 연기력이 한 층 업그레이드 돼서 보여 지는 모습이 신연식 감독 특유의 연출력과 만나 독특한 구성의 영화가 만들어 진 것 같다. ‘프랑스 영화’처럼 예술 영화이거나 어려운 영화는 아니니까 제목만 보고 지레 겁먹지 말고, 우리가 흔히 아는 아이돌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도전해볼 만한 영화 인 것 같다.
 |
|
 |
아이돌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싶다면! |
|
|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신연식 감독은 2005년 300만원의 제작비로 찍은 첫 장편 영화 <좋은배우> 이후 <페어러브>,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등 다양한 이야기를 실험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감독이다. 네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번 작품은 각각 주제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주 테마는 시간이다. 단편 소설같이 간결한 각 에피소드들은 각자의 색채를 갖고 있다.<타임 투 리브>는 스스로 죽음의 시기를 결정한 엄마와 네 딸의 이야기로 최근 개봉한 <사일런트 하트>를 떠올리게 한다. 울음 강요하는 신파는 아니더라도 그녀들은 쿨해도 너무 쿨하다. 단편으로 담아내기엔 너무 진지한 주제가 아닐까. 딸들과 산책하는 엄마의 단아함이 뇌리에 남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연하고 파릇한 새싹같은 연두색같은 작품이다.<맥주 파는 아가씨>는 ‘씨스타’의 다솜의 매력이 살아있다. <조류 인간>에서 좋은 연기 보여줬던 정준원도 신선하다. 좁은 술집에서 설왕설래하는 취객들 사이 고고한 아가씨, 그녀에겐 현실에 찌든 피곤함과 젊음이 공존한다. 왁자지껄함 속에 존재하는 순간의 고요가 휴식같다. 회색과 보라색이 뒤 섞인 분위기는 몽롱하다.<리메이닝 타임>은 <조류 인간>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소이와 미드 ‘워킹 데드’의 스티브 연이 열렬히 사랑하지만 점쟁이 말에 쪼그라드는 소심한 연인으로 분했다. 영어와 한국어의 절묘한 섞어쓰기 신공이 웃음을 자아내고 엉뚱발랄함속에 공감도 크다. 점쟁이의 주홍빛 입술만큼이나 발칙한 에피소드다.<프랑스 영화처럼>은 본인만 모를 뿐, 아니 알면서도 자처하는 이런 호구 좀 많겠는가. 김다솜이 <맥주 파는 아가씨>와 전혀 다른 매력을 선 보인다. 알면서도 껌벅 넘어갈 수밖에 없이 깜찍하고,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어장관리녀. 신민철이 조각같은 얼굴로 우직한 순정남을 연기했다. 이런 남자, 참 소중하다. 이처럼 네 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프랑스 영화처럼>은, 단편소설을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쓰고 싶게도 만드는 문화 감성을 콕콕 찌르는 옴니버스영화다. 단편 소설의 강점인 순간의 포착, 스쳐지나가는 단상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2016년 1월 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