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
4th Place , 2015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정진우 감독의 4년만의 신작, <4등> 입니다. 영화 <4등>은 말 그대로 "4등"만 하는 준호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인권위와 함께 하는 작품인 만큼,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선 줄거리부터 살펴본 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에서는 항상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영 선수 준호. 하지만 엄마는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새로운 수영코치 광수를 만나게 된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회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 가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한 광수. 첫 만남부터 준호에게 소리를 지르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던 광수는 ‘엄마’에게 연습 기간 동안 수영장 출입금지 명령까지 내린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도 연습은 커녕 항상 PC방 마우스나 소주잔만 광수는, 못 미더운 모습과는 달리 16년 전 아시아 신기록까지 달성한 국가대표 출신. 의심 반, 기대 반의 시간이 지나고, 수영 대회에 출전한 ‘준호’의 기록은 거의 1등! 1등과 0.02초 차이로 생에 첫 은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 ‘준호’네 집. 그런데 그때, 신이 난 동생 ‘기호’가 해맑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맞고 하니까 잘 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맨날 4등 했던 거야, 형?” 멍투성이인 열두 살 ‘준호’는 좋아하는 수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정지우 감독의 전작들이 워낙 파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해피엔드>, <사랑니>, 그리고<은교>이기 때문입니다. 워낙 이 작품들이 파격적이고 강렬하다보니, 정지우 감독이 이런 담백한, 거기에 인권에 대한 작품을 만든다는 것에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감독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꼭 이런 파격적인 작품만 만든 것은 아닙니다.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김해수, 박해일 주연의 <모던보이>가 있었고, 이미 이 작품 이전에 다섯개의 시선이라는 인권위의 영화에서 한 꼭지를 맡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런 그가 선보이는 인권영화인 <4등>에서는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수영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 스포츠계의 군기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2시간가까이 되는 다소 긴 시간동안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있는 폭력의 계승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게속 이어져있다는 부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인지, 초반 20분 가량을 광수의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이어진 수영 대회 장면. 보는 내내 민망할 정도로 준호의 등수인 4등을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메달권에 들어가지 못한 것에 대한 끊임없는 비난을 쏟아냅니다. 그러다가 결국 메달을 따기 위해 로비까지 하며 코치를 찾는 엄마의 모습은 지금, 현재를 사는 보통의 엄마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아이의 상처는 크게 개의치않아 보이는 모습은 너무 적나라해서 오히려 보기 거북함마져 느껴지는데요, 극 중 교회 집사와의 대화에서 이러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내가 자기한테 그 사람 소개 시켜주고 나서 벌 받는 것 아닌가 몰라.
- 언니, 우리 준호 메달 따야되요. 우리 준호 메달 따면 난 영생을 얻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 자기 애가 상처받을까봐 그래.
- 알면서 그래요. 난 그 상처 매달로 가릴거에요.
영화의 후반, 준호가 코치에게 매를 맞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준호 엄마는 이렇게 말 합니다.
- 나는 준호 맞는 것 보다 4등 하는게 더 무서워.

이런 준호 엄마의 모습은 위에서 언급한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아이의 상처는 크게 상관없어 한다는 그런 부분을 넘어서 1등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런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준호가 자신의 동생을 자로 때리는 모습이나 과거 폭력으로 인하여 수영을 그만둔 광수가 다른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수영을 가르치는 모습 등은 폭력의 대물림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데요, 이렇듯 영화 전반에 걸쳐 폭력의 학습, 그리고 1등 제일주의 등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며 영화가 전개있지만 오히려 2시간이라는 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미 오프닝부터 계속 이러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2시간이라는 시간이 굳이 필요할까 싶더라고요. 특히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광수의 과거 부분은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나타내기에는 살짝 애매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광수가 훈련에 빠진 이유는 일반적을 공감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폭력의 학습과 대물림이라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도박을 하는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훈련에 빠지는 것이 과연 타당한걸까 라는 생각은 드네요. 몇몇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아이와 부모가 함께 봐도 좋을 그런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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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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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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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 말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요약한다. 대한민국은 1등만 기억한다. 3등까지 기억할 인내심이 없다. 특히 스포츠가 그렇다. 이는 대한민국의 스포츠가 한국 사회의 체제 우수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서 발전했기 때문이다. 즉 스포츠는, 한국이 선진국과 대등히 겨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전 국민적 자존심으로 치환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인권은 묵살됐다. 때려서라도 1등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건 ‘좋은 폭력’이었다. 사랑해서 때린다는 형용모순은 1등 지상주의가 공고해짐에 따라 대물림됐다. 준호는 대물림된 좋은 폭력에 의구심을 던진 소년이다. 수영에 재능이 있는 준호지만, 4등이란 이유로 수영에 대한 소년의 사랑은 묵살된다. 코치는 준호를 때려가며 가르치고 엄마는 코치의 폭력을 외면한다. 그나마 아버지가 준호에게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어주지만 이 역시 답이 될 수는 없다. 아버지 역시 운동선수들의 폭력을 외면했으며 그의 방식이 준호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난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하는 게 더 무서워”라는 준호 엄마의 발언이 생존경쟁 속 도태에 대한 두려움으로 들리는 이유다. 영화는 이렇듯 나쁜 1등과 좋은 폭력의 대물림,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인권의 관계를 보여준다. 레인이 제거된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준호의 시퀀스는 정지우 감독 작품 중 으뜸가는 영상미를 자랑하며 인권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해피엔드> <은교>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다운 연출력이다. 국가인권위가 제안해 만든 저예산 영화임에도 여느 상업영화 못지않은 재미와 묵직함을 담고 있다. 정지우 감독이 “가장 말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그린 <4등>은,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4등과 1등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2016년 4월 7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