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꼰도르 빠사
El Condor Pasa , 2012

최근 각박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힐링하기 위한 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 영화 중 하나를 오늘 리뷰하려고 한다. 영화 제목은 <엘 꼰도르 빠사>이다.
영화 제목인 엘 꼰도르 빠사는 남미 페루의 민요에 폴 사이먼이 가사를 붙이고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곡과 같은 제목이다. 라틴어인 이 영화 제목은 직역하면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뜻이지만, 풀어서 해석하자면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에는 세상과 섞여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주인공인 수하(강예원)와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소녀 소정, 미맹인 요리사 박씨, 희망도 없고 의욕도 없는 청춘 상근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남미 밴드인 가우사이 밴드를 만나면서 치고 박고 부딪혀가며 그들의 사랑과 진정성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주위에 있을법한 이런 흔한 사람들 간의 삶을 엿보는 과정을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 또한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제작연도를 보면 알겠지만, 2016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이 영화는 2012년에 제작되었다. 4년전에 제작되었지만 최근에야 그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가 어둠속에 계속 있지 않고 이제라도 빛을 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아무래도 여주인공인 강예원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2001년 시트콤 <허니 허니>로 데뷔한 이후에 영화 <중독>, <마법의 성> 이후 그녀는 잠시 활동을 중단하였다. 하지만 곧 활동을 재개하였고, 2007년에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인 <1번가의 기적>에서 새침데기 아가씨 선주역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특히 2009년 개봉한 천만관객 영화 <해운대>에서는 당돌하고 발랄한 재수생 희미역을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인상깊은 연기를 했다. 이외에도 영화 <하모니>, <헬로우 고스트>를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영화 <엘 꼰도르 빠사>에서 강예원이 맡은 역할인 수하는 각박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아버지가 남겨준 울진의 휴게소로 돌아오게 된다. 손님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잘 안보이는 이곳에서 음식 솜씨가 꽝인 아줌마와 하릴 없이 청춘을 보내는 상근과 함께 지내던 수하는 앞은 캄캄하지만 정을 붙이려 노력해보지만 점점 고독감과 짜증만이 늘어만간다. 그 와중에 사업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한 오빠가 자신에게 어린 딸을 맡기고 사라져버리자 짜증은 극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유동인구 자체가 없어 잔잔하기만 한 불영계곡 휴게소에 에콰도르에서 넘어온 페루 안데스 전통음악 밴드인 가우사이가 나타나게 되고, 수하는 그들에게 한달의 시간을 준 뒤 어떻게해서든 손님들을 유도할 것을 주문한다.
가우사이 밴드 멤버들은 버려진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지낼 방을 만들게 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휴게소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가우사이 밴드의 음악은 마치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움까지 느꼊기도 한다. 듣다보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묘한 매력을 가진 그들의 음악은 연인에게 이별을 선고당한 트럭맨을 시작으로 해서 서서히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가우사이밴드의 노력과 상근의 블로그 등을 통해서 불영계곡 휴게소는 점점 더 유명세를 타게 된다.
특기 남미 전통 요리를 하는 쉐프 마르셀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를 찾게 되고, 아무런 의미없이 살아가던 박씨 아줌마와 상근도 휴게소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통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삶의 역동성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수하 역시 다른 사람들을 통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한다.

영화에는 특별한 사람이 등장하지도 않고, 특별한 사건이 생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구 반 바퀴도 더 돌아서 찾아온 낯선 곳에서 공연을 하는 가우사이 밴드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불행이란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들의 음악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고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에 위로와 안정을 전달해준다.
스펙터클한 재미도 없고, 긴장감이나 현란한 화면도 없지만 영화 <엘 꼰도르 빠사>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닮고 있다. 최근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 영화는 이런 현대인들에게 음악을 통해 치유를 전달하게 된다. 처음에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계속 들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절로 흥이나는 컨츄리 멜로디는 가우사이 밴드의 음악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접하게 해준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매일매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작지만 힐링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음악일 수도, 아름다운 풍경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다른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피곤을 풀 수도 있다. 영화 <엘 꼰도르 빠사>는 어쩌면 어떤 관객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심심한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샌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영화 속 스토리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등장인물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듯이 작지만 힐링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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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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