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Herb , 2007

외모는 성숙한 20살 상은(강혜정)은 정신지체를 앓고 있어 정신연령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 불과하다. 상은의 성장통을 쫒아가는 영화 <허브>는 몸은 어른이지만 아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주인공과 그녀를 정성으로 보살펴주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로 부터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고통을 체험하게 해주고 그들을 대하는 편견과 그로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조승우 주연의 영화 <말아톤>이 흥행하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들도 많이 달라졌고 영화계에서도 가족간의 사랑을 장애인과 연결지어 기존의 가족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허인무 감독은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상은의 행동을 주시하기 보다는 그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요즘 한국영화를 보면 폭력과 욕설이 난무해서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영화 <허브>는 모든 연령이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호반의 도시 춘천을 배경으로 해 아름다운 풍광까지 덤으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든다.

이제 스무살, 귀엽고 여성스러운 상은은 성숙한 처녀의 몸을 갖추고 있지만 정신연령은 이제 초등학교 일학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의 유일한 친구 영란은 이제 8살로 상은이 어머니에게 야단이라도 맞는 날이면 옆에서 위로해 주기도 하고 마치 어른 이라도 되는양 상은이 모르고 궁금한 점들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친구이다.
동화속의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던 상은에게 어느날 왕자님이 나타난다. 의경으로 복무하고 있는 종범(정경호)인데 변호사 사무실 근처에서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던 상은을 보고 국제변호사로 착각하여 둘은 연애를 시작한다.

말투가 어눌한 상은을 보면 정상인이 아니라는걸 눈치챌만도 한데 친구 영란은 외국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것이라고 재치있게 받아넘기며 종범을 좋아하는 상은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위태위태하던 연애도 종범이 모든것을 알게되며 그녀를 떠나 버리게 되고 억척스럽던 어머니 현숙 마저도 암 선고를 받아 상은의 곁을 떠나야만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상은에게 언제나 씩씩하던 엄마는 어느날 부터 기운도 없어보이고 잠들때까지 잔소리를 하시던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혼자서 멍하니 먼산만 쳐다보고 있다. 언젠가 영란의 할머니가 짐을 싸다가 먼 길을 떠나셨다는 말을 들었던 상은은 자신의 어머니가 짐을 싸는 것을 보고 엄마도 그렇게 떠날까바 싸놓은 짐들을 태워버리고 만다.

초등학생 수준의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던 상은은 성숙한 어른이 되기위한 과정중 두 번의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데, 그 첫번째는 종범과의 사랑과 이별이고 두 번째는 어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이었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종범은 상은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내던지며 이별을 선언하는데 처음으로 겪어본 실연의 아픔은 이제 스무살이 된 상은에게도 그녀의 또 다른 자아 초등학생 상은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이별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자신의 곁에 언제나 머물고 있을것만 같던 어머니가 영원히 떠날 준비를 하자 상은은 어머니 현숙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음식물 하나하나까지 신경쓰며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서 아픔을 함께하고 처음으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감을 느껴보기도 한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스무 살 소녀 상은의 성장통을 담은 영화 <허브>는 여러가지 면에서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과 닮아있다. 초등학교 수준의 정신연령을 가진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는 것이 그러하고 억척스러운 어머니와의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영화 <허브>는 상은과 종범의 상큼한 로맨스를 추가하여 조금은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의 흐름에 변화를 주었는데, 결국 어머니의 죽음과 맞물리며 아픔도 감동도 배가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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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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