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거기까지 갈까 싶을 때 정말 거기까지 간다. 조악한 내레이션과 똘끼 넘치는 연기, 무모한 상상력은 C급 무비(A급, B급보다 떨어진다는 뜻이라기 보다, 가능한 것들을 활용해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영화라는 감독의 변)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도대체 우리는 왜 지금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상상은 엉뚱하게도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수렵에서부터 도구의 사용, 출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인류의 진화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상상력은 끝을 알 수없이 원대하게 펼쳐지지만 상상력을 지탱하는 디테일들이 참신하거나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류 최초의 출생과 사랑, 죽음을 다룰 때 생각될만한 아이디어들을 별다른 고민 없이 풀어낸 느낌이다. 다만 제작과정의 모든 점이 자유로웠던 영화가 관객에게도 자유로운 웃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백승기 감독의 대책 없는 패기만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다.
2016년 8월 12일 금요일 | 글_류지연 기자 (jiyeon88@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