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더 벙커
Take Point, 2018
약 10년 안쪽의 가까운 미래.
중국과 북한은 활발한 경제 교류를 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고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 미국은 선거판을 뒤집을 전략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이용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그래서 CIA 지부장은 글로벌 군사기업 PMC 블랙리저드에게 북한의 고위 간부를 처리하라는 딜을 맺는다. 블랙리저드의 팀장은 바로 에이햅(하정우). 남한과 북한의 경계선 지하에 마련된 벙커에서 에이햅은 이 작전을 지휘하는데 북한의 고위 간부가 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킹’이 온 것을 알게 된다. 북한의 ‘킹’을 데리고 가는 것이 더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에이햅, 그리고 그 작전을 허가한 CIA.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 곳에 중국 용병이 공격을 시작한다. 이미 벙커에는 중국 용병이 들어와서 미국 용병과 싸우게 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작전은 반드시 북한의 ‘킹’을 살린 채 가야 하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젠 증거가 목적이 된 상황이다. 에이햅의 아내는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고 에이햅의 팀원들은 불법체류자들이라서 미국 시민권이 있어야하는 상황인 것. 과연 에이햅과 팀원들은 북한의 ‘킹’을 데리고 이 아비귀환의 벙커를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의 특징은 세가지이다. 대부분이 영어 대사로 진행된다는 것. <더 테러 라이브>의 긴박함과 다급함의 글로벌 라이브 버전같다는 것. 그리고 FPS 게임 느낌이 화면 가득히 펼쳐진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서 설명해주는 정세 상황은 지금 현실과는 조금 많이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남북의 상황과 북한과 미국의 상황은 지금보다는 좀더 복잡하고 더 대립적인 입장인데 중국과 미국이 펼치는 힘싸움은 지금과 비슷하다. 미국과 중국의 용병들이 싸우는 곳이 한반도라는 점에서 이들 강국 사이에 놓인 한반도의 현실은 아무리 영화라지만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영화는 초반에 전반적인 정세 상황을 설명하는데 들인 공을 보상하듯이 후반에 들어서면서 상당한 볼거리를 잔뜩 준비해놨다. 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지하 벙커의 용병들이 펼치는 개인간의 생존 싸움은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에이햅(하정우)과 윤지의(이선균)가 뭉치게 되는 장면에서는 결국 인간들이 지켜야 할 덕목과 선택의 순간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긴박함 속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킹을 살려야 한다는 의무와 부담 속에서 킹이 죽었다는 것에 낙담하고 킹이 살았다는 것에 환호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어찌보면 이들 개인들이 벗어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 아닌가. 죽을 힘을 다해서 살려내 본인들을 위해 국제 사회에 증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그리고 그 희망이 꺼졌을 때의 절망까지도.
영화는 게임의 한 장면들을 보여주듯이 카메라 워크의 신선한 동선을 충분히 보여준다. 이 때문에 장면들이 좀 어수선하고 흔들리는 화면에 어지러울 수도 있으나 전투가 벌어지는 벙커의 현장에서 이 정도의 현장감이라면 상관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실험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드론이 보내오는 전방의 상황을 감지하고 부하들에게 전술을 지시하면서 CIA와도 협상을 이끌어내는 에이햅의 상황 판단력과 지휘 능력은 마치 내가 게임의 유저로서 여기저기 옵저버를 활용하고 정찰과 수색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최종적으로 해야 할 일을 지시하는 작전의 완성을 감상하는데 큰 재미를 준다. 이 부분이 <더 테러 라이브>의 인장이 묻어 있는 김병우 감독의 지문이면서 좀더 게임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제작 의도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남과 북이 만나고 미국과 북한도 만나는 등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화에서는 마치 지금 현실을 경고하듯이 중국의 개입과 변화하는 미국 내부의 알력과 이율배반적 태도를 숙제처럼 던져준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에서도 이미 한차례 배신을 한 용병은 나를 믿어야 살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믿음을 저버린 자가 할 말은 아닌데 거리낌 없이 내뱉은 말 – 나만 믿으라는 말은 곧 그 말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역설이다.
하정우와 이선균, 두 명배우의 만남이 남과 북의 만남이라는 상징이라는 듯 끝까지 함께 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남과 북이 함께 가야 할 것임을 상징하는 듯도 한다. 그 결말을 은유하기 위해서 벙커 내 외부는 속고 속이는 알력 속에서 폭탄이 터지고 서로 총부리를 들이대었다. 빠르게 설명되는 상황 배경과, 영어 대사, 벙커 안에서 이뤄지는 갇힌 공간에서의 전투씬 등은 모두 영화가 힘있게 나아가게 하는 영양분이 되어서 관객에게는 충분히 재밌는 장면과 신선한 화면들을 제공하고 있다. 하정우의 총격 액션이 즐거운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면들 모두가 한껏 업그레이드 된 지금 한국 영화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그 수준을 즐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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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이선균 팬
게임 느낌의 가상 액션 영화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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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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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를 구하려다 다리를 잃은 전직 한국 군인이자 현직 용병인 ‘에이헵’(하정우). 팀원 12명을 이끌고 CIA 의뢰를 받아 DMZ 내 지하 벙커에 잠입한다.
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패권 다툼,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 독재자와 그를 이용해 재선에 성공하려는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정치적 밀당 그리고 조직에 이용당하다 버림받는 개인 등 상당히 기시감 강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놀라운 건 5년여 전에 기획된 영화가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 현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POV 캠(1인칭 시점)과 드론을 동원한 영화는 지하 벙커 공간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고립된 이들의 ‘생존 라이브’를 실감 나게 중계하고 체험케 한다. 동시에 영화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는 데 바로 위험에 빠진 동료를 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다. 영화는 용병부대의 리더인 캡틴 ‘에이헵’이 극을 거의 혼자 끌어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 인물에 몰방한 모양새다. 모든 서사와 사건 가운데 홀로 우뚝 선 ‘에이헵’이 집중력 있게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지만 한편으론 여러 인물을 기능적으로 소모했다고 여길 수 있는 지점이다. ‘에이헵’의 각성제로 등장한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가 특히 그렇다. 연출과 앵글과 사운드에서 전에 없던 획기적인 시도를 보인 것은 확실하나 연령대에 따라 취향 탈 여지가 커 보인다. 김병우 감독이 <더 테러 라이브>(2013)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PMC(Private Military Compan)는 국적이나 명예보다 돈을 최우선시하는 전쟁도 비즈니스라 여기는 글로벌 군사기업을 뜻한다.
2018년 12월 2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