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
Kumiko, the Treasure Hunter , 2014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는 1996년작 영화 <파고>의 내용을 실화로 굳게 믿은 주인공이 영화속에 등장한 보물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는 내용이다.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놀랍게도 이 여행자는 29살의 정정한 성인이다. 어떻게 이런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를 믿고 여행길에 오를 수 있을까?
우선 영화 <파고>에 대해서 사전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파고>는 1996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아내를 납치해 몸값을 받으려던 계획이 눈덩이처럼 커져 점점 큰 살인으로 변화해나가는 내용인데, 이 과정에서 돈뭉치가 든 가방이 설원 아래 묻힌다. 영화 <파고>는 맨 처음에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이라는 문구를 넣었고, 쿠미코는 이 자막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다.
놀라운 것은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역시 실화라는 점이다. 2001년 미국 미네소타 주 북부에서 한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토니시 타카코’라는 일본여성이었다. 실제로 생전에 그녀와 대화를 나눈 경찰관이 증언하기를, ‘언어장벽으로 인해 <파고>의 보물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는 이렇게 밝혀진 몇몇 진실을 바탕으로 살을 덧대어 탄생하였다.
이제부터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인데, 이 이후로의 내용은 스포이다.
실제 삶에선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 쿠미코는 사회부적응자로 그려진다. 비록 그녀의 삶은 고단하고, 그녀가 외로운 도시생활을 연명하고 있긴 하지만 쿠미코의 행동을 현대인의 투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지 그녀가 엉뚱한 믿음을 쫒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몸에 쌓인 화를 엉뚱하게 풀어낸다. 회사법인 카드를 전해받은 뒤 고의로 돌려주지 않는 모습, 친구아들을 인파 속에 남겨두고 도망가는 모습 등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미국에 가서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 숙박업체의 물건을 쥐어뜯고 훔치는 모습, 택시비를 안내고 도망가는 모습 등이 나오며 자꾸만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힘들다고 이런 방향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녀의 행동에 그녀의 환경을 설명하려는 건 위험한 행동이다.
관객들이 쿠미코에게 동조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우울함 대신 괴기스러움을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 배경음악이 많지 않은데 그나마 넣은 효과음은 공포스럽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법한 효과음이 바로 쿠미코의 내면을 드러내는 배경음악인 것이다. 그녀는 이 세상을 두려워하며 자신 또한 남들이 알면 두려워할 만큼 피폐해진다. 이제 그녀는 현실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그러나 그녀가 놓아준 애완토끼 ‘분조’처럼 막상 자유가 주어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토끼는 그녀의 자화상이며 그녀는 아슬아슬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얼토당토 않는 보물에 더 기대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약간 궁핍하게 살기는 하지만 사실 이 보물은 ‘금전적’인 보상이기보다는 그녀가 기대야할 목표와 지표일 뿐이다.
‘여행’을 소재로 한 것에 비하면 영화는 아주 정적으로 흐르는 편이다. 대화가 그다지 많지 않으며 배경음악도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아마 그녀의 내면과 행동에 온전히 집중시키기 위한 장치인 듯하다. 또한 하얀색과 빨간색의 색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영상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것 같다. 쿠미코는 실화처럼 그녀만의 보물을 찾다가 눈 속에서 얼어죽었다. 그녀가 쨍한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 보물가방을 찾고, 진작에 버렸던 토끼를 마주하는 장면은 그녀의 죽음 뒤의 일이다. 못 다 이룬 꿈을 죽음 후에나마 실현시키는 것이다.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는 제 30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쿠미코가 과거에 보였던 행동은 현실의 거울이 아니다. 도저히 보편적인 행동으로 볼 수도 없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녀의 정신상태가 썩 정상은 아니였을거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쿠미코의 여정 그 자체는 현대인의 표상이다. 이 영화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
|
 |
 심오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실화바탕 영화를 찾는 사람 |
|
|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2001년 미국 미네소타 주 북미에서 시체로 발견된 일본 여성 토니시 타카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는 누구도 믿지 않는 꿈을 좇아 모험을 떠나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가 만든 세상에 갇힌 주인공 쿠미코의 도전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 실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 극중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는 쿠미코의 외로움은 차분하고 정제된 카메라 움직임으로 인해 극대화된다. 그리고 쿠미코의 절박함이 강조될수록 현실을 직시했을 때 쿠미코가 보일 반응은 더욱 궁금해진다. 이러한 애잔한 호기심은 비교적 단선적인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의 이야기를 몰입력 있게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쿠미코의 빨간 코트와 흰 눈의 대비만큼이나 영화의 출발지 일본과 도착지 미국의 온도차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혀 다른 두 세계가 한 영화에서 보여질 때 발산되는 기묘한 분위기는 정형화되고 익숙한 영화에선 얻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2016년 1월 7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 jeongin@movist.com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0명
글쎄요 : 0명
심오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실화바탕 영화를 찾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