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만세 (2011)

소개할 영화 <애정만세>는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통해 뛰어난 연출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양익준 감독과, 2009년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의 중편 작품을 하나의 범주로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이다.
부지영 감독의 첫 번째 에피소드 <산정호수의 맛>은 연하남과 일탈을 경험했던 중년여인의 하루를 관조하는 영화로 연 하남을 향한 중년여인의 사랑을 그렸고, 두 번째 에피소드 <미성년>에서는 반대로 중년의 남성을 향한 여고생의 일방적인 무대포식 사랑을 보여주며 이성에 대한 감정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남, 여를 불문하고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로맨틱한 상상을 한번쯤을 해보게 되는데 그 대상이 자신과 나이차이가 있더라도 그 감정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충동적인 욕망을 자극하여 사회적으로 용인 되지 않는 일탈을 경험하게 만든다. 평범한 사랑보다 자극적인 것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데 금단의 성을 탐미하고 경험해봤던 사람이라면 그 은밀하면서도 불안한 감정들이 얼마만큼이나 인간의 욕망을 충동질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산정호수의 맛> 이나 <미성년> 이 두 편의 영화를 보면 단순한 줄거리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중년여성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는 부지영감독은 1인극의 대가 서주 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중년여성의 섬세한 감정과 잠재된 욕망을 실감나게 전달해준다.
산정호수의 맛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순임(서주희)은 산정호수에서 있었던 회사 야유회중 직장동료 준영(김선빈)의 따뜻한 손길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여운은 길게도 남아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그와 데이트를 즐기는 꿈을 꾸며 행복에 젖어있기도 하다.
커플 핸드폰 고리를 나눠 갖을 정도로 짧은 시간 이들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때문인지 순임은 준영과의 추억을 더듬으며 다시 산정호수를 찾게 된다. 딸의 부츠를 말도 없이 신고나와 욕을 먹으면서도 준영에게 선물할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챙겨 나오는 그녀…….

비록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아줌마 패션에 어울리지도 않는 어구 부츠까지 자식을 키우고 있는 중년의 아줌마 모습 그대로 이지만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은 아니더라도 밸런타인데이에 맞추어 선물을 준비하고 준영에게 전화할 때는 제대로 할 말도 못하고 수줍게 쓸어버리는 만다.

감정이 달아올라 주체하지 못하여도 혼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중년여성의 외로움은 연하남자의 외면으로 철저히 뭉개져 버린다. 거부할 수 없는 본능 앞에서 일탈을 꿈꾸던 중년여인은 결국 상처만 안은 채 되돌아설 수밖에 없었지만 잠깐의 시간이나마 잊고 살았던 소녀와 같은 순수한 감정을 느껴볼수 있었다.
잠에서깬 진철(허준석)은 옆자리에 낯선 여자가 옆에 누워 자고있는것을 보고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기억을 되짚어 봐도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는 진철과 달리 여고생 민정(류혜영)은 태연하게 배고프다며 짬뽕을 시켜달라고 졸라댄다. 어린소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당돌한 민정을 돌려보내놓고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민정의 애교 섞인 협박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전날 밤 어린소녀에게 어떠한 행동을 했을지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30대 청년 진전의 삶에 무작정 뛰어든 민정은 나이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 철에게 애정을 느끼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예고 없이 진전의 집을 방문하며 당황스럽게 만든다. 결국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민정의 어머니가 집을 찾아와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경찰서까지 연행되고 나서야 민정과의 인연은 끝이 나는가. 했는데…….

양익준 감독의 전작 <똥파리>의 다른버전 이라고 할 수 있는 <미성년>에서도 여전히 남자보다 강인한 여성을 등장시켜 유약한 남성을 보듬어주는데 민정 역할의 류혜영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보라 역으로 출연하여 대찬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류혜영이 출연하는 영화라서 더욱 흥미로운데 민정이나 응판에서의 보라나 류혜영이라는 배우의 개성을 표출해 날수 있는 아주 적절한 캐스팅 이었다고 생각된다.

강한 듯 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한 없이 빠져들고 마는 일편단심형 스타일 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될듯하다. 영화 속 민정이 짬뽕을 먹는 장면은 어느 먹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구미를 당기게 만들고, 여고생과 중년남자의 위험한 사랑은 다행히도 우려했던 상황은 면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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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연애의 화법이 담겨있는 독립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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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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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엔 국경도 나이도 없다? <애정만세>는 그 명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두 명의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사랑을 주제어로 ‘산정호수의 맛’과 ‘미성년’ 두 편으로 나뉜다. 부지영 감독이 연출한 ‘산정호수의 맛’은 사춘기 딸을 둔 중년 여성 순임(서주희)의 이야기다. 지난 야유회에서 2인 3각 파트너였던 준영과의 즐거운 한때를 잊지 못하고 내내 그리워하는 순임. 영화는 산정호수에 다녀오는 순임의 여정을 그린다. ‘미성년’은 전작 <똥파리>(2009)를 통해 주목받은 양익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감독 특유의 직설적인 대사가 진철(허준석)과 민정(류혜영)을 만나 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0대 ‘소심남’ 진철은 간밤의 숙취에서 깨어나 자신의 침대에 버젓이 누워있는 10대 여고생 민정을 보고 당황한다. 술김에 하룻밤을 함께 보낸 둘은 짬뽕을 먹으며 인연을 쌓아간다. 사랑은 그 내용물이 달콤하든 쌉쌀하든 특유의 ‘맛’이 있다. 영화는 사랑의 맛을 소소하게, 또 혀끝에서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미각을 통해 보여준다. ‘산정호수의 맛’에서 준영에게 배신감을 느낀 순임이 주머니 속 초콜릿 바를 그에게 불쑥 들이밀었다가 혼자 우적우적 씹어 먹는 장면이 그 예다. ‘미성년’ 속 진철이 진지하게 현실을 이야기 하려는 순간 민정이 짬뽕과 맥주를 사오겠다며 말을 막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과 무관할 것만 같은 중년 여성 순임, 사랑하는 사이라고 단번에 상상하기 힘든 30대 진철과 10대 민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통속적인 사랑의 틀을 깬 영화 <애정만세>. 사랑에 있어 만세를 외치고픈 ‘누구나’의 사랑이야기다.
2011년 6월 7일 화요일 | 글_유다연 기자 ( celine327@movist.co.kr )